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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금호 Dec 13. 2019

독일에서 두번째 차 구입하기 #1

독일의 선진 은행 시스템과 만족스러운 자동차 판매 및 구입 과정에 대하여

예전에 독일에 오자마자 구입했던 "폴로" 이야기를 하면서, 필자는 한국에서 많은 차량을 구입한 경험이 있다고 언급을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한국에서는 좋은 딜러를 찾는 것이나, 내가 원하는 차를 상대적으로 좋은 조건에 구입하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또한, 20대 중반부터 사업을 시작했고 집이나 오피스텔 등을 구입하거나 차량을 구입 하는 등의 이유로 역시 법인으로든, 개인으로든 다양한 방식으로 수많은 금융 업체을 경험하고 이용해보았다. 그래서 그들의 생리나 이용하는 방법 등을 잘 알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독일에 오자 마자 구입한 "폴로"는 불필요한 시행 착오를 방지하기 위해서 현지 전문가에게 의뢰를 해서 구입했어야 했지만, 지금은 21개월간 독일에서 살아서 어느 정도 적응한 상태이라 한국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직접 두번째 차를 사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번 겨울부터 부모님과 동생 가족의 방문을 시작으로 내년 봄에는 장인어르신과 장모님이 오시기 때문에, 함께 이동이라도 하려면 현재의 "폴로"를 가지고는 어림 반푼도 없다는 것이 첫번째 이유였다. 우리가 독일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기에 앞으로는 양가 부모님들께서 자주 오실 수 있도록 할 생각이기 때문이다. 두번째로는 우리가 주변 국가로 자동차 여행을 떠날때 아무래도 좀더 여유있는 실내 공간과 수납 공간이 절실하게 필요했기 때문이다. "폴로"를 타고 여행이라도 떠날라면, 항상 그에 맞게 짐을 싸는 것이 큰 일이었고 여행 내내 뒷좌석은 애들과 강아지, 짐들로 뒤섞여서 다녀야 하는 불편함이 많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소 6~7석의 실내 좌석을 가진 차량을 알아보기 시작했고, 회사 동료들의 추천을 받기도 했다. 이전에 폴로에 대한 글을 쓸때만 해도 다음차로 C클래스 왜건이나 GLC 정도의 차량을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그 정도의 5인승 차량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 셈이다. 한국에서처럼 차량 두대를 소유하면, 애매한 인원일 경우 두대에 나눠서 함께 이동할 수 있기는 하지만 굳이 그렇게까지는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첫번째로 눈독을 들인 것은 벤츠의 V 클래스와 폭스바겐의 트랜스포터였다. 우리나라로 따지자면 "봉고"를 사야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2년 전쯤에 장인어르신과 장모님을 모시고 제주도 여행을 갔을 때, 6명이서 12인승 스타렉스를 넓직하게 타고 다닌 경험이 있어서 승합차의 실내 공간 위력을 익히 알고 있었다. 스타렉스 자체는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 넓은 실내 공간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https://nashorn.tistory.com/entry/%EB%82%98%EC%9D%98-%EC%9E%90%EB%8F%99%EC%B0%A8-%EC%9D%B4%EC%95%BC%EA%B8%B0-%EC%8A%A4%ED%83%80%EB%A0%89%EC%8A%A4-12%EC%9D%B8%EC%8A%B9-%EB%A0%8C%ED%8A%B8-%ED%9B%84%EA%B8%B0


문제는 독일에서 V 클래스 뿐만 아니라, 트랜스포터와 같은 승합차들의 가격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그나마 상대적으로 저렴(!?) 해보였던 현대 H1 (스타렉스)는 독일에서 단종되었고, 신차 뿐만 아니라 중고차 가격도 최소 4~5만 유로는 훌쩍 넘었다. (승합차를 5천만원 넘게 주고 사는 것은 심적으로 내키지 않았다) 계속 벤츠 공인 중고차 사이트를 모니터링 하던 중에 적당한 가격의 V 클래스 중고 모델을 집 근처의 벤츠 매장에서 발견하게 되었다. 원래 이 벤츠 매장은 신차만 판매하는 곳인데, 큰 건물 옆에 작은 사무실에서 Junge Sterne이라고 하는 2년간 보장하는 중고차를 판매하고 있었던 것이다. 인터넷으로 보았던 모델은 독립 시트 6개가 장착된 숏모델이었다. 숏모델이라 수납 공간에서 아쉽고 시트가 6개 밖에 안되어서 많은 인원이 탈 수 없었지만, 독립 시트인 덕분에 장거리 여행에 적합하고 숏모델임에도 직접 보니 거대하고 튼튼해 보여서 마음에 쏙 들었다. 게다가 3만5천 유로라면 한국 돈으로 약 4650만원 정도라서, 가격도 그나마 심적으로 수용 가능한 범위에 들어왔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시기(2주 이내)에 출고까지 가능하다니 더이상 바랄게 없는 상황이었다.


마음에 드는 V 클래스를 발견했으니 실제 구입을 위해 이것 저것 준비를 하던 중에, 독일인 동료가 추천해주었던 "폭스바겐 샤란"이 생각나서 혹시나 하고 폭스바겐 공인 중고차 사이트에서 검색을 해보았다. "샤란"은 한국의 "카니발"과 같은 모델이고, 기본 7석을 좌석을 가지고 있으며 3열을 접으면 상당히 훌륭한 적재 공간이 만들어진다. 더욱 마음에 든 것은 카니발과 달리 디젤 모델 뿐만 아니라 벤진 모델도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 차량을 구입하기 위해 알아보면서 새삼 느낀 것이지만, 새차를 사던 중고차를 사던 이제는 "디젤"보다는 "벤진" 또는 "일렉트로닉" 모델을 구입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한국에서 E클래스나 GLA, TT 로드스터를 몰고 다니면서도 느낀 것이지만, 휘발유 차들도 나름 연비가 좋기 때문에 굳이 지금 시점에 미래가 불안정한 디젤 모델을 구입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1.0 벤진 엔진을 장착한 "폴로" 역시 연비는 대만족이었고, 샤란 벤진 모델 역시 연비가 나쁜 편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것은 가격이었는데, 3만 유로 아래의 금액(4천만원도 안되는 돈)으로 3년 9개월 정도 폭스바겐 보증기간이 남은 자동 변속기를 가진 벤진 모델을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닌가. 게다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강병휘 선수의 영상을 보고 나니 더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 되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2Z3s7XJUY0o


다음날인 토요일 아침, 원하는 차량의 정보를 출력해서 집사람과 아들내미를 동반하고 집 근처의 폭스바겐 매장을 방문 했다. 이전에 "폴로"를 구입했던 로컬 딜러사와는 달리 훨씬 큰 공식 매장으로 보였다. 이 곳 역시 신차를 주로 판매하는 곳이고, 한쪽 구석에 중고차를 판매하는 곳이 따로 있었는데 담당 직원의 도움으로 인터넷으로 보았던 차량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실제 차량을 살펴보니 생각보다 크기가 훨씬 컸고, 실내 공간은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넓직하고 2열의 공간이 너무나도 여유로왔다. 당연히 3열의 공간 역시 기대한 것처럼 훌륭한 적재 공간을 보여줘서, 시큰둥하게 따라온 집사람도 꽤나 마음에 들어하는 눈치였다. 예상과 달리 우리가 꽤나 열심히 차량을 살피고 있으니, 처음에는 그냥 우리를 방치 시켰던 담당 직원이 다가와서 슬슬 영업 모드를 발동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가격이 예산보다 적어서 이미 마음에 든 상태이고, 실차 상태도 우리 모두를 사로잡아버렸기에 차량에 대해 이것 저것 물은 다음 바로 계약을 해버렸다. 차를 사러 가서 그날 바로 계약을 하는 것은 내 인생의 처음이었는데, (아무리 마음에 들어도 일부러 하루 쉬었다가 다음날에 계약을 했었음) 차량 상담에서부터 구매까지 워낙 자연스럽게 처리되어 무척 마음에 들었다. 지금 타고 있는 "폴로" 역시 나중에 따로 예약을 해서 이 매장에서 점검을 받은 다음, 가격 협상을 하고 판매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폴로에 대한 협의는 모두 이메일로 이루어졌음에도 나름 신사적(!?)으로 협상이 진행되어 너무나도 만족스럽다. 한국에서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딜러들이나 중고차 업체분들이 있지만, 이정도까지 만족스럽지는 않았었다.


참고로, V 클래스나 샤란을 직접 보기 전에 방문했던 피아트 매장에서 상담했던 내용도 추가한다. 피아트에도 저렴하고 디자인도 마음에 드는 "도블로"라는 7인승 모델이 있어서 일부러 집근처의 피아트 매장으로 방문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매장에는 없고, 주문을 해야만 이탈리아에서 배송을 해온다고 한다. 매장 직원은 "도블로"대신 "탈렌토"라는 9인승 승합차를 추천했는데, 수동 변속기라는 점을 빼면 무려 14000유로를 할인해서 26000유로에 구입할 수 있다고 한다. 필자의 독일 운전면허증은 B 등급이라 8인승까지만 운전할 수 있는 줄 알았는데, 이때 처음 1+8 = 9인승까지 운전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만, 배송 및 등록 기간이 4주 정도 걸리기 때문에, 본인이 원하는 시기에 차량을 받을 수 없는 조건이라 포기를 해야 했다. 하지만, 역시나 독일은 한국에서보다 훨씬 차량 선택의 폭이 넓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https://www.fiat.de/doblo/doblo


여담이지만, 이전 글에서 다루었던 현대차 판매점은 매장 운영 시간에 재방문을 했는데, 문이 잠겨 있었고 안에 있던 직원은 모르는채 하면서 퇴근을 해버렸다. 한국의 현대/기아 매장에서도 참으로 좋지 않은 경험이 많았는데, 독일에 와서까지 비슷한 꼴을 당해보니 다시 찾을 마음이 아예 사라져버렸다. 참으로 아쉬운 부분이다. 다음 글에서는 차량 구입을 위해 인터넷으로 자동차 보험을 가입하는 방법과 차량 구입을 위해서 이용해본 은행의 대출 시스템에 대해서 다뤄보도록 하겠다. 이번에 독일에서 차량을 직접 구입하면서 새삼 느끼게 된 것은, 한국에서는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선진국에서는 전혀 당연한 것들이 아니었다는 것이라는 점과 독일이 훨씬 인간적으로 일이 진행될 뿐만 아니라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었다는 점이다.


https://brunch.co.kr/@nashorn74/51

https://brunch.co.kr/@nashorn74/9#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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