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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금호 May 14. 2019

독일 회사 두번째 휴가 : 네덜란드편

다소 실망감을 느꼈던 아쉬운 가족 여행

올해 첫 휴가는 부활절 연휴를 끼고 독일의 서쪽에 있는 네덜란드를 가보기로 하였다. 부활절 전후 금요일과 월요일이 휴일이라, 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3일만 휴가를 내면 7일짜리 연휴가 되기 때문이다. 네덜란드를 택한 특별한 이유는 없고, 그동안 동남쪽으로만 다녔던 것 같아서 단순하게 반대 방향인 네덜란드를 선택한 것 뿐이다. 한국에서 가려면 독일보다 더 먼 곳이기도 하고, 베를린에서 차를 몰고 조금 더 먼 거리를 도전하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작년만에 체코 여행을 다녀온 경험을 바탕으로, 장기간 한곳에서 숙박하기보다는 1~2일 간격으로 숙박지를 옮기면서 여러 곳을 둘러보는 방식으로 여행 계획을 짜보았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네덜란드를 선택한 것과 5박 6일 동안 4군데 숙박지를 옮겨다니는 것은 대실패로 끝났다. 아무래도 이러한 방식의 여행은 "게으른" 우리 가족에게는 적합치 않은 듯하고, 6일 동안 1800km가 넘는 거리를 빠듯하게 돌아다니는 것은 너무나도 피곤한 일이었다. 게다가 에어비앤비를 통해서 4군데를 예약하는 것 또한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https://brunch.co.kr/@nashorn74/13


우리는 베를린에서 출발해서 첫째날에 쾰른에서 묵고, 둘째날부터 세째날까지 암스테르담, 네째날에 로테르담 그리고 마지막날 하노버를 경유했다가 다시 베를린으로 돌아오는 여행 계획을 짰다. 지도 상으로 보면 충분하 가능한 거리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베를린에서 쾰른까지 550km를 이동하는 것부터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물론 아우토반 덕분에 신나게 날라갈 수는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꽤나 먼 거리라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서울-부산 거리인 400km 보다 150km 더 멀다) 이미 알고 있었지만, 독일은 생각보다 큰 나라이고 고속도로 하나는 끝내주게 잘만들어놓았다. 이번 여행에서 느낀 소감은, 독일의 고속도로와 운전 매너는 어딜 가나 비교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네덜란드 고속도로나 일반 도로의 정체나 약간 싸가지 없는 운전 매너는 정말 여행 내내 큰 고통이었다. 체코 여행 때도 그랬지만, 앞으로 어딜가나 그 나라의 도로 상황이나 운전 매너는 항상 독일과 비교를 하게 될 것 같고 그 때문에 독일이 더낫다고 생각할 것 같다.


첫째날 : 베를린에서 쾰른으로

독일에서 큰 도시라고 할 수 있는 곳은 베를린, 함부르크, 뮌휀 그리고 쾰른 정도라고 들었기에 나름 기대를 했다. 게다가 이탈리아 로마처럼 숙박시설에 1박할 때마다 문화세금을 내야한다는 사실에, 더욱 기대를 하게 되기도 했다. 문화세를 낼만큼 대단한 문화재나 볼거리가 있다는 의미일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또한, 쾰른에서 살고 계시는 구독자분께서 관광장소와 맛집을 미리 알려주셨기 때문에 별도의 여행 계획을 짤 필요도 없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이경희님 ^^) 아침 8시에 단골 주유소에서 기름을 가득 채우고 쾰른으로 향했다. 중간쯤 휴게소에서 독일식 휴게소 음식으로 아점을 떼우고 열심히 달려서 에어비앤비로 예약한 쾰른 숙소에 도착을 했다. 체크인을 위해서 대리인이 나와서 맞이해주고 안내를 해준다음 키를 주고 사라졌다. 문제는 이번 여행에서 예약한 집 중에 가장 최악이었다는 것이다. 4인 가족에 주차 가능, 집 전체 대여, 강아지 동반 이라는 검색 조건에 걸리는 괜찮은 숙소가 그다지 많지 않은데 그마저도 일찍 예약하지 않으면 금방 동이 나버려서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다. 시설이 낡은 것은 둘째치고 음식 같은 것을 해먹기도 그런 상황이었고, 싸구려 침대 4개에서 그나마 인터넷이 잘되는 것에 위안을 삼아야 했다.


도착하자마자 주차한 자리가 좋아서, 차를 놓고 트램을 타고 시내로 이동하려했으나 동전을 하나도 안가져와서 도로 주차된 차로 돌아와서 차를 타고 나갔다. 버스나 트램 안에서 표를 살수는 있지만 지폐나 카드는 안되고 동전만 되기 때문에 대중 교통을 이용할 경우에는 충분한 동전을 준비해야 한다. (버스역이나 트램역에는 표 판매기가 없다) 그렇게 해서 도착한 쾰른 대성당은 기대 이상으로 훌륭했다. 규모는 바로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이나 프라하 성의 비투스 성당 보다 작았지만 디테일이 뛰어나고 한번쯤 방문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된다. 강 맞은편의 파노라마 빌딩에서 바라보는 쾰른 대성당의 야경이 훌륭하다고 추천을 해주셨는데 2명의 틴에이저와 강아지 한마리를 대동하고 온 터라 쾰른 대성당을 본 것만으로 만족을 해야 했다. 저녁 식사를 위해 예약한 독일식 식당에 도착을 해서 집사람과 나는 가장 비싼 메뉴를 선택해서 성공했지만, 아이들은 어설픈 메뉴 선택을 해서 숙소에서 라면을 먹어야 했다. Weinhaus Brungs라는 이름처럼 와인이 유명한 곳인 것 같아서 맥주 대신 와인을 선택했는데, 웨이트리스가 추천해준 와인은 비싸기는 해도 맛은 상당히 좋았다. 식사를 마치고 쾰른 대성당 주위의 상점가를 지나면서 쇼핑을 하고는 숙소로 돌아왔다.


둘째날 : 쾰른에서 암스테르담으로

오전 10시반부터 암스테르담에서 가이드 투어가 예정되어 있었기에, 오전 7시부터 서둘러서 쾰른 숙소를 떠났다. 지금껏 여행하면서 여행지에서 이렇게 쫒기듯 움직인 적이 없어서인지, 겨우 하루 묵고 다음날 바로 체크아웃하려니 왠지 쫒겨나는 기분이 들었다. 독일 고속도로에서는 큰 문제 없이 잘 가고 있었으나, 네덜란드 국경을 넘자마다 제일 먼저 우리 일행을 반기는 것은 "고속도로 정체"였다. 독일에서는 이와 같은 정체를 경험한 적이 없다보니 참으로 당황스러웠다. 그 와중에 네덜란드 번호판을 달고 있는 차량들의 움직임이 거슬리기 시작했고, 이러한 것들이 복합적으로 짜증을 유발했다. 시내에 들어와서도 터널 입구 통제로 한동안 그냥 서있는 통에, 여유있게 출발했음에도 결국 약속 시간보다 30분 늦은 11시쯤 약속 장소에 도착하게 되었다. 겨우겨우 암스테르담 센트럴역 근처 주차장에 주차를 마치고 김수현님을 만나서 암스테르담 투어를 시작했다. 암스테르담 센트럴역에 들어서자마자 마주한 것은 엄청난 관광객 인파와 베를린은 상대도 안되는 자전거의 숫자였다. 주차된 자전거들로 인해 마치 자전거 지옥처럼 보였고, 넓직한 자전거 도로로 미친듯이 달리는 자전거들의 모습은 베를린의 자전거 도로와 자전거의 횡포 쯤은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느끼게 만들었다.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운하로 둘러싸인 암스테르담 구시가를 꼼꼼이 돌아보면서, 추상적으로만 알고 있던 네덜란드에 대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현실주의적인 상인들의 후손들이다보니 유럽에서 흔하게 볼수 있는 대성당 같은 것은 없고 소박한 교회 건물 정도만 있을 뿐이며, 17세기 황금기에 대한 부심이 꽤나 높고 다양한 가치 있는 물건들에 대한 소유욕이 강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네덜란드에도 왕이 있다는 것을 이때 처음 알게 되었는데 여전히 국민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으며, 홀랜드는 암스테르담이나 로테르담이 속한 "주"의 이름이고 네덜란드 왕국이 정식 명칭이라고 한다. 마지막까지 식민지 지배를 풀지 않으려고 한 지독한 나라이기도 한데, 물가는 장난아니게 비싸게 느껴졌다. 생활 물가는 한국보다 조금 싸다고 하지만, 거주비는 물론 전반적인 가격이 베를린에 비하면 꽤나 높게 느껴졌다. 무엇보다도 황당했던 것은, 외식 문화가 발달되지 않아서 맛집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음식점이 없다는 것이다. 자고로 여행이란 맛있는 현지 음식으로 시작해서 끝나기 마련인데, 네덜란드에서는 음식에 대해서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하니 도대체 왜 "네덜란드"를 선택했었는지 후회가 밀려왔다.


https://www.myrealtrip.com/guides/8793

알차고 빡센 가이드 투어를 마치고 숙소가 있는 잔담으로 이동을 하였다. 이번 숙소는 사무실 건물에 남는 1층 사무실과 연결된 지하층을 에어비앤비용으로 꾸며서 손님을 받는 것 같다. 쾰른의 구리구리한 숙소에 비해 새로 단장한 듯 깨끗하여 마음에 들었지만, 지하층이 너무 추웠고 하이쭝도 충분하지 않았다. 


세째날 : 잔담에서 뒹굴거리기

다행히 잔담의 숙소에서는 2일을 머물기 때문에 하루 정도는 모두가 릴랙스하면서 뒹굴거릴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이때다 싶은 아이들은 하루 종일 숙소에 쳐박혀서 게임을 즐겼고, 우리 부부는 근처 마켓에 들러서 먹을 거리를 사기 위해 숙소를 나섰다. 마켓은 잔담 레고마을이라고 불리는 동네 근처에 위치를 해서, 잠시 둘러볼 기회가 있었는데 처음에는 신기하지만 일부러 찾을 만한 곳은 아닌 듯 했다. 마켓에서 이것 저것 먹을 것을 구입해보니 확실히 생활 물가가 베를린보다는 비싸다는 것을 금방 느낄 수 있었다. 다만, 독일에서는 한국에서 먹는 스타일의 빵이 많지 않은데 네덜란드의 빵은 한국에서 먹던 것과 비슷해서 맛있게 먹었다. 둘째날에 가이드 투어를 하면서 맛본 감자튀김과 네덜란드 마요네즈의 맛이 좋았기에 일부러 마요네즈도 하나 샀는데, (네덜란드 사람들의 마요네즈 부심 또한 장난이 아니라 한다) 독일에 돌아온 이후에 아들녀석이 잘 먹고 있다. 네덜란드에 왔으니 네덜란드 맥주를 먹어봐야하는데 "하이네켄" 밖에 모르니, 그냥 하이네켄을 사서 마셨다. 하이네켄은 어디서나 마실 수 있는 흔한 맥주라 아쉽기는 했지만, 괜찮은 레스토랑이 있어야 하이네켄 생맥주라도 맛을 볼텐데 그런 것이 없다니 아쉬울 따름이다. 장을 보기 위해 잠시 마켓을 들렀는데 주차비가 3000원 넘게 나온 걸 보니 역시나 이 동네에서 차를 몰고다니려면 돈을 많이 벌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잔담에는 풍차 마을도 유명한 것 같았는데, 다음날 숙소를 떠난 다음 들러보기로 했다. 오후에는 강아지를 데리고 숙소 주변을 산책해보았는데, 보도가 너무 좁아서 산책하기가 불편할 뿐만 아니라 맞은편에서 사람이 오면 서로 피하는 것이 번거로웠다. 주택가라 산책하기에는 적당했는데, 아무래도 네덜란드는 걸어 다니는 사람이 제일 불편하게 설계된 것이 아닌가는 생각이 다시금 들게된다. 그나마 이번 숙소에는 세탁기와 탈수기가 있어서, 신나게 빨래를 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네째날 : 암스테르담에서 로테르담으로

떠나면서 잔담의 풍차 마을에 들렀는데, 관광지 답게 아침부터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다보니 꽤나 북적거렸다. 하루 주차비가 무조건 10유로였는데, 겨우 한시간도 머무르지 않은 우리에게는 억울한 주차비이기는 했다. 그래서인지 주차비 안내겠다고 길가에 꾸역꾸역 주차를 하는 차량도 적지 않았다. 규모가 아주 크지는 않지만 바닷가를 끼고 풍차 몇개가 주욱 늘어서 있는데, 어디나 사람이 많아서 한바퀴만 대충 돌아보고 나왔다. 애초에 사람이 많이 붐비는 것을 좋아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왜인지 모르겠지만 네덜란드까지 왔는데 굳이 풍차 안까지 들어가서 볼 마음이 일지도 않았다. (독일 포츠담의 상수시 궁전에 있는 풍차는 재미있게 봤는데 말이다) 기념품 가게에 들어가서 암스테르담 스티커와 선물용 네덜란드 나막신 키링 몇개를 산 다음 바로 로테르담으로 출발했다. 로테르담 근처에 잡은 숙소는 로테르담으로부터 20km 정도 떨어져 있는 곳에 위치한 시골집이었다. 다행히 소나 말이 바로 옆에 있지는 않았고, 우리가 숙박하는 독채는 세월의 흔적이나 눈에 안띄는 부분에 관리가 잘 안되어 있는 것을 제외하면 훌륭한 편이었다. 숙소 주인도 꽤나 친절했고 열심히 로테르담 관광 정보와 맛집을 알려주었다. 무엇보다 순하고 커다란 주인집 개가 있어서, 딸내미가 무척 좋아했다. 숙소에 짐을 풀고 로테르담을 향했는데, 또다시 복잡한 길 때문에 짜증이 밀려왔다. 갈림길에서 빠져나오자 마자 바로 또다른 갈림길이 있는 식이라 순간 당황하면 엉뚱한 길로 들어서기 딱 좋은 스타일이었다. 


암스테르담 가이드 투어시에 가이드 분께서 주신 로테르담 관광 정보도 이미 가지고 있었고, 숙소 주인이 알려준 현지 정보도 있기 때문에 로테르담 관광 자체는 무난하게 할 수 있었다. 항구 옆에 있는 노면 주차장의 주차비는 2시간에 1만원 정도였고, 관광 포인트가 대부분 모여 있고 그다지 넓고 크지 않기 때문에 1시간 30분 정도는 모두 둘러볼 수 있었다. 이 때도 다시 한번 느꼈지만, 아무래도 네덜란드는 가족 여행을 위해서는 썩 좋은 나라는 아닌 것 같다. 그나마 만족스러웠던 것은 숙소 주인이 알려준 일식집인데, 베를린과 달리 "진짜" 일본인이 운영하는 일본 식당이라서 그런지 테이크 아웃한 초밥의 맛이 훌륭했다. (베를린의 거의 대부분의 스시 식당은 일본인이 아닌 베트남 사람들이 운영하는 듯하다) 덕분에 아이들이 초밥을 다먹어버리는 불상사가 생겨버리기는 했지만, 베를린에서 먹던 초밥스럽지 않은 초밥을 벗어날 수 있었다는 점에 큰 의의가 있었다. 식당 이름이 "SHABU SHABU"라서 샤브샤브를 연상할 수 있으나, 스시 전문점으로 보인다. (집주인도 그점을 강조했다. 샤부샤부를 기대하지 말라고) 바로 옆에는 한국 불고기 식당이 위치해있었는데 맛을 볼 기회는 없었다.


다섯째날 : 로테르담에서 하노버로

처음 계획은 로테르담에서 바로 베를린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는데, 집사람이 보기에 너무 힘든 일정이라고 해서 뒤늦게 부랴부랴 하노버 근처의 숙소를 추가로 예약했다. 예약하고 나서 보니 하노버에서 거의 40km 이상 떨어진 시골이었는데, 본의아니게 독일의 시골 마을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에어비앤비에서 분명히 하노버로 검색을 해서 찾은 숙소이고, 지도 상으로는 그리 멀지 않을 것처럼 느껴졌지만 생각보다 멀리 떨어진 경우였다) 네덜란드의 뭔가 마음에 안드는 고속도로를 벗어나서, 독일의 고속도로에 접어들자 "바로 이것이 고속도로이지"라는 생각이 들며 마음이 편해졌다. 또한 네덜란드에서 제대로 먹을만한 것이 없었던 탓에 그동안 지겹다고 했던 소시지와 감자라도 상관없으니 어서 빨리 독일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식사 다운 식사를 하고 싶어졌다. 꽤나 오랫동안 식사를 할만한 휴게소가 나오지 않아서 무척 초조해졌는데, 결국 도착한 휴게소에서 맛있게 식사를 하면서 독일에 돌아온 것을 실감했다. 독일에 산지 1년 밖에 안되었는데 어딜 가나 다시 독일로 돌아가고 싶고, 독일로 돌아오면 안도감을 느끼는 것을 보면 참으로 신기하기는 하다.


도착하기 십몇킬로 전부터 독일의 산 속으로 접어들더니 시골 풍경이 나타나면서 우리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우리가 원한 것은 하노버 근처의 숙소이지, 하노버에서 몇십킬로 떨어져있는 산속 시골 동네 숙소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ㅎㅎ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산속의 커브길들을 신나게 달려서 도착한 시골 마을은 꽤나 깨끗하고 조용한 전원주택 마을 같이 보였다. 여기서 하노버와 같은 큰 도시로 출퇴근하기에는 꽤나 거리가 있었지만, 가족들과 함께 평화롭게 살기에는 무엇보다 좋게 보였고 요즘들어 마당이 있는 주택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집사람에게는 더할나위 없이 좋은 동네였다. 체크인 시간을 넘어서 도착했는데도 숙소는 여전히 청소 중이라, 근처에 있다는 REWE에 들러서 장을 먼저 보기로 했다. 연휴에 끼인 토요일이라 슈퍼가 안열지도 모른다고 걱정했는데, 다행히 열려 있어서 (물론 동네에 있는 작은 마켓은 문을 닫았다) 간단하게 먹을 거리와 마실거리를 구입할 수 있었다. 장을 보고 다시 찾은 숙소는 저렴한 가격에 걸맞는 시골 숙소 다웠다. 그럭저럭 괜찮은 것 같았지만 디테일을 살펴보면 아쉬운 부분이 많았고, 무엇보다 지금껏 이용했던 에어비앤비 숙소 중에 최악의 WiFi를 제공하다보니 아이들의 불만이 높았다. 그래도 청소를 제대로 안해서 지저분하긴 하지만 한잔하며 경치를 즐길 수 있는 발코니가 있었고, 낡기는 했지만 모처럼 물받아놓고 반신욕을 할 수 있는 욕조가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여섯째날 : 하노버에서 베를린으로

드디어 여행의 마지막날이자, 고대하던 베를린으로 돌아가던 날이다. 그동안 여행을 다니면서 이렇게 집으로 갈 날짜만 고대하기는 처음인 것 같다. 거의 매일 아침마다 짐을 싸고 빠뜨린게 없는지 확인해야 하는 것이 이렇게 번거로운 일이라는 것도 처음 알았다. 집까지는 겨우 350km 정도 밖에 안남았는데도 너무 멀다고 느껴졌다. 역시 고속도로 휴게소를 들러서 아침겸 점심을 먹고 열심히 달려서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하자 마자 다른 잘터지는 WiFi에 감사하며, 각자만의 방식으로 휴식을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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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기대하고 열심히 달려갔던 네덜란드였지만 아쉽게도 우리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했고, 수시로 장소를 옮겨다니는 방식의 여행은 너무나 피곤하고 번거롭다는 것을 배우게 된 여행이었다. 그나마 괜찮았던 암스테르담에서의 가이드 투어, 로테르담 숙소의 넓은 정원 정도를 얻었고, 평소 산책으로 단련된 우리 강아지가 지난 체코 여행보다 훨씬 잘 따라다녔다는 점 정도가 남았다. 체코는 나중에 부모님을 모시고 다시 방문이라도 하겠지만, 네덜란드는 특별한 이유가 없는한 다시는 가족 여행지로 선정하지는 않을 것 같다. 어머니가 네덜란드인인 아이들의 Private 독일어 선생님에게 기대보다 별로였다니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지만, 우리에게는 확실히 아쉬었던 여행이었음은 확실하다. 더불어서 4군데 에어비앤비 숙소에 머문 탓에 에어비엔비에서 계속 4군데 숙소에 대한 평가를 남기라고 난리를 치는 것 또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우리는 크게 만족한 곳이 없었기에 따로 평가를 남길 기분이 아닌데, 뭔가 강요를 하는 것처럼 계속 귀찮게 구는 것은 정도가 지나친 것 같다. 숙소 예약 시에 거기에 남겨진 평가를 참고했지만, 특히 이번 여행에서는 큰 도움이 안된 곳이 많았다. 저 정도의 숙소에 대해서 그렇게 후하게 평가를 남기면 어쩌자는 건지.


다음 여행은 회사의 프랑스인 동료의 도움을 받아서 파리로 가는 것이 어떨까 생각 중이다. 연말에 2주 정도 휴가를 내서 2주 내내 파리에 머물면서 연말 연초의 분위기를 느껴보는 것도 좋을테니까 말이다. 그리고 여기 친구들은 평소 2~3일 정도의 파리 여행을 자주 즐기는 만큼, 우리에게 파리는 더이상 멀고 부담스러운 여행지가 아니기도 하다.


https://brunch.co.kr/@nashorn7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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