독일은 미국이나 캐나다로 진출하기 위한 좋은 발판이 될 수 있다.
예전에 트위터에서 본 트윗이 있었다. (내용은 정확하게 기억 나지는 않지만 대충 이런 뉘양스였다.) 개인적으로는 이 내용이 정확하게 각 나라의 IT 업계 현실을 말하고 있다고 본다. 워라벨이 보장되는 베를린의 스타트업계가 독일 이민을 위해서 한국 개발자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수는 있지만, 미국 처럼 높은 수준의 급여를 보장해줄만큼 엄청나게 많은 투자와 활발한 시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자녀들의 교육과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근무 여건, 인간적인 삶이 보장되는 생활 정도만 원한다면 독일은 충분히 좋은 나라임에 틀림 없다.
미국은 일을 빡세게 시키면서 돈을 많이 주고, 한국은 일을 빡세게 시키면서 돈을 적게 주며, 독일은 자기 일이 끝나면 집에 가서 푹쉬게 해준다.
만일 여러분이 고소득을 올리고자 한다면, 당연히 미국으로 진출하는 것이 정답이다. 하지만, 취업만 되면 손쉽게 4년짜리 취업 비자를 받을 수 있는 독일에 비해, 미국은 자격과 실력을 갖추고 있어도 운이 따라줘야하는 리스크가 크다. 또한 물가가 비싸고 세금도 많이 내야해서 몇억을 벌어도 남는게 없다고들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분이 경쟁력을 가진 개발자라면 지금은 무조건 미국행을 선택하는 것이 정답이다. 업계 전반에서 개발자에 대한 수요가 높고 그만큼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으며, 선진국의 혜택을 누리며 살 수 있는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캐나다에 오피스가 있는 아마존과 같은 회사에 일단 취업을 하고, 어느 정도 근무한 다음 미국 오피스로 옮기면서 미국 비자를 취득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되기도 한다.
한국에서 일할 때에는 독일은 물론 미국, 캐나다로 이민에 대해 감히 엄두도 못냈었기에, 그럭저럭 독일에서 일자리를 얻고 자리를 잡게 되어 조금 안도를 하고 있었던 어느 날... 캐나다 오피스의 아마존 리쿠르터로부터 이메일 한 통을 받았다. 6월 마지막 주에 아마존 직원들이 한국을 방문하여 한국의 개발자들의 온 사이트 인터뷰를 볼 예정인데, 참여할 의사가 있느냐고 묻는 것이었다. 링크드인의 프로필을 검색해서 연락을 해온 것 같은데, 필자가 독일에서 일하고 있는 지는 모르는 상태에서 한국에서 살고 있을 것으로 짐작하고 연락해온 것 같다. (독일에서 일하고 있다고 써있는데 말이다) 다행히(!?)도 필자는 그 때 마침 4주 동안의 한국에서의 휴가를 위해 비행기 편까지 이미 예약을 마친 상태였기 때문에 해당 기간에 원하면 참여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전혀 예상치도 못한 제안이라 고민이 되기는 했다.
약간의 뜸을 들인 다음,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첫번째 관문인 온라인 코딩 테스트를 보내왔다. 작년에 이미 독일 취업을 준비하면서 몇 차례 온라인 테스트를 경험해본 적이 있었기에, 곧바로 시작하지 않고 일단 HackerRank에 가입을 하고 몇몇 문제들을 풀어보면서 다시 감을 잡아보았다. 수학이나 통계, 알고리즘은 필자에게는 취약 포인트이기 때문에 사실 이런 류의 테스트는 운이 필요했다. 대부분 테스트를 진행할 때 초기에 첫번째 알고리즘을 만들어서 일단 결과를 만들고, 가능하면 해당 알고리즘을 리팩토링하여 좀더 깔끔하게 정리하면서 최적화를 할 수 있지만, 간혹 첫번째 알고리즘조차 완성하지 못하는 까다로운 문제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준비한다고 준비를 했지만, 회사를 다니고 독일어를 배우면서 따로 온라인 테스트를 준비하는 것이 만만치는 않았다. 아쉽지만 충분하게 준비하지 못한 상태에서 드디어 온라인 코팅 테스트를 시작해야 하는 시기가 되었다.
아마존의 온라인 코딩 테스트는 일반적인 온라인 평가 도구가 그러하듯, 주어진 문제에 대한 코드를 작성하고 실행하여 미리 만들어져있는 모든 유닛 테스트를 통과해야 하고, 문제를 푼 다음에는 왜 그렇게 했는지에 대한 설명을 해야 한다. 평소 필자는 맥북 프로와 윈도우 노트북을 같이 사용하는데, 온라인 테스트는 맥북 프로로 수행하고, 테스트 중간에 간단하게 검색해봐야 하는 것이 있을 경우에는 윈도우 노트북을 사용했다. 이러한 테스트 도구의 구동 원리에 대해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내가 만든다면 시험자가 어떤 행동을 하는지까지 추적하도록 만들었을 테니 아무쪼록 감점 요인이 될 수 있는 불필요한 행동은 최소화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주어진 2개의 문제는 그다지 난이도가 높지 않아서, 방심하지 않고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잘 활용해서 좋은 결과를 만들고자 노력했다. 다행히도 온라인 테스트는 통과.
두번째는 전화로 기술 인터뷰를 보는 것이었다. 이것까지 통과를 하면 한국에서의 온사이트 인터뷰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만일 독일 취업 준비 과정이 없었다면 꽤나 부담스러웠겠지만, 다행히도 이미 영어로 전화 인터뷰나 기술 인터뷰에 대한 경험은 나름 충분했기에 예상되는 질문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중요했다. 구글링을 해보면 수많은 아마존 인터뷰 경험자들의 경험들이 공유되어 있는 것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온라인 테스트 이전부터 충분히 찾아서 몇번이고 읽어 보고, 유용하다고 추천해준 레퍼런스를 정리해서 계속 공부를 했다. 한국과 독일의 시차는 이제 적응이 되어 익숙한데, 문제는 캐나다와 독일의 시차가 생각보다 크다는 것이다. 한국보다 독일의 시간이 느린데, 캐나다는 독일보다 시간이 훨씬 느리다보니 감을 잡기가 쉽지 않았다. 메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것도 그렇고, 전화 통화를 하는 것도 왠지모를 답답함이 느껴졌다.
혹시 몰라 독일폰 전화번호화 한국폰 전화번호 두개를 모두 알려주었는데, 하필이면 한국폰으로 전화를 걸어와서 연결 상태가 좋지 않았다. 회사에 캐나다에서 온 회사 동료가 있어서 아는데, 독일인이 아무리 영어를 잘하는 편이라고 해도 미국이나 캐나다, 영국 등에서 온 네이티브 스피커들의 발음이나 속도는 확실히 다르다. 때마침 집사람과 산책을 하고 있을 때 전화를 받았고, 전화로 연결된 인터뷰어가 연결 상태도 않좋은데 신나게 떠들어내는 통에 집중하기가 힘들었지만 2~3개 정도의 간단한 문제를 전화로 물어보았고, 그에 대한 답변을 하였다. 전화 문제는 공부한 것에서 그대로 나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그렇게라도 공부한 덕분에 감을 잡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다만, 온 사이트 인터뷰 일자가 여유있게 남은 시점이 아니라 생각보다 난이도는 어렵지 않게 잡은 듯 보였다.
얼마 후, 다행히 온 사이트 인터뷰에 초대하는 메일을 받았다. 그리고는 온 사이트 인터뷰에 참고할 만한 레퍼런스를 한아름 보내왔다. 인터뷰 일정과 인터뷰 전날 숙소를 협의하고, 온 사이트 인터뷰 전에 입사에 필요한 항목들을 온라인으로 작성해서 전송하기도 했다. 이 때 필자의 인생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연봉을 부르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미국 회사의 캐나다 오피스는 미국 오피스보다 연봉 수준이 조금 낮은 것으로 보였지만, 글래스도어에서 최저 연봉과 최고 연봉의 수준을 확인하고 최고 연봉 수준에 조금 더한 수준을 적은 것이다. 만일 진짜로 간절 했다면 중상위 수준의 연봉을 적었겠지만, 어차피 아마존 인터뷰가 어떤 수준인지 직접 경험하고 싶어서 참여하는 만큼 부담없이 희망 연봉을 적을 수 있었다. 설령 합격한다고 해도, 이제 막 독일에 자리를 잡은 상황이고 내년 초에 독일 영주권 신청을 준비 중인 상황이라 상당히 애매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드디어 한국행 비행기에 탑승을 하여 간만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장시간 비행에 잠도 제대로 못자서 컨티션이 않좋았고 시차 적응도 하기 전에 인터뷰가 잡혀 있었다. 뭐든 뒤로 미루기보다는 가능한 한 빨리 해치워버리는 성격이라 그렇게 하긴 했는데, 전날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늦게 잠들어서 최상의 컨디션으로 만드는 것은 애초에 실패해버렸다. 인터뷰 당일 누구보다 빨리 인터뷰 장소에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자니 한두명씩 다른 인터뷰이들도 도착했다. 간단한 아침 식사와 커피를 준비해놓은 것을 보니 한두번 이런 온 사이트 인터뷰를 진행해본 솜씨는 아닌듯 했다. 그 중에는 3~4번씩 이미 시도했다가 떨어져서 다시 온 사람도 있다고 하니, 역시나 예상보다 만만치는 않을 것으로 보였다. 한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한국인이었는데, 기다리는 시간 동안 지루해서 외국인 개발자와 인사를 하고 잡담을 나누었다. 그는 한국에서 교사인 한국인 와이프와 살고 있고 LG에서 일하고 있다고 했다.
드디어 인터뷰 진행자들이 들어와서 인터뷰 과정에 대해 설명을 하고, 각자에게 방을 배정해주었다. 배정된 방에 들어서자 비로소 엄청난 긴장감이 들었고,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어서 인터뷰어를 매번 서서 맞이 했다. 이미 알고 있던 것처럼 총 4차례의 인터뷰가 진행되었고, 앞쪽 2차례는 선방을 했다고 짐작되었지만, 뒤쪽 2차례의 인터뷰는 제대로 망했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특히 마지막 인터뷰는 남녀 2명이 들어왔는데, 여성 인터뷰어의 네가티브한 기운이 만만치 않았다. ㅎㅎ 역시나 알고리즘이 발목을 잡았고, 아마존 기업 문화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도 만족스러운 대답을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온 사이트 인터뷰를 마친 다음, 해당 주에 별다른 연락이 없었기에 이미 떨어졌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일주일쯤 뒤에 익숙한 포맷의 담담한 탈락 메일을 받는 것으로 이번 도전은 마무리 되었다.
솔직히 40대의 한국인 개발자가 미국이나 캐나다 IT 취업에 도전하는 것이 얼마나 성공 확률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최소한 도전해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과 독일 취업을 준비하고 독일 스타트업에서 일을 하면서 몸에 익은 어설픈 영어 실력이 크게 발목을 잡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인 것은 사실이다. 각 단계를 진행하면서 영어로 주고 받은 이메일들, 영어로 진행된 전화 인터뷰 및 온 사이트 인터뷰에서 자신감 있게 말하는 것을 보면, 지난 1년 조금 넘는 기간 동안 꽤나 발전을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독일 스타업에서 처음 입사를 했을 때에는 영어로 회의를 하거나 잡담을 하면 머리에 쥐가나면서 꽤나 많은 체력을 소모하는 것을 느꼈었는데, 지금은 돼먹지도 않은 영어로 신나게 이사람 저사람하고 떠들어 대고 있으니 말이다. 특히 밥을 먹으면서 이야기 하는 것이 제일 어려웠다. 이야기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은 이미 다먹었는데 나는 시작도 안했던 경우가 허다했다. 덕분에 지금은 회사 동료와 30분 넘게 전화로 떠들어 대거나 스포츠센터 접수 직원이랑 2시간이 넘게 수다를 떨면서 계약서 작성하기도 하고, 인터뷰에 가서 지나치게 많은 말을 했다고 느낄 정도로 신나게 떠들고 오기도 한다.
물론, 외국에서 일하는 다른 한국 개발자들이 느끼듯이 아무리 영어를 배우고 쓴다하더라도 네이티브 스피커 수준은 어렵겠구나 하는 생각은 늘하고 있지만, 최소한 더이상 "영어"가 발목을 잡는 일은 없을 것 같다. 필자가 한국에 있는 30~40대 개발자들에게 독일행을 권하는 이유는 단지 "독일"에서만의 삶 때문 만은 아니다. 지금 시대를 사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에게는 일반인들에게는 없는 예외적인 특별한 기회가 주어지고 있다. 독일 스타트업에서 실제로 외국인들과 함께 어울려서 일하는 방법과 영어를 부담없이 배우는 것이, 그것을 바탕으로 미국이나 캐나다로의 진출을 노려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독일 스타트업은 한국이나 미국 스타트업처럼 엄청난 노동 강도를 강요하지 않기 때문에, 자기를 계발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과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경험을 통해서 그것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에, 독일 영주권을 취득한 다음에는 미국이나 캐나다로의 진출도 꾸준히 노려볼 생각이다. 한국에서 독일에 올 때는 200통이 넘는 이력서를 보냈었는데, 독일에서 캐나다로 옮기는 시도에 겨우 한번 떨어진 것으로 실망하고 좌절할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우리의 인생은 끊임없는 도전을 통해서 더욱 풍요로워지고 발전하는 것이라는 것을 독일 취업을 통해서 배웠기에, 성공이냐 실패냐 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는 나는 1년 전의 나와는 레벨이 크게 달려졌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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