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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금호 Jul 19. 2021

독일 IT 취업 : 독일 남부 휴가 여행

무려 1년반만에 가족 휴가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독일에서 백신 1차 이상의 접종자가 60%에 가까워지면서, 독일의 코로나 확진자 수가 예전에 비하면 크게 감소하는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6월초에 우리 가족도 미성년자인 아들을 제외하고는 3사람 모두 아스트라제네카 1차 백신을 접종하였고 베를린의 락다운이 풀리고 베를린의 확진자 수도 10만명당 10명 이내로 줄면서 이번 여름 휴가는 갈수 있을 것으로 보여서 회사 동료들처럼 7월 중에 1주일 휴가를 내었다. 다른 동료들은 2~3주 정도를 다녀오는 것 같은데, 코로나 상황이 어떻게 변화할지 모르겠고 가을쯤에 백신 2차까지 접종을 마치신 장인어른, 장모님께서 독일에 오실지 몰라서 휴가를 남겨놓을 필요가 있어서 1주일만 휴가를 낸 것이다.


작년 여름 코로나가 잠시 소강상태가 되었을때 모두가 신나게 휴가를 다녀왔을때, 우리는 가을 여행을 계획했다가 휴가 시즌 이후 코로나 확진자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베를린의 상황이 갑자기 안좋아지는 바람에 가을 휴가 계획을 취소해야 하는 쓰라린 경험이 있다보니, 올해에는 여름 휴가를 갈수 있는 상황이 되면 일단은 남들처럼 다녀오기로 한 이유도 있다. 이번 여름 휴가를 다녀와보니, 여름 휴가 시즌이 끝나면 또다시 독일의 코로나 확진자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위험 지역에도 휴가를 가겠다는 독일인들이 25%나 된다는 설문 결과도 있을 정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인들에게 여름 휴가는 무엇보다 중요한 일임은 틀림이 없다. 내 자신에게도 무려 1년반이나 이어진 코로나 락다운과 재택 근무로 인한 피로감을 모처럼의 여행으로 풀어낼 수 있는 중요한 휴가이기도 했다.


이번 휴가 여행은 베를린 -> 뉘른베르크 1박 -> 징겐(보덴제) 6박 -> 뉘른베르크 1박 -> 베를린으로 이어지는 8박 9일간 약 2000km에 달하는 장거리 운전이 필요한 여행이었다. 베를린에서 보덴제까지는 800km에 가까울 정도로 먼거리라 일부러 중간 기착지로 뉘른베르크를 선택한 것이었다. 작년 가을 휴가를 취소하면서, 에어비앤비 한국 CS 담당자의 행태 때문에 에어비앤비 앱을 삭제해버렸기에 부킹닷컴을 이용하여 호텔을 예약했다. 그동안 에어비앤비를 이용하면서 생각보다 만족도가 높지 않았기에 아쉬울 것은 없었고, 부킹닷컴의 좋은 점은 예약시 굳이 결제를 할 필요없이 호텔 체크인시에 결제가 가능하다는 것과 전날까지 무료 취소가 가능한 점 등이 있다. 요즘과 같이 코로나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시대에서는 이러한 부분은 중요할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번 여행을 하면서 새삼 느끼게 된 것이지만, 독일 호텔이나 독일 레스토랑 중에는 강아지 친화적(Hundefreundlich)인 곳이 많아서 강아지와 함께 여행을 하는 것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추가 요금을 내더라도 강아지를 위한 웰컴킷을 제공해주고, 강아지와 함께 숙박을 하거나 식사를 하는 것을 최대한 지원해주는 호텔과 레스토랑의 서비스는 아주 만족스러웠다. 또한, 이번 여행에서 가장 만족스러웠던 부분은 호텔의 퀄리티나 여행지에서의 관광 등보다도 호텔 직원들의 아주 친절하고 친근한 서비스였다는 점이다. (이런 부분은 에어비앤비에서는 경험할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특히 징겐에서 6박을 하는 동안 우리 가족에게 많은 도움을 준 여직원과 뉘른베르크에서 2박을 할때 역시 신경을 많이 써준 남직원은 이번 여행이 멋진 여행이 되는데 큰 기여를 해주었다. 두 호텔의 조식 책임자로 보이는 멋진 두 여성분 역시 활기차게 매일 아침을 시작하고 맛있는 아침식사를 즐길수 있도록 해주었다. 낯선 여행지에서만 느낄수 있는 기분도 중요하지만,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 여행이었다.


1. 뉘른베르크

이번 휴가 여행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곳이었다. 일정상 뉘른베르크 전체를 둘러볼 기회는 없었지만, 호텔의 위치가 구도심(Alt Stadt) 바로 옆이라 충분히 둘러보고 즐길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뉘른베르크 호텔의 경우에는 체크인시에 코로나 테스트 음성 결과를 제시해야했기 때문에, 첫날에는 집근처에서 빠른 테스트를 받아서 결과를 보여주었고 마지막날에는 호텔 근처의 테스트스테이션에 예약을 하고 테스트를 한 다음 결과를 보여주어야 했다. 예전의 성곽이 그대로 남아있어서 성곽 안쪽에 빽빽하게 관광지로 잘 조성된 곳이었다. 반나절 정도 돌아다니면 충분히 둘러볼 수 있을 정도이고, 굉장히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서 야외에서는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됨에도 일부러 마스크를 쓰고 다녔던 곳이기도 하다. (참고로 요즘에는 독일인들 중에서도 야외에서 일부러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https://goo.gl/maps/Rs8EDydwqmAx8WC97


첫날 뉘른베르크에 도착해서 추천을 받은 정통 독일식 레스토랑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꽤나 많은 손님이 끊임없이 들어오는 인기가 많은 곳이었고, 직원들도 친절하고 강아지 친화적인 레스토랑이었지만 아쉽게도 음식은 우리의 입맛에 맞지 않았다. 쏘세지 12개와 양배추 절임, 빵이 한꺼번에 나온 것이 뉘른베르크식 메뉴라고 하는데 늘 먹던 쏘세지 12개가 한번에 나온 맛이었다. ㅎㅎ 껍질이 바삭한 학센이나 슈니첼은 이전에 먹어본 것들에 비하면 역시 아쉬었다. 물론 맥주야 훌륭했지만 경험 증진 차원에서 들른 것에 만족해야 했다. (4인 팁포함 75유로)

https://g.page/Hexenhaeusle?share


오히려 중앙역과 연결되는 통로 입구에 있어서 그저 비싸기만 하고 맛이 없을 것 같았던 곳의 음식이 괜찮았다. 마지막날 또다시 1박을 하기 위해 같은 뉘른베르크 호텔에 묵었는데, 피곤하기도 해서 맛집을 찾기보다는 그냥 가까운데 아무데나 들어가서 저녁 식사를 하기위해 들어갔다. 메뉴판을 열심히 공부한 끝에 그동안 먹어보지 않았던 "타타르" (서양식 육회)를 주문했는데, 빵에 발라서 먹으니 생각보다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집사람이 주문한 굴라쉬 스프도 예상보다 맛이 있었다. (2인 팁포함 45유로)

https://goo.gl/maps/9BMP1vV5pcDyrqr47 


2. 징겐

우리 여행의 목적지인 "보덴제(Bodensee)" 근처에는 숙박에 적합한 지역이 몇몇 있는데, 4인 가족 + 강아지 동반이라는 조건에 괜찮은 호텔들은 이미 예약이 꽉차있어서 어쩔수 없이 스위스에는 가깝지만 보덴제의 서쪽 끝에 위치한 징겐에 숙소를 잡게 되었다. 그래서 당연히 위치상으로는 썩 좋지 않았지만 꽤나 마음에 드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좋은 호텔이었고 우리 가족의 만족도도 높았다. 특히 침실 2개, 거실이 연결되어 있는 4인실이 있어서, 가족들과 강아지가 6박 7일 동안 함께 지낼 수 있어서 아주 좋았다. 프론트 직원에게 물어보니 스위스의 경우에는 코로나 테스트 없이 다녀올수 있다고 하는데, 당시 스위스의 코로나 상황이 독일보다 심각한 상황이라 가지 않기로 결정했다. (오스트리아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고해서 오스트리아는 일찌감치 제외) 예약 당시에는 체크인시 코로나 테스트가 필요하다고 했으나, 체크인 당일에는 별도의 코로나 테스트가 없어도 된다고 했다. 아무래도 보덴제 근처는 유명한 관광지이다보니, 관광객 유치를 위해 번거로운 과정을 없엔 듯한데 반드시 좋은 것이라고 할수는 없다.

https://g.page/hoteltrezor?share


매일 저녁 아주 피곤하지 않으면 호텔 바에서 맥주와 스낵을 즐기면서 하루를 마감했다. 처음에는 무조건 빵이 딸려나오는 스낵 중에서 어떤것이 우리에게 좋을지 몰라서 이것 저것 시켜보았는데, 나중에는 세르비안 스튜와 인디안 스튜를 알게되어 이들을 주로 주문했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스낵은 Wurstsalat이었는데 샐러드를 주문했는데, 잘게 자른 햄(쏘세지?)이 듬뿍 나오는 것이 아닌가. 맛은 괜찮았지만 야채가 이토록 빈약한 샐러드는 본적이 없어서 나름 충격이었다. (2인 팁포함 35~45유로)


프론트 직원의 추천을 받아서 찾아간 비엣남 식당. 독일에서는 왠만하면 비엣남 식당에서 크게 실망하는 일은 없는 듯하다. 전반적으로 대부분의 음식 맛이 괜찮았고 연어를 충분하게 많이 넣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망고라시는 너무 밍밍했지만 큰 기대하지 않고 갔는데 생각보다 괜찮은 식당이었다. (4인 팁포함 75유로) 

https://goo.gl/maps/wPUsdUTeA8Ac1fVQ8


역시 호텔 직원의 강력 추천(!)을 받아서 예약하고 찾아간 퓨전 스타일 파인 다이닝이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만족도가 높았고, 정말로 돈이 아깝지 않게 즐겁고 맛있게 식사를 했던 레스토랑이기에 징겐에 들를 일이 있다면 꼭 찾을 것을 추천한다. 겨우 인구 4만에 불과한 소도시에 이 정도 수준의 레스토랑이 있다는게 정말 놀랍다. 쉐프가 1kg짜리 토마호크 고기를 보여주며 추천을 해서 주문을 했는데, 쉐프의 솜씨가 훌륭해서 앞쪽은 미디엄으로 안쪽은 미디엄 레어로 익혀서 우리 부부가 정말 맛있게 즐길 수 있었다. 아이들이 주문한 파스타도 좋았는데 특히 버섯향이 진하게 나는 버섯 파스타는 일품이었다. 전체로 먹었던 아시안 스프나 샐러드 역시 별로 특별할 것 없는 메뉴임에도 정말 맛있게 먹었을 정도였다. 또한 쉐프를 포함한 모든 직원들이 유쾌하고 친절해서 마음에 쏙든다. 물론 강아지도 함께 입장 가능 (4인 팁포함 181유로)

https://g.page/kreuzsingen?share


독일에서의 인도 식당도 실패할 확률이 낮은 메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인도인 동료들이 추천하는 곳은 그리 많지 않지만. ^^ 프리드리히스하펜에서 가족들과 쇼핑하다가 점심을 먹기위해 들른 인도 식당인데 괜찮았다. 양고기 커리, 치킨 커리, 치킨 치즈와 망고라시를 주문하였다. 역시 인도 음식은 망고라시와 함께 즐기는 것이 기본. (3인 55유로)

https://goo.gl/maps/sTQyfjWh3UTQz1dG8


3. 콘스탄츠

호텔 근처에서 "코인 빨래방"을 찾다가 여행 기간 동안 빨래하기 위해 2번 방문한 곳이다. 보덴제를 가로지르는 유람선(!?)이 왕복하는 항구가 있다. 바다 같이 넓은 호수를 감상하기에 좋고 스위스에 인접한 국경도시이다보니 스위스 사람들이 쇼핑을 하기위해 많이 찾는 듯 쇼핑하기에도 무척 좋은 곳이다. 우리 가족들도 신나게 아웃렛을 돌아다니면서 이것 저것 많이 쇼핑을 했다. 코인 빨래방인줄 알고 찾아간 세탁소는 빨랫감의 양에 따라 12~19유로 정도를 지불하면 세탁 및 건조를 해준다. 전형적인 독일인처럼 무뚝뚝하지만 친절하고 영어도 잘하는 독일인 아주머니께서 운영을 하시며, 오후 2시에 닫으니 그전에 맡기고 찾아가야 한다. 쇼핑 중심지이다보니 코로나 테스트스테이션도 있다. (예약 필수)

https://goo.gl/maps/akTG4XAUdSpigpcW7


4. 프리드리히스하펜

체펠린 박물관에 가기위해 방문한 곳인데, 방학 기간에 휴가 기간이 겹쳐서인지 박물관에 사람이 엄청나게 많아서 (독일 기준) 포기해야 했다. 대신 구도심을 둘러보며 쇼핑을 했는데, 자그마한 구도심에 적절하게 쇼핑몰들이 잘 배치되어 있어서 관광객들의 지갑을 잘 털수 있도록 설계 되어 있었다. 다만, 예상보다 숙소가 있는 징겐에서 꽤나 멀어서 (왕복 80키로 정도) 동남쪽으로 좀더 가야하는 린다우에는 가지 않기로 했다. 이번 여행을 계획하면서 보덴제가 실제로 이렇게 큰 호수일줄 미처 몰랐던 것이다. 또한 회사 동료들이 추천해준 주변 다른 도시나 관광지는 2시간 이상 차를 몰고가야 해서 엄두도 내지 못했다.

https://goo.gl/maps/EfQUAK68pwu5sQmn7


5. 미르스부르크

역시 제펠린 뮤지엄 때문에 찾아가게 된 곳인데, 이번 여행에서 방문한 도시 중에 가장 관광지다운 곳이었다. 작은 마을에 옛날 건물들이 빽빽이 들어차 있어서 관광지스러운 곳이었고, 이것 저것 둘러볼 곳이 많았다. 막상 찾아간 제펠린 뮤지엄은 개인 소장품들로 운영되는 작은 개인 박물관이어서 실망스러웠지만, 박물관을 운영하시는 친절한 독일인 아주머니 덕분에 좋은 추억을 얻을 수 있었다. 어눌하게 독일어를 하는 한국인이 신기하셨는지 몸이 불편하신데도 일부러 많은 것을 설명해주시고 관심을 가져주셨다. 또한 여행 기간 내내 찾아 헤메던 해당 지역 스티커를 구입할 수 있었던 곳이기도 하다. (캐리어에 붙이기 위해 보덴제, 바이에른 스티커 두개를 샀는데 각각 2.5유로씩이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이런 스티커는 어디서든 찾기가 쉽지 않았다.)

https://goo.gl/maps/SuEGn4S1LNRkyWgXA


8월초에 예약되어 있는 코로나 2차 백신을 맞고나면, 가을쯤에는 다시 휴가 여행을 갈수 있을 것 같은데 앞으로 독일이나 다른 나라들의 코로나 상황이 어떻게 될지는 두고 봐야할 것 같다. 이번 여행의 관광지에서 마주친 관광객들에게 마스크가 일상화 되어있기는 했지만, 여전히 위험해 보이는 상황이 많이 보였고 이런 이유로 휴가 시즌이 지나면 코로나 확진자 수가 다시 증가할 수 밖에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또한 휴가 기간 동안 독일 서부에서는 홍수로 인해 많은 사망자와 실종자가 나온 안타까운 자연 재해가 발생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는 독일 역시 피해갈 수 없는 현실임을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보인다. 이미 예전보다 훨씬 더운 여름과 더 많이 내리는 비와 눈 때문에 다들 걱정을 하고 있는 분위기였었다. 이런 시국에 속 편하게 휴가를 다니는 것도 그렇기는 하지만, 간만에 휴가를 가서 재충전하고 왔으니 내일부터는 다시 힘을 내서 일상으로 돌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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