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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금호 Jan 05. 2020

독일에서 두번째 차 구입하기 #2

신용 사회란 무엇인가? 독일에서 중고차 처분하는 방법은?

1. 은행 업무 처리


한국의 금융 시스템을 이용하다보면 (제1금융권이든 제2금융권이든) 항상 느끼는 점은 "은행원들이 마치 자기 자신의 돈을 빌려주는 것처럼 군다"라는 것이다. 이들은 한낮 금융 회사의 일개 직원임에 불구하고, 자신들의 주머니에서 돈을 빌려주는 것도 아닌데, 마치 자신이 소유한 자산에서 돈을 꺼내서 빌려주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 이것은 어느 은행에서 일을 하든 비슷비슷하며, 더욱 가관인 것은 수시로 담당자가 바뀌는데 그때마다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항상 과정이나 결과는 달랐다. 운이 좋게 일을 잘하는 담당자를 만나면 모든 것이 행복하게 보이고 깔끔하게 일이 진행되지만, (대부분에 해당되는) 일을 못하는 담당자를 만나면 똑같은 일이라도 짜증나고 힘들게 진행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들에게는 담보 대출이나 신용 대출이나 큰 차이가 없으며,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얼마나 오랫동안 어떠한 실적과 신용을 쌓아왔는지에는 큰 관심이 없고, 오로지 자신들이 일을 진행하는데 필요한 서류가 제대로 갖춰져있는지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다. 그러한 금융 시스템 속에서 사업을 해보았고, 몇번의 집 구입과 몇채의 오피스텔 구입, 다수의 차량 구입 등을 해보면서, 더럽고 치사하지만 어쩔 수 없고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 울며 겨자먹기로 이용해왔던 경험이 많다. 그래서, 독일에 와서 가장 궁금했던 것 중에 하나는 독일의 금융 시스템은 어떠한가였다. 그래서 두번째 차를 구입하기로 마음을 먹으면서, 전액 현금으로 지불했던 첫번째 차량 구입과는 달리, 일부러 할부로 구입을 진행해보기로 했다. 


작년에 필자는 독일에 오자마자 집 근처의 도이체방크를 방문해서 담당자 사무실에서 계좌를 개설했었다. 이때부터 필자는 은행 담당자와 주로 이메일로 연락을 하면서 은행 관련된 업무에 대한 문의를 계속 해왔는데, 빠른 피드백과 친절한 답변에 만족도가 높은 상황이었다. 한국 같으면 전화를 하거나 직접 방문을 해야하는 경우가 많았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이메일만으로 쉽게 커뮤니케이션이 되고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일단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서비스이다. 그래서 독일에서는 필수인 책임보험을 가입할 때에도, 해당 담당자에게 도이체방크와 협업하는 보험 회사를 소개 받아서 편하게 가입을 하기도 했다. (가입은 하지 않았지만, 공보험과 비교를 해보기 위해서 사보험에 대한 상담을 받기도 했다) 회사 동료들이나 친구들이 계좌 유지비를 내지 않아도 되고 수수료가 적게 드는 다른 은행들을 추천했지만, 굳이 계속 도이체방크를 이용하는 이유 중에 하나인 셈이었다. 또한 한국의 은행 시스템에 비하면, 도이체방크 앱을 이용하거나 인터넷 뱅킹을 이용하는 것 또한 무척 쉽고 편리한 것 또한 직접 은행을 방문할 이유가 없기도 했다. 그래서 이메일 문의와 아이폰 앱만으로 큰 문제 없이 은행 업무를 처리해왔다. 그래서, 이번에도 혹시나 하고 차량 구입에 대해서 이메일로 물어 보았다. 이 때 필자가 이메일에 첨부해서 보낸 것은 여권, 비자, 마지막 달 급여 명세서 사본이 전부였다. 그랬더니 방문 약속을 잡고 직접 상담해보자고 회신이 왔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초기에 계좌를 개설하거나 책임보험 가입을 할때 만난 이후, 거의 1년 반 동안은 직접 만날 일이 없었고 수시로 이메일로만 연락하던 사이이다보니 담당자의 얼굴조차 기억이 안나는 상황이었다. 약속 당일날 은행을 방문하니 자기가 먼저 알아보고 다가와서 2층의 자신의 사무실로 안내를 했다. 맛있는 커피와 물 한잔을 가져다 주고, 상담이 시작되었는데 솔직히 말하면 너무나 쉽게 술술 진행이 되는 것이 꽤나 적응이 힘들었다. 한국 같으면 요구하는 필요 서류도 많고, 따지는 것도 많고, 이래서 어렵고 저래서 어렵고 어쩌고 저쩌고 말이 많을텐데 도이체방크 담당자는 차량 구입을 위해 내가 어느 정도의 금액이 필요한지, 한달에 어느 정도를 지불하기를 원하는지만을 물어보고 곧바로 몇개월 동안 매월 얼마 정도를 갚으면 되는지 금방 결과를 뽑아 주었다. 남은 비자 기간보다 대출 기간이 더 길었는데도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만일에 나 자신의 예상치 못한 상황 (사망이나 실직 등)에 대한 보험만 가입할 수 있다면, 진행은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즉, 도이체방크는 지금까지 내가 독일 회사에서 근무하면서 급여를 받았던 내역과 매월 월세를 냈던 히스토리만으로 충분히 대출이 가능하다는 판단이 되는 것이고, 나라는 개인에 대한 최악의 경우에 대한 대비만 된다면 대출은 어렵지 않다는 것이었다. 굳이 차 따위를 담보로 잡을 필요도 없이 나의 "생명"과 신용을 담보로 하겠다라는 것이다. (한편으론 이것이 더 무섭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 다음에 대부분의 시간은 우리 가족의 독일 생활이나 나의 독일 회사 생활에 대한 이야기 등을 하면서 한시간 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항상 이 은행 담당자에게 감사한 것은 나의 질문에 대해서 성심껏 답변을 해주었고, 우리 가족에 대해서 호감을 가지고 있어서 늘 기꺼이 도움을 주려고 한다는 점이다. 그렇게 화기 애애하게 상담을 마치고 대출 가능 여부을 곧 알려주기로 했다. 바로 다음날, 담당자는 승인이 났으니 진행을 원하면 알려달라는 메일을 보내왔다. 앞서 제출한 서류 이외에 추가로 준비할 서류는 없었고, 대출 신청 서류와 생명 보험 신청 서류에 사인만 하면 되었다. 대출 승인 연락을 받고 차량 매장들을 방문하면서 최종적으로 어떤 차를 구입할 것인지 결정을 했다. 그런데, 실제 대출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놀라웠던 점은, 차량 구입을 위한 대출 금액을 자동차 회사로 직접 보내는 것이 아니라, 나의 개인 계좌에 덜렁 직접 넣어주었다는 것이다. 이런 식이면 차량을 구입하겠다고 대출을 받아놓고 다른 용도로 써도 되는 것이 아닌가? 물론 은행 입장에서야 입출금 내역을 확인하면 쉽게 어떤 용도로 사용했는지 금방 알수 있겠지만, 한국 같으면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진 셈이다. 내가 직접 Autohaus에 돈을 보내야했기 때문에, 이체 한도 증액 신청을 하고 한국으로 송금하는 방법 등을 배우고 은행 업무를 마쳤다. (이체 한도를 증액이나 축소하는 것은 인터넷 뱅킹에서 가능) 그리고 원하는 날짜에 대출금액이 들어왔고, 아이폰 앱으로 Autohaus에 송금을 함으로써 모든 것이 끝났다. 이 모든 과정을 진행하면서 느낀 점은, 한국의 경우 대출 받는 사람을 믿지 않은 상황으로 프로세스가 진행된다면, 독일의 경우 대출 받는 사람을 믿고 프로세스가 진행된다는 것이다. 도이체방크 입장에서 보면, 비록 독일 회사 근무 내역과 급여 수령 내역 그리고 월세 지불 내역이 있다고 하더라도 필자는 영주권도 없이 유효 기간이 있는 비자를 가지고 있는 "외국인"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의심을 가지거나 담보물을 요구하지 않았다는 것이 놀라웠다. 한국에서도 같은 조건의 외국인이 이렇게 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는지 정말로 궁금할 따름이다.


나중에 외국인 친구들에게 들은 이야기로는, 이런 식으로 은행에 대출 문의를 하고 승인 가능 여부를 조회했을 경우 주의해야할 점이 있다고 한다. 독일의 모든 은행은 이러한 정보가 공유가 되기 때문에, 대출 문의와 승인 가능 여부 조회만 하고 대출을 진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은행에 가서 같은 식으로 문의 및 조회를 반복하게 되면, 내부적으로 패널티를 주고 세번째에는 대출 거부를 할수도 있기 때문에 주의를 해야한다고 한다. 전산 시스템에 올리지 않으면 상관없지만, 전산 시스템에 올라가는 순간 모든 정보가 모든 은행에 공유가 되기 때문에 쓸데 없이 자신의 신용을 깎아 먹는 행동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한다. 아무튼, AutoHaus를 끼고 대출을 진행했을 때보다 낮은 이율 (아직 은행 거래 실적이나 신용도가 측정 기간이 길지 않기 때문에 은행 평균보다는 조금 낮은 이율)로 원하는 금액을 쉽게 대출을 받았기 때문에, 전반적인 차량 구입 과정은 원활하게 진행되었고 2주 이내 (워킹데이 10일 이내)에 원하는 차량을 빠르게 출고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다. 한국에서 차량을 구입할 때와 비교를 하면, 너무나도 쉽고 편하게 진행되어 허탈하기까지 한 지경이다. 며칠 후 집으로 내가 사인한 서류 중에 한부가 왔는데, 여전히 담당자가 손글씨로 직접 쓴 다음과 같은 메시지가 같이 들어 있었다. 


2. 차량 출고 및 소감


요청한 날짜에 나의 계좌로 대출금이 들어온 것을 확인하였고, 곧바로 Autohaus에 도이체방크의 iOS 앱을 이용하여 송금을 한 다음, 송금 내역을 차량 판매 담당자에게 이메일로 보낸 것으로 내가 해야하는 모든 일은 끝났다. 차량 판매 담당자는 차량 출고 전까지 진행 상황을 이메일을 이용하여 수시로 알려주었고, 내가 궁금한 점도 계속 이메일로 문의를 했다. 드디어 차량 출고날이 되었고, 집 사람은 폴로를 몰고 매장으로 향했고 나는 회사에서 일찍 퇴근해서 U-Bahn과 자전거를 타고 매장으로 달려갔다. 폴로 차량을 넘기고 폴로 판매 서류에 사인을 마치고 나니, 점검을 마치고 깨끗하게 세차된 우리의 차를 인수 받을 수 있었다. 신차가 아니어서인지 자세한 설명은 안해주는 것 같아서, 차량 상태를 확인하고 3열의 시트를 폴딩했다가 펴는 방법만 물어보았다. 타고온 자전거를 수납해보니, 폴로와는 비교도 안되게 광활한 적재 공간을 실감할 수 있었다. 곧바로 공항으로 가서 부모님과 동생 가족을 마중나가야 해서 인수 받은 차를 운전하고 공향으로 향했다. 폴로를 구입했을때도 만땅으로 주유가 되어 있어서 놀란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 샤란도 60~70% 정도 연료가 주유되어 있는 상태였다. (아마도 폴로보다 연료 탱크가 커서 만땅으로 채우지는 않은듯) 차가 큰 편임에도 운전은 어렵지 않았고, 가솔린이라 엔진 소리도 조용하여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 깜짝 놀란 것은 한국에서 구입했었던 골프처럼 사이드미러가 전동 모터를 이용해서 접힌다는 점 정도라고나 할까. 그동안 폴로를 운전하면서 주차할때 거의 사이드미러를 접지 않았었지만 (폴로는 수동으로 접어야 했음) 없는 것보다는 낫기는 하다. 또한, 시트를 뒤로 눕히려면 시트에 붙어있는 다이얼을 계속 돌려야 했던 폴로보다 훨씬 쉽게 시트가 누워졌다가 다시 세워지는 것 역시 감동적이었다. (한국 같으면 당연한 것이었음에도 ^^)


차량이 폴로에 비해서 크다보니 승차감이 훨씬 부드럽고 브레이크도 약간 밀리는 느낌으로 동작한다. 아무래도 주차는 약간 불편하지만, 모니터를 통해서 표시되는 전후방 감지 센서 정도면 충분했다. 한국에서 오시는 부모님과 동생 가족들을 한 차량에 모두 탑승해서 베를린과 프라하 관광을 하기 위해 차를 바꾼 만큼, 무엇보다고 궁금했던 것은 2열 시트와 3열 시트에 앉은 승객들의 "승차감"이었다. 2020년 연초에 당일치기 일정으로 베를린에서 프라하로 여행을 다녀왔는데, 샤란으로 왕복 740km 정도 약 10시간 정도의 이동 시간(휴게소에서 식사 및 휴식 시간 포함) 동안 2열 시트와 3열 시트에 앉았던 가족들은 승차감이 좋고 공간이 넓어서 편했다는 것이 아닌가. 특히 기대를 하지 않았던 3열의 경우, 비즈니스 석처럼 무척 편하게 탈 수 있었다는 예상치 못한 반응에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고, 일부러 차량을 바꾼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연료 탱크 용량은 70리터라서 한번 주유로 베를린에서 프라하를 왕복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한국으로 예를 들면 최대 서울-부산 왕복 가능 수준) 개인적으로는 최소 70리터에서 75리터 짜리 연료 탱크를 가진 차량을 선호하는데, 연비가 좋으면서 연료 탱크가 크면 장거리 여행 시에 상당히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타던 E클래스는 75리터짜리 연료 탱크를 가지고 있었고, 가솔린임에도 연비가 나쁘지 않아서 한번 주유로 서울-부산 왕복은 거뜬하게 가능했었다. (최소 800km ~ 최대 900km 주행 가능) 프라하에서 베를린으로 돌아오는 구간에서 연비를 체크해보니 리터당 약 13.3km 정도 (100km에 7.5리터 사용)가 나왔는데, 6명이 탑승한 상태에 아우토반에서 고속 주행을 하면서 평균 시속 120~140km로 달려온 것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연비라고 할 수 있다. 이전에 타던 폴로는 Super E10을 계속 주유했었지만, 샤란은 Super를 계속 주유하고 있다. (두 차량 모두 권장하는 가솔린 RON은 95이다) 프라하에 다녀온 다음, 약 62리터를 주유했는데 기름값은 약 11만원 정도가 나왔다. (독일의 가솔린 값은 한국보다 비싼편이다)

2000년에 첫번째 차를 산 이후로 거의 대부분 5인승 세단만을 구입해왔던 터라, 7인승 차량을 구입해서 타고 다녀보니 확실히 2명을 더 태울수 있다는 점이나 훨씬 더 많은 짐을 실을 수 있다는 점은 큰 매리트가 되는 것 같다. 물론, 한국에서 온 가족들을 모두 태우고 베를린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이곳 저곳 구경을 다닐 때에도 샤란은 충분한 역할을 해주었다. 비록 4인 가족이라고 하더라고, 유럽에서 차량을 이용하여 주변 국가들로의 여행을 자주 다닐 예정이라면 샤란과 같은 7인승은 물론 VW 트랜스포터나 벤츠 V 클래스와 같은 차량들을 강력히 추천한다. (한국식으로 표현하자면 카니발이나 봉고와 같은 차량) 직접 경험을 해보니 장거리 여행시에는 무조건 공간이 넓고 승차감이 편한 차가 최고이기 때문이다.  


3. 기존 차량 처분


한국에서도 워낙 신차를 많이 구입하고, 타던 차량을 많이 처분을 해봐서 기본적인 메카니즘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이해를 하는 입장이었다. 특히 시간과 노력을 더 필요로하는 개인간의 거래보다는 좀더 손해를 보더라도 깔끔하게 전문 업체를 통해 신속하게 처분하는 것을 선호했었기에, 이전에 타던 차량을 처분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최소 5~10개 정도의 중고차 업체와 타이트한 약속을 잡고 해당 업체 담당자들이 방문해서 직접 차량을 검토하고 시운전 등을 해본 다음 금액을 제시하게 했었다. 그렇게 하면 최소가, 최고가 및 평균 가격을 쉽게 알 수 있고 어떤 업체가 가장 적당한지 판단이 쉽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사이트에 들어가서 예약만 하면 내가 원하는 시간에 직접 방문하기 때문에 시간도 절약된다. 경험 상 이보다 조금 더 나은 방법은, 신차를 구입할때 해당 딜러를 통해서 처분하는 방법이다. 딜러들은 자신들이 아는 전국의 중고차 업체들이 많기 때문에 같은 차량이라도 상대적으로 비싸게 팔 수 있는 지역의 중고차 업체를 연결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반 중고차 업체들이 제시하는 금액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기존 차량을 조금이라도 더 비싼 가격에 처분해주는 딜러에게 신차를 구입하면된다. 물론, 필자 가족이 급하게 독일행을 선택하면서 시간적인 여유 없이 불리한 조건에 차량을 처분해야 할 때에도 기존에 거래를 했었던 신차 딜러들의 도움을 받아서 가급적 덜 손해를 보는 방향으로 처분을 했었다.


독일에서의 중고차 처분은 처음이라, 일단 집 근처에 중고차 매입 업체에 메일로 차량 정보를 보내고 전화를 걸어 문의를 해보았다. 우리가 독일에 처음 왔을 때 구입했던 "풀 옵션" 폴로의 경우, 이미 구입할 때부터 감가 상각이 크게 될 것을 감안했기에 기대치를 낮췄음에도, 접촉을 해보니 만만치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폴로를 판매했던 AutoHaus에서는 중고차 매입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샤란을 구입할 때 별로 기대를 하지 않고 해당 AutoHaus에서는 중고차를 매입하는지를 물어봤다. 다행이도 우리가 타는 폴로가 출고된지 얼마 안되는 차량이라 매입이 가능하다고 하면서, 차량 점검을 위해 별도의 날짜를 잡았다. 차량을 점검 후, 이메일로 우리 차량의 상태가 무척 좋다면서 매입 금액을 제시했다. 이미 다른 중고 업체를 통해 매입 가격을 알아본 터라 해당 금액이 나쁘지는 않은 금액임을 알았지만, 그래도 조금 더 높은 금액으로 올려 줄 수 있는지를 이메일로 문의했고 내가 원하는 가격에 해주겠으며 그 매입가가 괜찮은 금액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답장을 받을 수 있었다. 해당 금액에 합의하겠다는 메일을 보내고, 샤란을 인수할 때 다른 AutoHaus에 보관중인 여름용 타이어 함께 폴로를 몰고 가서 넘겨 주기로 했다. 


기존에 폴로를 구입했던 AutoHaus에 이메일을 보내서 보관 중인 여름용 타이어를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물었더니, 24시간 전에만 미리 이메일을 주면 준비해놓겠다고 답이 왔다. 차량을 넘기기 전날에 여름용 타이어와 휠 세트를 찾으러 가기로 하고, 집사람이 해당 AutoHaus를 방문하니 각각의 타이어를 포장해서 이미 준비를 해놓은 상태였다. 그리고 집사람에게 차를 뒤쪽에 대게 하고 덩치 좋은 직원이 폴로에 실어주었다고 한다. 이러한 모든 과정이 전화가 아닌 이메일로 모두 깔끔하게 진행된 것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독일에서는 거의 모든 업무를 이메일로 처리하는 것이 가능하다) 폴로의 여름/겨울 타이어를 교환하러 해당 AutoHaus를 방문하고 맛있는 아침식사를 하던 이벤트를 더이상 즐기지 못하는 것은 진심으로 아쉽다. 새로 구입한 샤란은 4계절용 타이어가 장착되어 있어서 그런 이벤트 자체를 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ㅠㅠ


샤란을 인수하는 날, 폴로를 가져가서 딜러에게 넘겨주고 서류에 사인을 하는 것으로 모든 과정은 끝났다. 매입 금액은 7~10일 정도 후에 입금되는 것이 한국과는 달랐다. (한국은 차량을 넘기는 순간 금액이 바로 입금된다) 독일에 오자마자 급하게 구입해서 그 동안 유용하게 잘 사용했던 차량임에도, 작은 크기 때문에 고생이 많았던 터라 한국에서 만족하면서 타던 차들을 처분했을 때와는 다른 기분이었다. 이로써 독일에서의 첫차를 21개월만에 떠나보내고, 두번째 차량을 소유하게 되었다. 부디 샤란은 오랫동안 우리 가족과 함께 많은 추억을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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