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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금호 Dec 09. 2019

프랑크푸르트 짧은 여행 후기

우리 회사에서는 매년 11월에 프랑크푸르트 메세에서 열리는 "Formnext"를 무척 중요시 여기고 참가하고 있다. 작년에는 신제품 2종을 선보이며 많은 관심을 끌어내었고, 올해는 그 중에 1종이 출시되어 전시회의 주역이 되었다. 작년의 경우, 회사 동료들이 직접 운전을 하고 단체로 전시회 참관을 하고 왔었는데 베를린-프랑크푸르트 간의 거리도 거리지만, 정체 때문에 엄청나게 많은 시간을 길에서 허비하고 정작 전시회는 1~2시간 밖에 못봤다고 했었다. 그래서인지, 올해는 다들 기차를 타고 전시회에 다녀오는 것 같았다. 독일에 온지 거의 1년반이 훌쩍 넘었음에도 아직 한번도 프랑크푸르트에 갔다오지 않았던터라, 금요일에 전시회 참관을 하고 토요일에는 자유 관광을 한 다음, 일요일에 돌아오는 짧은 여행을 계획하게 되었다. 물론 저가항공인 "이지젯"을 이용했고, 숙소도 이벤트를 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의 "호스텔"을 예약했다. 결과적으로 보면 이번 여행에서 가장 만족스러웠던 부분은 저가항공과 싸구려 호스텔 정도 였을 뿐이었다. 가장 싼 항공 티켓 (1인당 왕복 7만원짜리)을 구매하느라 새벽 4시부터 공항 가느라 설치고, 계속 졸아대면서 도착한 프랑크프루트의 첫 인상은 "에스반이 베를린과 달리 무척 깨끗하고 조용하다"라는 것이었다. ㅎㅎ 그 다음에는 베를린에서는 보기 힘든 깨끗하고 모든 것이 새로 만들어진듯한 도로와 건물들의 모습들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마치 한국의 신도시를 보는듯한 기분이 들어서 그다지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프랑크푸르트에 가기 전이나 후에 주변의 동료들에게 물어봤을때, 프랑크푸르트에 가봤다는 동료가 극히 적었고 갔더라도 박람회 참관 등의 이유였다는 것이 비로소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베를린를 너무 사랑하는 우리 입장에서 프랑크푸르트는 그저 지루한 회색 도시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지금 회사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비로서 3D 프린터가 어떤 원리로 동작을 하고 어떻게 응용될 수 있는지를 배운터라, 회사 내에서 회사 장비들만 보았기에 Formnext에 출품된 다양한 3D 프린터들과 다양한 필라멘트 등은 무척 인상적이고 여전히 배울 것이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근 1주일간 현장에서 고생한 회사 동료들과 만나서 인사를 나누었는데, 전날에 전시회에 참가한 모든 회사 직원들이 참여하는 큰 파티가 있었던 듯, 다들 숙취로 고생하는 듯했다. 금요일이 마지막 날이었고 오후에 일찍 종료가 되기 때문인지 전체적으로 가라 앉은 분위기에 관람객이 많지 않아서 둘러보기에는 좋았다. 글로벌 브랜드를 가진 업체들 외에도 중국 회사들의 모습을 여기 저기서 볼 수 있었다. 초기의 3D 프린터 시절보다는 확실히 자리를 잡은 산업이라는 것이 느껴졌지만, 여전히 앞으로 가야할 길 또한 만만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혀 상상도 못한 방법으로 3D 프린팅된 캐릭터 피규어나 다양한 제품, 시제품 등을 보니 여전히 놀랍기는 하다. 그나저나 전시회가 열리는 메세는 개인적으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규모가 커서, 찾아가는데 꽤나 고생을 했다. 에스반을 타고 갔으면 훨씬 수월하게 찾아갔을텐데, 숙소에서 1정거장 거리라서 짐을 맡기고 그냥 걸어가자고 했던 것이 큰 실수였다. 한참을 뺑뺑 돌아서 찾아간 입구에서는 검표 후 다시 셔틀 버스를 타고 해당 건물까지 이동을 해야 했다. Formnext 입장권은 행사 기간 동안 무료로 에스반이나 버스 등을 이용할 수 있어서 도움이 되기도 했다.



이번에 2박을 숙박한 a&o 호스텔은 가격이 저렴하고 시설이 무난해서인지 외국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듯했다. 정말 다양한 국가에서 온 다양한 사람들이 체크인을 하는 모양이었고, 꽤나 시끄럽고 활기 찬 분위기였다. 로비 옆에는 바로 "바"가 붙어있어서 간단한 스낵이나 인스턴트 식품과 함께 생맥주, 병맥주 등을 판매한다. 밤 늦게 집사람과 2차례 술을 마셨는데, 프랑크푸르트의 생맥주 맛도 괜찮았고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다. 그동안 에어비앤비 아니면 호텔을 이용하다보니 이런 시끄럽고 정신없는 분위기는 오랜만이어서 인지 오히려 만족도가 높아지는 듯하다. 야간에 교대 근무로 일하는 직원 중 한명이 "한국학"을 전공한다면서, 한국어로 말을 걸어와서 깜짝 놀랐다. 하긴 베를린의 애플스토어에서 한국어를 하는 외국인 직원을 만나기도 했고, 회사 근처의 자주 방문하는 베트남 식당에서도 한국어를 하는 외국인 직원을 맨날 보기 때문에 신기한 일은 아니지만, 전혀 상상도 못한 곳에서 우리말을 하는 외국인을 만나는 것은 언제나 재미있다. 마지막날 아침에만 조식을 먹어보았는데, 역시나 "조식 포함"으로 예약하지 않기를 잘했다. 그리 나쁘지는 않았지만 가성비는 떨어진다고 해야할까. 그래도 야채가 싱싱하고 치즈도 괜찮았다. 우리는 싱글베드 2개가 붙어있고 옆에 2층 침대가 따로 있는 패밀리룸에 묵었는데, 하이쭝이 정말로 강력하게 뜨거운 것도 마음에 들었고 샤워실과 화장실이 분리되어 있는것도 좋았다. 그래서인지 전시회 관람을 마치고 체크인을 한 이후부터는 관광은 하지 않고 일요일 아침까지 다들 숙소에 쳐박혀서 푹 쉬기만 했다. 이럴거면 왜 프랑크푸르트까지 왔는지 모르겠지만, 뭐 가끔은 이런 식의 여행도 괜찮지 않을까 한다.


https://goo.gl/maps/AgqXxEYMdNsnRaZy9


첫날 금요일 저녁에는 어디에 괜찮은 식당이 있는지 몰라서, 전시장 찾아갈때 보아두었던 "스카이라인 플라자"라는 대형 쇼핑몰로 가서 KFC로 저녁을 떼웠다. 베를린에 중심가마다 있는 "아카덴"과 같은 스타일인 것 같은데 규모는 훨씬 더 컸고 (마치 한국의 대형 쇼핑몰을 보는 듯), 우리 부부가 다니는 피트니스 & 스파 체인점도 있을 뿐만 아니라 왠만한 것은 여기에서 다 해결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모양새였다. 물론 예상은 했지만, 프랑크푸르트 어딜 가나 베를린보다 우리말이 많이 들리는 편이다. KFC로 배를 채우고 숙소로 가는길에 우연히 발견한 중식 라면 전문점을 그 다음날 토요일 점심 때 방문해보았다. 기대했던 대로, 일본식도 아니고 한국식도 아닌, 정통 중국식 라면을 제대로 맛볼 수 있어서 대만족이었다. 그런데 맥주를 팔지 않아서 "라면과 낮술"이라는 공식을 완성하지 못해서 아쉬었다. 역시나 현금으로만 결제 가능하고, 구글 지도에는 아직 등록되지 않은 듯.



토요일 저녁에는, 금요일에는 오후 3시까지만 해서 실패했던 숙소 바로 앞의 맛집(!?)이라는 베트남 식당을 방문하였다. 베를린에서 보던 여느 베트남 식당처럼 생겼고, 쌀국수의 맛은 베를린의 단골집들보다 심심한 스타일이었지만 그럭저럭 먹을만은 했다. 다만, "맛집"이라고 부르기에는 뭔가 아쉽다. 그러고 보니 일부러 프랑크푸르트까지와서 패스트푸드 아니면 아시안 식당이라니... 뭔가 아쉽지만, 이미 여행 자체는 의도와 다르게 흘러가고 있던 중이라 다 포기하고 그저 뭐든 먹고 마시고 쉬는데만 집중했다.

https://goo.gl/maps/wwCVchDidH4JeNTSA


2박 3일의 짧은 여행이었고, 프랑크푸르트에서 한 것이라고는 전시회 관람과 식당에서 밥먹기, 숙소에서 누워있거나 맥주 마시기 밖에 없다보니 별다른 소감이랄게 없다. 하지만, 아마도 우리 가족은 특별한 일이 없는한 다시는 프랑크푸르트로 여행을 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한국에서 40년 넘게 살아온 우리가, 고급차와 세단이 상대적으로 더 많은 회색 도시에 굳이 다시 찾아갈 이유는 없지 않겠는가. 익히 알고 있듯 프랑크푸르트 공항이 크고 거대한 것 정도는 부럽기는 하다. 시외 버스 터미널 같이 생긴 베를린 테겔 공항보다는 아무래도 훨씬 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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