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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금호 Oct 22. 2019

독일 IT 취업 : "독일인"에 대한 단상

직접 겪어 본 독일인들의 장점과 단점

뭐든 직접 경험을 해보기전까지는 제대로 알기란 쉽지 않다. 베를린으로 오기 전까지 필자는 독일이나 독일인에 대해서 그저 책이나 영화에서 보는 정도로 예상을 하고 지레 짐작을 하고 있었다. 막상 독일에 와서 살고 (베를린에서 산다가 정확한 표현) 독일인들과 섞여서 일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실제로 그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조금씩 알게 된다.


독일인한테 얻어먹을 생각은 하지 마라

독일에 와서 많은 외국인들에게 쏴보았지만, 독일인처럼 그것을 갚지 않는 인종은 본 적이 없다. ㅋㅋ 이것이 나쁘다는 이야기는 아니니 오해는 말자. 대부분의 외국인들은 얻어먹으면 나중에 기억을 했다가 갚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지만, 독일인의 경우 100이면 100 얻어 먹을 때 진심어린 "고맙다"라는 말을 한마디로 끝이다. 이들에게는 우리처럼 쏘는 문화가 없다고 하기에는 애매하다. 친구들을 집에 초대를 해서 푸짐하게 대접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간혹 예의 상 나중에 나도 쏠께라고 이야기하는 독일인도 있지만, 역시 기대는 하지 말자. 그래서 지금은 나중에 얻어 먹는 것은 감안하지 않고 부담없이 쏜다. 내가 너에게 음식을 사는 것은 내가 너를 좋아하기 때문이지, 너희들에게 뭔가를 바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꽤나 친해진 독일인들 역시 내가 초대할께라는 말은 무척 반기지만, 자신이 뭔가를 스스로 쏜다는 이야기는 하는 것을 본 적은 없다. ㅎㅎ 미술 전공하는 딸아이가 집에서 습작으로 그린 그림이 마음에 든다며, 선물로 줄수 있냐고 묻는 독일인에게 기꺼이 선물로 주면 돌아오는 것은 그의 집 책장 어딘가에 꽂혀있던 오래된 낡고 두터운 미술책 한권이다. 나름 사연이 있는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가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을 것이다.


독일인에게 잔돈을 빌려주지 마라

밥을 먹고 계산을 할 때, 한국에서는 계산대 앞에서 일렬로 줄을 서서 카드 계산을 하지만 여기에서는 종업원이 테이블로 두툼한 지갑을 들고 와서 지폐와 동전을 주고 받으면서 계산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가끔 잔돈이 모잘라는 동료에게 잔돈을 빌려주는 경우가 있는데, 1~2 유로 동전을 빌려주었다면 그냥 잊어버리는 것이 좋다. 반대로 내가 잔돈이 모자라서 몇십센트를 다른 독일인 동료가 내준 적도 있기도 하다. 그래서 지갑을 깜빡 잊은 동료에게 돈을 빌려줄 때에는 반드시 10유로 정도 딱 떨어지는 돈을 빌려주는 것이 나중에 돌려받기가 편하다. 그래서 예전에 잔돈을 빌려가서 안갚은 동료들이 이후에 잔돈 없냐고 또다시 물으면 그냥 큰 돈밖에 없다고 하고 넘어가버린다. 이 역시 뭐라고 하기가 애매한 것이, 아무래도 현금을 사용하다보면 이런 경우가 종종 생길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해는 하지만 두번씩 용납하는 것은 불가하다.


[응용문제] 1차는 내가 쏘았고, 2차는 독일인이 쏜다고 해서 따라갔는데, 현금이 없는데 혹시 빌려줄 수 있냐고 묻는다. 어떻게 해야하는가?

[해답] 미안하지만 아까 다 썼다고 하고 근처 ATM에서 돈을 빼는 것을 기다려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지 않으면 결과적으로 1, 2차를 다 내가 쏜 셈이 될 것이다.


독일 역시 여성 차별이 심하다

독일 회사에서 일한지 얼마 안되었을 때, 일을 하다 말고 여성 엔지니어 동료의 하소연을 들어주고 상담(!?)을 해줘야 하는 상황이 있었다. 들어보니, 독일에서도 여전히 남녀의 차별이 존재하며 급여의 차이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업무 시에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기 까지 한다고 한다. 자신이 담당자라서 그것이 맞다고 말을 해도, 다른 동료들이 남성 엔지니어에게 굳이 쫒아가서 다시 확인을 한다는 것이다. 그 남성 엔지이어와 큰 경력의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닌데도 말이다. 그 이후 부터는 회사 내의 다른 여성 직원들의 회사 생활에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 보았는데, 막연하게 서양이라서 한국에 비해 남녀가 동등한 대우를 받을 것이라고 지레 짐작했던 것과는 달라서 나름 충격이었다. 우리 프로젝트 팀에는 베를린 출신의 전형적인 독일인 여성 스크럼마스터가 있는데, 한번은 본인과 친한 인도인 여성 엔지니어와 함께 거의 대부분이 남성 엔지니어인 우리팀 전체를 상대로 "nonviolent communication"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열기도 했다. 우리말로 표현하자면, "아"와 "어"는 다르기 때문에 이왕이면 상대방을 기분 나쁘게 하지 않는 정중한 표현을 쓰자는 내용이었다. 


독일인은 시간 약속에 칼 같이 정확하다?

이것도 조직이나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한국에서 상상을 하던 딱 그 모습은 아닌 것이 확실하다. 일단 한국처럼 출근 시간에 늦었다고 뛰는 사람이 없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많은 탓도 있지만) 회의 시간에 늦던 말던 근처 빵집에서 아침 식사용 빵 하나를 사가지고 와서 입에 물고 커피 머신에서 커피를 내린다음 여유있게 회의에 참석한다. 당연히 리더급들은 아침 스탠드업 회의 (매일 아침 9시 15분 시작, 15분간 진행) 시간을 잘 지키라고 잔소리를 하지만, 스탠드업 회의 시작 시에는 몇명 안되는 사람으로 시작하지만 회의 중간 중간에 한두사람씩 와서 끝날때쯤 되면 모두가 다 오는 것을 보는 것은 드문일이 아니다. 아마도 스타트업이라 상대적으로 덜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한국에서는 아무리 스타트업이라고 해도 이렇게 일하는 것은 쉽지 않다. 독일에 처음에 와서 독일어를 배우면서 가장 놀라왔던 일은, 독일인 독일어 선생이 자주 지각을 한다는 것이었다. 수업은 만족스럽게 잘 진행하는 선생이었지만 가끔 헐레벌떡 달려오느라 머리를 제대로 말리지도 못하고 오는 경우도 있고, 항상 늦을 때는 항상 독일의 전철 시스템 탓을 했다. 한국이나 독일이나 지각할 때 쓰는 핑계는 비슷하다.


다만, 일찍 퇴근 하려는 사람들은 아침 7시 전후에 출근해서 오후 4시 이전에 퇴근을 해버리니 나름 부지런한 편이라고는 할 수 있다. 오후 4시쯤 되면 퇴근하는 사람들로 전철이 북적거리고 거리에 차들도 많아진다. 또한 회의 시간에 타이머를 이용하여 주어진 회의 시간을 최대한 맞춰서 회의를 끝내려고 하는 것은 상당히 만족스럽다. 한국에서의 "회의"란 "회사 출근"과 동일하게 끝나는 시간이 정해져있지 않은 행위였기 때문이다. 전반적인 느낌은 무엇을 하든 우리처럼 서둘러서 하는 느낌은 확실히 덜하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사람들이 답답함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하다. 특히 파티 같은 경우에는 시작 시간에는 거의 사람이 없고 한두시간쯤 지난 후에야 사람들이 북적거린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는 한국 사람들은 시간에 "쫒기듯" 바쁘게 사는 것을 선호하는 데 반해, 이 동네 사람들은 좀더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고 느긋하게 시간을 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베지테리안이 많고 유기농 제품을 선호한다

독일에서도 특히 베를린에 베지테리안이 많다고 하는데, 체감적으로 주위에 많은 사람들이 채식 위주의 식사를 많이 한다. 한국처럼 "고기"를 사줄께 해도 좋아하는 사람이 별로 없는게 꽤나 어색하다. 한번은 베트남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한 독일인 동료에게 왜 여기서 고기를 안먹냐고 물었더니 자신은 "좋은 고기"만 먹는다는 답변을 듣고 정말 기가 찬 적이 있었다. ㅎㅎ 일부러 비싼 BIO 매장에서만 산 재료로만 음식을 해먹는 독일인들도 있는데, 하도 잘난척을 해서 BIO 매장에서 장을 한번 보았는데 생각보다 비싸지 않아서 허탈하기도 했다. 한국의 일반 식품이 독일의 BIO 식품보다 비싸거나 비슷한 가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비싼 물가에 익숙한 우리에게 독일인의 BIO 쯤은 별것 아니었다) 집 근처에 BIO 매장이 있다보니 좀더 걸어가야 하는 마켓에 가기 싫은 때는 부담없이 BIO 매장에서 장을 보는 편이다. 이런 생활에 익숙해지다보니, 집에서 고기를 구워 먹었던 것이 언제인지 기억이 안날 정도로 "고기"를 찾지 않게 되는 것 같다. 한국에서는 일주일에 한두번쯤은 고기를 구워먹어야 했었는데, 이런 것도 주변 환경의 영향을 받는 것인지 모르겠다. (집사람은 평소 워낙 느끼한 음식을 먹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고 하니 그럴 수도 있다)


독일인은 사귀기 힘들다?

이 것도 개인차가 있어서 일반화 하기는 힘들다고 본다. 한국에도 사귀기 힘든 인간들이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다만, 확실한 것은 한국인들보다 덜 살갑다라고 표현할 수는 있을 것 같다. 독일인들도 진짜 친한 친구끼리는 가족보다 더 가족처럼 지내지만, 모든 친구와 그렇게 지내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그리고, 친하더라도 한국인이 생각하는 친구로써의 "선"과 독일인의 친구로써의 "선"은 분명히 다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독일인의 "선"을 이해하고 그에 맞춰서 대하면 그다지 어렵지 않은 편이다. 물론, 본인처럼 독일인들이 인정할만한 경력을 가진 상태에서 직장에서 동료로 만나는 독일인과 유학을 와서 학교에서 만나는 독일인들은 다를 수 있을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에 일을 하러 왔거나 공부를 하러 온 외국인이라, 독일어를 네이티브만큼 못하는 것이 당연한데도 그런 것 때문에 무시하거나 같이 어울리지 않으려한다면 이미 그런 인종들은 상종할 가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인종들조차 친구로 만들 수 있다면 독일 생활에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개인기"가 필요하다. 


필자의 경우에는 아침에 회사에 출근할 때마다 마주치는 회사 동료들과 진하게 허그를 하면서 인사를 하거나 힘차게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저들이 나를 동료나 친구로 인정하느냐 않느냐는 중요치 않다. 그저 나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분위기를 주도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 중에도 여전히 무뚝하게 느껴지는 동료들도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일부러 눈을 맞추고 이름을 부르며 친한 척을 하면 시간 문제일 뿐이다. (친하게 지내는 것보다 오히려 그들의 이름을 외우는 것이 더 힘들다. 특히 패밀리 네임은 왜들 그리도 어려운 발음인지) 그리고 앞서 언급한대로 돌려받을 것을 감안하지 말고, 한국 식당에서 비빔밥과 한국 맥주와 소주를 가끔 사주면 된다. (경험적으로 볼때 독일인들도 얻어 먹는 것을 절대 마다하지 않는다) 만일 그럴 시간이나 돈이 없다면, 외국에서 친구를 사귀는 것은 과감하게 포기하자. 이 정도의 시간과 비용을 들이면서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고 새로운 친구를 사귄다는 것이, 한국에서도 가능한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독일인과 한국인은 살아온 환경이 다름을 인정하자

한국에 사는 같은 한국인이라도, 살아온 환경이 다르면 생각보다 친구나 부부가 되기 쉽지 않다. 그런데 전혀 다른 지리와 기후, 역사, 문화를 가지고 있는 외국인들끼리 친구가 되는 것은 애시당초 쉬울리가 없다. 하지만, 타향에서 홈 어드밴티지가 없는 우리와 같은 외국인이 살아남는 방법 중에 하나는, 현지의 친한 친구들을 많이 만드는 것일수 밖에 없다. 처음에는 아쉽고 조금 손해를 본다고 생각이 들더라도, 먼저 다가가고 먼저 베풀고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하고 그런 것들이 나중에 나에게 다시 배려와 존중으로 돌아온다고 생각하자. 나를 조금만 낮추고, 먼저 다가가면 하나 둘 마음을 여는 친구들이 생기고, 그런 친구들이 생기면 새로운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계속 만들어지게 될 것이다. 일이든 공부든, 그리고 사람을 사귀는 것이든, 우리는 항상 성공할 수는 없다. 꾸준히 지속적으로 노력하면서 때로는 성공하기도 하고 때로는 실패하기도 하면서 조금씩 성취해나가는 것이 순리이기 때문에, 인내심을 가지고 포기하지 말고 끊임없이 도전을 하면 언젠가는 믿을만한 독일인 친구나 동료가 하나 둘 쯤은 생기게 될 것이다. 융통성 없고 재미도 없는 까다로운 독일인 중에도 확률적으로 우리와 죽이 잘 맞는 인간이 하나 둘 쯤은 있을 것이고, 그런 독일인을 만날 때까지는 시간과 노력, 그리고 운이 따라야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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