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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금호 Jan 13. 2020

독일 회사 네번째 휴가 : 프랑스편

진정한 여행 업계의 마이너스의 손으로 등극한 버라이어티한 파리 여행

우리 가족이 독일에 온지 2년이 가까와짐에 따라서, 양가 부모님의 독일 방문을 추진하게 되었다. 첫 1년 동안은 독일에 적응하고 자리를 잡는 시기여서 눈깜짝할 새에 지나가버렸고, 그다음에는 어느 정도 안정적인 기반을 만드는데 집중해야 했다. 그래서 아직 양가 부모님을 초대하는 것을 생각하기 힘들었고, 양가 부모님 역시 부담스러우셨을 것이다. 그럭저럭 우리가 준비가 되었다가 판단되어 한국을 방문했던 2019년 여름에 부모님과 동생 부부와 상의를 해서, 2019년 연말과 2020년 연초 2주간 독일을 방문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부모님의 경우, 자주 오시는 것이 쉽지 않을 터라 이왕 오시는 김에 프랑스 파리와 체코 프라하를 같이 방문하는 계획을 같이 세우기로 하고, 이 부분은 필자가 직접 계획을 세우고 예약을 진행하기로 했다. 평소 우리 가족 4명에 대한 여행 계획을 짜고 예약하는 것에 익숙한 탓에, 9명이라는 대가족이 함께 파리를 여행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는 것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 결과적으로 보면, 우리 가족들과는 다른 취향을 가진 부모님과 동생 가족을 좀더 적극적으로 고려를 하고 계획을 세웠어야 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아무래도 이런 것은 직접 경험을 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이라 비싼 수업료를 치를 수 밖에 없다고 본다.


약 5~6개월 전에 미리 예약을 해놓은 항목은 다음과 같다. 유럽 내에서 2시간 전후의 시간에 이동이 가능한 도시들은 저가 항공을 이용하는 것이 좋기 때문에 요즘 자주 이용하는 "이지젯"을 예약했다. 어차피 훨씬 빠른 시외고속 버스라고 생각하고 이용을 하면, 생각보다 만족도가 낮지 않은 편이다. 문제는 9명이 함께 숙박하는 방법이었는데, 에어비앤비를 통해서 집 한채를 통째로 빌리는 것으로 알아보다가 결국에는 전철역이 가까운 관광호텔을 예약하게 되었다. 나중에 깨닫게 된 사실이지만, 9명이 한꺼번에 같은 숙소에 숙박하는 것을 고민하기 보다는 4명과 5명으로 인원을 쪼개서 두곳에 나눠서 예약을 하는 것이 훨씬 쉽고 더 좋은 선택권이 많았을 것이라는 점이다. 다시 파리를 방문하기 쉽지 않을 것은 부모님을 위해서 일부러 3명의 투어 가이드를 예약해서, 가능한 한 많이 파리를 경험하실 수 있도록 했는데, 이 또한 기대대로 높은 만족도를 이끌어내지 못한 것 같아서 아쉽기는 하다. 또한, 파리의 미슐렝 레스토랑에서 온 가족이 낭만스러운 크리스이브 만찬을 즐긴다는 환상적인(!?) 계획 역시 구성원들에 대한 배려 부족으로 "돈X랄"을 한 셈이 되었다. 

베를린 - 파리 항공권 : 이지젯 (영국 저가항공) 예약 (좌석 지정 및 수화물 추가)

파리 숙소 : 파리 외곽의 클리쉬 지역 관광호텔 예약 (2인실 3개, 3인실 1개, 4박 5일)

파리 가이드 투어 : 차량을 이용한 파리 야경 프라이빗 투어 (3시간), 파리 시내 도보 프라이빗 투어 (4시간), 루브르 박물관 프라이빗 투어 (3시간)

미슐렝 레스토랑 : 12월 24일 오후 6시 30분 예약 (크리스마스 특선 메뉴)


첫번째 날

파리 여행 준비를 도와줬던 프랑스 동료가 파리 여행 일주일전에 심각한 소식을 알려주었다. 파리의 대중교통이 파업중이며, 파업이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다는 뉴스였다. 어쩌면 이것이 이번에 온 가족이 온갖 고초를 다 겪은 "(험난한) 파리 여행"에 대한 첫번째 신호였던 것 같다. 여행 당일날까지 대중교통 파업은 계속 된다는 것을 이미 알고 떠났기에, 마음의 준비를 하고 갔음에도 여행 내내 따라다니는 가장 힘든 문제가 되었다. 9명이라는 인원은 2대의 일반 택시에 나눠 탈 수도 없기 때문에, 항상 한대는 밴 택시를 불러야 했는데 밴 택시나 밴 우버는 상대적으로 콜을 하기도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파리 공항에 도착해서 관광 정보 센터를 방문해서 5일간 대중교통을 마음대로 타고 다닐 수 있는 티켓을 구입할 수 있는지 물었지만, 역시나 파업 때문에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판매조차 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래도 대중교통이 운행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공항에서 어렵지 않게 택시를 잡아서 숙소로 향할 수 있었다. 택시를 타고 숙소로 향하는 길에 보니, 프랑스 운전자들의 운전 스타일이 독일보다는 한국에 가깝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후 5일간 택시나 우버를 타고 다니면서 보니, 최소한 파리에서 운전을 하는 것이 만만치 않은 일이라는 것을 충분히 경험할 수 있었다.


숙소에 도착하고 보니 예상했던 대로 생긴 관광 호텔이 우리를 맞아주었는데, 두번째 나쁜 소식을 들어야 했다. 마침 엘레베이터에 페인트칠을 해서 그 날만 엘레베이터가 운행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헐. 우리가 받은 방키는 각각 5층과 6층에 있는 방이라는 것을 알려주었고, 그것은 곧 그만큼을 비좁은 계단을 걸어서 올라가야함을 의미했다. 게다가 다행히 3인실은 괜찮았지만, 2인실은 관광호텔 답게 방이 좁았고 냉장고 조차 없는 등 다소 아쉬움이 있었다. 만일 우리 가족 끼리만 왔다면 크게 문제가 될 이유는 없었지만, 부모님을 모시고 온 여행이라 숙소에 대해서 좀더 신경쓰지 못한 점이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4인과 5인으로 나눠 더 나은 곳을 찾아보지 못한 한 것이 크게 다가왔다. 더우기 일부러 전철역 근처에 숙소를 잡았지만, 대중교통 파업으로 무용지물이 되었고 택시나 우버를 이용해야하다보니 파리 시내에서 떨어져 있는 것이 큰 단점으로 다가왔다. 그래도, 직원들은 모두 친절했고 밤마다 우리 가족들이 식당에서 다양한 술을 한잔 즐길 수 있었던 점, 부모님과 매일 아침 일찍 함께 호텔 조식을 먹으면서 일과를 시작했는데 그럭저럭 먹을만했던 점 등은 괜찮았다. 4인 가족이 실속 여행을 할 때 이용을 한다면 나쁘지 않다고 본다. 


첫날 저녁에 예약한 "파리 야경 투어"는 오후 9시부터 오전 12시까지 3시간 동안 진행되는 투어라서, 그 때까지 충분히 휴식을 취한 다음 로비에서 가이드를 기다리기로 했다. 인원이 많다보니 9인승 밴과 일반 승용차 2대가 와서 7명은 밴에 탑승하고 나머지 2명은 승용차에 탑승하여 이동하기로 했다. 첫날 투어를 맡은 가이드 분은 "프랑스"라는 나라의 기원부터 시작해서 근대까지의 역사를 관광지를 이동하면서 상당히 디테일하게 설명을 하는 스타일이었다. 최소한 우리 가족은 그 동안 이러한 스타일의 가이드 투어 방식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익숙해진 상태이고 개인적으로 역사를 무척 좋아하는 입장이어서 이런 스타일의 투어는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부모님이나 동생 가족 입장에서는 설명을 오랫동안 듣기 보다는 직접 눈으로 보고 느끼면서 가능한 한 사진을 많이 찍고 싶다보니 지나치게 부연 설명이 많다는 불만이 있었다. 투어 참가자들의 반응을 보면서 설명 내용이나 시간을 조절을 했다면 괜찮은 투어가 될 수 있었을텐데, 아쉽게도 가이드분은 자신이 설명하고자하는 모든 내용을 모두를 붙들어놓고 상당히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하고 싶은 설명을 다 이야기 해버렸고 가족들의 불만은 커져만 갔다.

첫날부터 야간 투어를 하고자 했던 이유는, 먼저 파리의 주요 관광지를 전체적으로 살펴보고 나중에 개별적으로 다니는데 참고하고자 했었던 만큼 사실 큰 도움이 되기는 했다. 노트르담 성당, 시청, 르부르 박물관, 오페라, 샹들리제 거리 및 개선문, 에펠탑까지 차량을 타고 이동하면서 충분히 설명을 들었기 때문에 기본적인 배경 지식은 습득한 상태라서 나중에 따로 방문을 하는 것이 훨씬 용이하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이드분의 투어 운영 방법 때문에 불만이 많았기에 아쉬움이 많은 투어였다. 이전에 다른 나라를 관광할 때는 프라이빗 투어의 가이드분에 대한 불만족은 거의 없었는데, 이번 파리의 경우에는 무려 3명이나 다른 가이드분들을 통해 프라이빗 투어를 진행했음에도 전체적인 만족도는 그다지 높지 않은 것 또한 예상 밖이었다. 

야간 투어의 대미는 오전 12시부터 5분 정도 화려하게 불빛이 깜빡거리는 에펠탑을 바라보며 장식하였다. 약간의 비가 내리는 상황이었지만, 가장 에펠탑의 전망이 좋은 곳에서 열심히 사진을 찍으면서 추억을 만들었다.


두번째 날

원래 계획은 내가 부모님을 모시고 도보로 파리 시내 곳곳을 투어를 할 예정이었으나, 아버님께서 오래 걷지 못하시는 터라 제수씨와 조카가 대신 투어에 참여했다. 날씨는 무척 좋았기에 투어를 하기에 좋았고, 4시간 동안 걸어서 투어를 진행하는 것 역시 생각보다 힘들지 않아서 어머님이나 조카도 잘 따라서 다닐 수 있었다. 야경 투어는 차량으로 핵심 포인트만 이동하면서 설명을 듣는 방식이었다면, "미드나잇 파리"라는 영화를 테마로 진행하는 도보 투어는 파리 5구에서부터 파리 6구로, 마지막으로 파리 4구까지 걸으면서 구석구석에 있는 건물들의 사연에 대한 설명을 듣는 방식이었다. 

관광객들이 북적이는 관광 명소가 아니라, 말그대로 파리 시내와 뒷골목을 걸어다니면서 둘러보는 투어였기에 가이드 없이 우리끼리 왔다면 사진만 찍고 그냥 지나쳐갔을 만한 곳들이 많았다. 유명인 누구가 얼마간 묵었던 곳들이 어디인지, 거대한 건문들이 왜 지어졌고 지금은 어떤 용도로 사용되고 있는지, 근대 프랑스의 역사와 인물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지루하지 않게 투어를 진행할 수 있어서 무척 좋았다. 이번 파리에서 진행한 3개의 투어 중에 그나마 가장 만족도가 높은 투어였다. 파리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많이 보거나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더욱 큰 의미가 있을 듯하다.

https://www.myrealtrip.com/offers/226

몇달전부터 이미 예약한 미슐렝 레스토랑은 다행히 도보 투어가 끝난 곳에서 얼마 멀지 않은 곳이라, 잠시 쉬면서 다른 가족들을 기다리면서 주변의 관광상품 판매점을 둘러보았다. 예약 시간은 6시 30분이었는데 10분 정도 일찍 도착했음에도 예약 시간이 되어서야 문을 열어 주었다. 스텝들의 움직임이나 서빙하는 모습을 보면 상당히 숙련되어 있고 잘 훈련되어 있는 좋은 레스토랑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미슐렝 레스토랑이라고 해서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전체적인 메뉴의 퀄리티나 실험적인 시도들, 추천해준 와인, 레스토랑 분위기 등은 만족스러운 편이었다. 집사람과 오붓하게 크리스마스 이브를 기념하면서 왔다면 전혀 문제가 없었겠지만, 아쉽게도 우리는 만 10세 어린이부터 할머니까지 다양한 연령대로 구성된 7명의 가족이었고 노멀한 메뉴 구성이 아니라 꽤나 실험적이고 모험적인 크리스마스 특선 메뉴 구성이었다는 것이 문제 였다. 아이들이 먹지 않거나 먹다남긴 거위간 요리까지 꽤많은 양을 혼자 다먹어야 하다보니 당분간은 거위간을 먹지 않아도 될 듯하다. 메인에 곁들인 골수(bone marrow)는 완벽한(!?) 대미를 장식해주었다. 꽤나 값비싼 수업료를 치르고 다시는 온가족이 함께하는 자리를 고급 레스토랑에 잡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고 나섰다.


세번째 날

대부분의 관광지가 쉬는 날인 12월 25일에는 그나마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사크레쾨르 대성당"과 "몽마르트르 언덕"에 가보기로 했다. 조카가 "에펠탑"에 가보고 싶다고 해서 동생가족은 따로 에펠탑으로 향하고, 우리는 부모님을 모시고 사크레쾨르 대성당으로 가기 위해 우버를 호출했다. 이번 여행에서는 유독 내가 타는 차량이나 내가 선택한 계획들이 문제가 많이 생기는 경향이 심했는데, 이번에도 일부러 더 빨리오고 더 평가가 좋은 우버 차량에 부모님과 함께 타고 뒤차량을 집사람과 아이들이 타고 출발했는데 집사람과 아이들은 금방 도착을 하고, 우리가 탄 차량은 정체에 한참을 헤메다가 결국에는 원하는 목적지가 아닌 곳에 내려주는 불상사까지 발생했다. 그럼에도 드라이버가 추가 비용을 요청했길래 평점은 가장 낮게 주고 가격도 깎아버렸다. 프랑스에서 만난 그 어떤 우버나 택시 기사 중에서도 가장 최악인 차량을 만난셈이다. 스위스인인 우리 회사 CTO가 강력 추천했던 유명 관광지인만큼, 휴일인데도 엄청나게 많은 관광객들이 있었고 여기저기서 한국어가 많이 들려왔다. 무엇보다도 마음에 들었던 것은 관광 기념품이나 선물을 사기에 좋은 상점들이 무척 많았다는 것이다. 부모님 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들도 다들 마음에 드는 것을 구입하느라 정신이 없었을 정도 였다. 이전의 실패를 감안하여 부모님께서도 무난하게 즐길 수 있는 식당을 찾아보았는데, 약간은 허름하게 생긴 피자 집이었는데 한국어를 조금하는 친절한 직원 덕분에 온가족이 맛있게 저녁을 먹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https://goo.gl/maps/2BxHdHhe6JTKAgkx6


네번째 날

아침부터 날씨가 좋지 않았지만, 역시 몇달전에 이미 단체 관광객용 입장권을 예약한 상태라 밖에서 기다릴 필요 없이 투어 가이드를 따라서 루브르 박물관에 입장을 했다.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거대한 박물관이라, 나중에는 이것만을 위해서 파리에 다시 와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프라이빗 투어를 담당한 가이드분은 꽤나 오랫동안 전문 가이드로 일을 한 듯, 여러가지 면에서 능숙하게 투어를 진행했지만 역시나 투어에 참가한 참가자들을 잘 살피면서 투어를 진행하지 않는 부분은 아쉬었다. 광활한 전시실 중에서 관람객들에게 인기가 있는 전시물을 중심으로 3시간 동안 진행되는 투어였는데, 그동안 사진으로만 보았던 그림들이나 조각들이 거의 모두 여기에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랄수 밖에 없었다. 가장 인기가 많은 전시물은 레오나드로 다빈치의 "모나리자"였는데, 이곳만은 예외적으로 꽤나 긴 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자기 차례가 되면 잠시동안 사진을 찍을 시간을 주는 방식이었다. 이 또한 바로 그림 앞까지 가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일정 거리 만큼 떨어져 있어서 잘 보이지도 않았지만, 다들 한장이라도 사진을 찍으려고 난리였다. ㅎㅎ 이번 파리 여행을 통해서 가장 피부로 느낀 것은 프랑스인들이 얼마나 "프랑스 시민 혁명"을 자랑스러워하는지를, 그리고 "나폴레옹"이라는 인물이 프랑스인들에게 얼마나 큰 의미를 지니는 지였다. 이런 것들은 역사책에서 읽고 배우는 것만으로는 이러한 느낌을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을 듯하다.

루브르 박물관 투어를 마치고 동생가족과 부모님은 근처 한식당에서 식사를 하면서 쉬는 것을 선택했고, 우리 가족은 "오페라 가르니에"까지 걸어서 이동한 다음 근처에 있는 "갤러리 라파예트" 백화점과 "쁘랭땅" 백화점에서 쇼핑을 하기로 했다. 우버나 택시를 타기에는 거리가 애매하고 차도 많이 막혀서 중간에 커핀 한잔하면서 천천히 걸어 갔는데 생각보다 멀지는 않았다. 첫날 저녁에 보았던 오페라 건물은 낮에 보니 그 화려함을 더욱 알수 있었다. 파리에 생긴 첫번째 애플 스토어에도 들러보고, 엄청난 사람들 사이를 뚫고 "갤러리 라파예트" 백화점에 들어갔는데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명품 매장에 길게 늘어서 줄과 계단대나 명품 매장 줄에 대부분 동양인들 (특히 중국인들)이 대부분이라는 점이었다. 말로만 듣던 중국인들의 파리 명품 쇼핑이라는 것이 이런 것인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한국에서도 백화점 쇼핑을 무척 좋아했던 터라, 이곳 저곳 둘러보았는데 명품 매장 외에도 다양한 매장들이 많아서 쇼핑하는 재미가 있어 보였다. (프랑스인 동료가 절대로 가면 안되는 곳이라고 경고했던 이유가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테러 위험 때문인지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백화점에 입장할 때 가방 속을 까 보여야 하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갤러리 라파예트의 크기 역시 꽤나 커서 모두 둘러보는 것은 쉽지 않아보였다. 쁘랭땅 백화점까지 둘러본후 숙소로 가려고 보니, 한쪽에서는 시위가 있는듯 도로를 통제해놓아서 큰 길이 차량으로 꽉 들어차서 움직이지 못할 정도였다. 좀더 큰길로 나가면 교통 상황이 좋을 것 같아서, 조금 걸어서 가보았더니 역시나 엉키고 설키고 빵빵거리고 난리가 난 상황이다. 그래서 도로 상황이 잘보이는 카페에 앉아서 맥주나 한잔하면서 교통 상황이 나아지기를 기다렸다가, 적절한 타이밍에 우버를 콜하여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숙소로 돌아왔다. 이번 파리 여행을 통해서 우리가 무엇보다 확실하게 알게 된 것은, 파리 시내에서 운전은 가급적 안하는 것이 좋다는 교훈이다.


다섯번째 날

느긋하게 짐을 싸고 오후 12시에 체크아웃을 하고, 숙소 근처에 이전에 봐둔 레스토랑에서 점심 식사를 했다. 전형적인 동네 프랑스 레스토랑인 듯, 영문 메뉴가 없어서 바텐더가 프랑스어로 손으로 쓴 메뉴를 하나하나 직접 설명을 해주었다. 역시나 이번 여행을 통해 배운 교훈에 따라서, 무조건 소고기 스테이크와 몇가지 메뉴를 시켰더니 다들 불만 없이 맛있게 먹었다. ㅠㅠ 저녁 6시 비행기라 가능한 한 천천시 시간을 떼우면서 식사를 마치고, 공항으로 향했다. 나름 고생을 많이 했던 여행이라 다시는 오고 싶지 않다는 사람도 있었지만, 파리는 우리에게 충분히 매력적인 도시였고 언제든지 다시 방문할만한 곳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아니면 이번에는 놓친 디즈니랜드나 베르샤이유 궁전, 몽솅 미셸 등도 좋을 것이다. 어찌되었든 베를린에 무사히 도착을 하니 모두들 집에 온 것처럼 안도하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아무리 재미있었어도 9명이라는 대가족이 함께 여행하는 것은 결코 쉬운일이 아니었던 것 같다. 그동안 4명 가족의 여행에만 익숙했던 터라, 9명이 되었을 때 얼마나 다른지를 미처 고려하지 못한 부분이 너무 많았던 것도 그 이유 중에 하나일 것이다. 4월에는 장인어르신과 장모님이 오시면, 프라하-오스트리아-독일 남부로 연결되는 루트를 자동차로 여행할 계획이다. 그 때에는 이번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더욱 알차고 재미있는 여행으로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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