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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금호 Jul 22. 2019

독일 회사 세번째 휴가 : 대한민국편

멀고도 먼 여행길, 4주가 짧게 느껴지는 바쁜 일정. 그리고 가족과 친구

작년 겨울, 6개월 후의 한국행 비행기 티켓을 예약했다. 집사람이 한국에 있는 강아지들을 독일로 데려오기 위해서, 애견 탑승이 가장 편하고 배려해 준다는 "루프트한자"를 예약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집주인으로 부터 더이상의 강아지를 키우는 것을 허락받지 못한 덕에 돌아오는 항공편에 일부러 50만원이나 더 주고 좋은 자리를 예약한 보람이 없어졌다. ㅠㅠ 또한 아무리 휴가에 너그러운 독일 회사라지만 무려 4주나 되는 휴가 기간이라서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휴가 신청을 올렸는데, 보스는 곧바로 승인해주고 얼마나 가는 거냐고 물어왔다. ㅎㅎ 보통은 한번에 최대 2주 정도씩 휴가를 쓰는 것이 일반적으로 보이는데, 유난히도 긴 휴가라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어도 신경쓰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직장 생활과 독일어 수업을 강행하는 고된 스케쥴 속에서 점점 지쳐가다가, 드디어 4주간의 휴가가 시작되어서 기쁘기도 하고 머나먼 한국까지의 여행길을 생각하면 걱정되기도 한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루프트한자는 모바일 체크인으로 미리 좌석 선택을 할 수 있다보니 당일날 배정 받은 좌석은 그야말로 최악의 위치였다. 매번 맥주만 마시면서 잠을 청했지만, 난기류 속에서 과속(!?)을 하는 듯한 비행 덕분에 제대로 눈도 못붙이고 영화만 봐야했다. 그나마 볼만한 영화가 있었다는 것이 위안이랄까.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집사람과 본인의 한국 휴대폰 요금제를 무제한 요금제로 변경한 다음 딸아이에게 프리페이드 유심을 사주려고 했다. 통신사에 상관없이 별다른 선택의 여지 없이 한달간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 유심은 무려 71,500원! 한국에 돌아왔다는 것을 실감하게 만들어주는 환영식이었다. 9.99유로 짜리 유심만 있으면 되는데 7만원이 넘는 유심을 강매하는 꼴이라니. 


1. 그랜드 하얏트 서울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시차 적응도 하기 전부터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했다. 한국에서는 처갓집이 있는 파주와 본가에 있는 김제에서 지낼 예정이었는데, 파주는 아무래도 서울과 거리가 있다보니 서울에서 일을 보려면 서울의 호텔을 잡아서 지내는 것이 좋을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첫번째로 묵었던 곳은 이태원 근처의 "그랜드 하얏트 서울"이었다. 남산 도로를 운전하면서 매번 보기만 했던 곳인데, 직접 숙박을 해보니 생각보다는 가격도 저렴하고 시설이나 전망도 좋은 편이었다. 당연하게도 욕조도 있어서 마음껏 반신욕을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 다만, 체크인 당일날 미국 관련 무슨 큰 행사가 있었던지 수많은 차들이 엉켜서 복잡했던 점은, 차를 가져가지 않았기에 다행이었지만 만일 차를 몰고 갔었다면 꽤나 불편했었을 것이다. 

가장 왼쪽 위의 사진은 체크인 당일날 저녁으로 먹었던 꼬리곰탕이고, 나머지는 다음날 아침의 조식이다. 체크인 당일날 저녁은 근처 맛집에서 식사를 하고 싶었으나, 호텔 컨시어지와 상의해본 끝에 피곤하기도 해서 단품 메뉴로 제공되는 것을 골라 먹은 것이다. 본인이 호텔에서 숙박하는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는 바로 이 호텔 조식 때문이다. 그랜드 하얏트 서울의 조식은 10점 만점에 6점 정도를 줄 수 있을 듯.


2. 토요코인 강남점

약 7년전부터 부산의 토요코인을 이용하기 시작하면서 전국으로 출장을 다닐 때마다 유용하게 이용하던 일본 비즈니스 호텔이다. 작년 여름에 강남에도 생겼다고 해서 이번 한국 여행시에 6박을 묵었다. 어느 지역의 어떤 지점을 방문하던지 일정한 서비스와 퀄리티를 유지하는 것이 장점이다. 10번 숙박 시에 1번 무료, 아침 조식 제공 뿐만 아니라 한국식 모텔의 쓰레기 같은 서비스와 낮은 청결도와는 비교되지 않는 청결함, 그리고 저렴한 가격 등이 자주 찾는 요인이 된다. 

정말 오랜만에 찾은 원주복추어탕(교보문고 맞은편)과 유타로 강남점. 둘다 예전에 그 모습 그대로 있어주어 고마웠다. 특히 유타로는 3~4번을 방문할때마다 라멘과 교자, 맥주 한잔을 곁들이면서 즐거운 식사를 즐겼다.

역삼역 근처의 양평해장국도 다시 맛볼 수 있어서 좋았고, 친절한 주인 아주머니를 다시 뵈어서 좋았다. 독일에서 살면 가장 그리운 음식은 해장국이나 곱창과 같이 한국에서만 맛볼 수 있는 것들이다. 예전에 가끔 방문했던 강남역 삼성 근처의 "스시효"도 다시 찾았다. 조금 이른 시간이라 다찌에서 스시코스를 쉐프님과 여유있게 대화를 나누면서 즐길 수 있었다. 인상적인 것은 청어 초밥이나 청어가 들어간 메밀국수 뿐만 아니라 도쿠리의 양이 지금껏 경험했던 다른 것들에 비해 양이 많아서 한병을 다 비우는게 힘들었다는 점. ㅎㅎ 일부러 찾은 보람이 있었다.


3. 그랜드 힐튼 서울 (홍제동)

우리 가족이 홍제동에 산 기간은 겨우 3년 밖에 되지 않는다. 딸내미가 예원에 다니게 되어 부랴부랴 홍제동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는데, 예상보다 더, 우리가 살던 아파트나 동네가 정말 마음에 들었고 저녁마다 찾아다닌 단골 식당도 많았다. 그래서 이번 여행에서도 1박을 그랜드 힐튼 호텔에서 묵으면서 이전에 단골집들 순회를 하기로 했다. 그랜드 힐튼 역시 근처에 살다보니 매번 지나다니면서 보거나, 가끔 양가 부모님을 모시고 연말에 부페에서 식사를 하던 정도였기에 직접 숙박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가격은 이번 여행에서 묵은 호텔들 중에 가장 비쌌지만, 만족도는 가장 낮은 아쉬운 호텔이었다. 호텔 로비 직원의 서비스가 일단 만족스럽지 않았고, 슈페리어 급인데 방에 욕조가 없는 점, 아침 조식의 퀄리티가 10점 만점에 3점 정도 밖에 안되는 점 등 아쉬움이 넘쳐났다.

호텔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다시 찾은 단골집들은 늘 그렇듯이 그 자리에서 좋은 음식들을 제공해주었다. 곧 확장이전을 한다는 "문화촌" 스시집의 스시들은 베를린의 맛없는 스시에 버렸던 입맛을 다시 찾게 해주었다. 2차로 신마포갈매기 홍제점, 3차로 이자카야를 가야했기 때문에 짧은 시간 동안 스시만 맛보고 가야해서 아쉬었다. 동생 가족과 함께 갈매기집과 이자카야에서 신나게 먹고 마시면서 그리웠던 단골집들에서의 즐거운 식사를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4.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동대문 호텔 & 레지던스

귀국 전에 베를린의 친구들과 회사 동료들에게 줄 선물을 고르는 것도 일이었다. 쿠팡에서 적당한 한국적인 선물들을 구입하기는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되어 마지막주에 동대문의 호텔에서 1박을 하면서 쇼핑을 하기로 했다. 명동이냐 동대문이냐 고민을 했지만, 동대문의 노보텔 앰배서더의 프리미어 스위트가 1주년 기념으로 저렴하게 나왔기에 주저하지 않고 예약했다. 무엇보다도 마음에 든 것은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욕조가 따로 마련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동대문 쇼핑센터가 가깝다는 장점도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많은 사연이 있는 국립의료원의 바로 앞이라는 점도 마음을 당겼다. 주변 지역이 꽤나 많이 바뀌었음에도 예전과 같은 모습의 국립의료원의 모습은 아련한 추억들을 다시금 생각나게 만들었다. 


체크인 당일 날 저녁 5시부터 8시까지 해피아워라고 해서 다양한 주류와 스낵을 제공한다고 해서, 서둘러 쇼핑을 마치고 19층 라운지로 향했다. 이미 많은 투숙객들이 술과 안주를 즐기고 있었다. 우리도 신나게 위스키와 와인, 맥주, 보드카 등과 다양한 먹을거리를 즐겼다. 별로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숙박을 할만한 이유가 되는 것 같다. 다음날 아침 조식은 10점 만점에 6점 정도였지만, 외국인 투숙객을 고려한 할랄 커리 치킨이 있는 것을 보니 재미있었다. 이 정도 가격에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게 신기할 정도로 좋은 경험이었다. 개인적으로는 강력 추천을 한다.


5. 다양한 한국 음식 즐기기

솔직히 한국은 그립지 않았지만, 한국 음식은 너무나도 그리웠기에 이번 한국 여행에서 먹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었다. 콩국수와 삼계탕, 전복구이, 게찌게 등의 어머님께서 해주신 음식들 뿐만 아니라 조개탕, 생선회, 곰탕, 장어구이, 치킨, 삼선짬뽕, 팥빙수, 곱창과 막창, 족발 등등 가능하면 중복되지 않게 먹는데 집중을 했다. 여기에 있는 음식들은 베를린에서 먹을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아무튼 신나게 한국 음식들을 즐기고 나니 귀국할 때쯤에는 질린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ㅎㅎ

집사람 생일이나 결혼기념일에 자주 방문하던 오너 셰프 레스토랑은 트라토리아 몰토와 그란구스또 등이 있었다. 이번 한국 방문 중에도 일부러 시간을 내어 그란구스또를 오랜만에 방문하였다. 예전에 비해 저녁 코스 메뉴의 가격이 저렴(!?)하다고 생각이 들어서 살펴보니 예전에 비해 양이나 코스 개수를 줄이고 가격을 조금 낮게 책정한 것 같다. 전체적인 만족도는 나쁘지 않았지만 이전에 느껴졌던 고급 레스토랑의 분위기는 조금 떨어지는 것 같다. 경기가 안 좋아져서 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 2층은 비어 있고 1층도 만석이 되지 않은 것은 조금 아쉬웠다. 덕분에 트라토리아 몰토를 방문하지 못해 본 것이 더욱 아쉽게 느껴졌다. 그나마 좋아하는 양갈비를 간만에 먹었다는데 의의를 둔다.

이번 여행 내내 큰 도움이 되어준 폭스바겐 골프 6세대 1.6 모델. 여전히 높은 연비를 자랑하고 있고, 12만 km 가까이 주행을 했음에도 여전히 안정적인 주행을 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그동안 구입했던 차량 중에 가장 높은 만족도를 보여주는 차량이다.


드디어 길지만 짧게만 느껴졌던 한국에서의 일정을 뒤로하고 다시 독일의 일상으로 복귀해야 하는 시간이 돌아왔다. 출발전에 티켓팅이나 짐을 부치는 것, 양가 부모님과 맛있는 점심 식사를 하고 작별하는 것까지는 무난하게 진행되었지만, 귀국 항공편에서는 다른 승객들 때문에 많은 인내가 필요했고 맛도 없는 식사와 미지근하고 맹맹한 컵라면을 참아야 했다. 인천에서 프랑크푸르트까지는 과속을 해서 1시간 일찍 도착했지만, 베를린행 비행기가 문제가 생기는 바람에 대체 항공편으로 두시간 늦게 출발하여 늦게 베를린에 도착했을 뿐만 아니라 짐 찾는 것 또한 지연되어 끝까지 힘들게 만들었다. 이번 여행에서 루프트한자의 서비스 만족도는 꽤나 낮은 편이다. 다음에는 굳이 루프트한자를 찾을 필요는 없을 듯.


독일에서 다른 나라로 여행을 하다보면, 항상 독일과 비교를 하고 독일을 그리워 하게 되는 것을 보면서 꽤나 이상하다고 느꼈었다. 15개월만에 다시 찾은 한국은 40년 넘게 살아왔던 바로 그 한국이었기에 고향을 찾은 느낌이 들기는 했다. 하지만, 다시 독일로 오니 마치 한국에 간 것처럼 마음이 편하게 느껴지는 것을 보면 지금 우리에게 독일은 한국과 동일한 삶의 터전으로 자리를 잡은 것 같다. 이제 어서 시차 적응을 마치고 일상으로 복귀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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