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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금호 Jan 05. 2019

독일 회사 첫번째 휴가 : 체코편

연말에 2주 넘게 휴가를 다녀왔다. 그리고...

몇달 전에 올린 휴가 신청기를 읽으셨던 분들은 기억하시겠지만, 필자는 연말에 그해 사용 가능한 휴가를 모두 사용했었다. 그리고 서서히 휴가가 다가왔는데... 기분 탓인지 모르겠지만 업무적으로는 꽤나 몸과 마음이 지친 상태라 적당한 타이밍에 휴가를 즐길 수 있었다. 그런데, 회사 동료들 또한 대부분 연말에 1주와 연초에 1주씩 휴가를 갔기때문에 결국에는 똑같이 2주씩를 휴가 가는 셈이 되었다. ㅎㅎ (괜히 쫄았네) 아이들 학교 방학도 연말 1주와 연초 1주이기 때문에 아마도 그렇게 맞춰서 휴가를 사용하는 것 같다. 필자의 경우 아이들 학교에 편지를 보내서 선생님들의 허락을 받고 1주일 먼저 쉬어야 했는데, 올해 겨울에는 방학 시기에 맞춰서 여행 계획을 짜야 할 것 같다. 아무튼 2주가 넘게 지나 회사에 복귀했는데 사무실이 거의 텅텅 비어있는 것도 나쁘지는 않은듯 하다.


독일에서의 첫번째 휴가는 영국 아저씨 추천 덕분(!?)에 "체코"로 결정했었고, 첫번째 6박은 에어비앤비 숙소로 두번째 6박은 프라하 인근의 3성급 호텔로 예약을 이미 해둔 상태였다. 첫번째 숙소에서 두번째 숙소로 이동하는 날과 그 다음날에 마이리얼트립을 이용하여 2일간 일일 가이드 역시 예약해 두었다. 마이리얼트립은 이번에 처음 사용을 해보았는데 호텔 예약은 부킹닷컴과 연동되어 처리가 되는 방식이라 만족도가 조금 떨어졌고, 투어 가이드 매칭 역시 기대보다는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연말이고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일정이 안맞는 것은 감안하더라도,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았다. 다행히 일부러 우리 여행 계획에 맞춰서 기존에 없던 가이드 상품까지 만들어주신 가이드 분을 만날 수 있었다. 


체코로 떠나기 직전에야 알게 된 2가지 사실이 있다. 우선 체코 여행시 무조건(!!) 여행자 보험에 가입해야 하고 질병, 상해, 사고, 사망 및 본국송환과 관련하여 3만 유로 이상으로 명시된 영문 여행자 보험 증서를 들고 다녀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주변의 외국인 동료들이나 친구들에게 물어봤는데 한번도 들어본적 없는 이야기라고 해서 혼란스러웠지만, 12박 13일 동안 체코에서 지낼 예정이라 준비는 해놓아야 할 것 같았다. 현재 우리가 가입한 독일 공보험은 독일 뿐만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 유효한 것이라 어느 정도 커버는 된다는 것은 확인했고, 이제 남은 것은 여행자 보험 가입이었다. 한국에서 몇번 이용했던 여행자 보험 회사가 있어서 문의를 했더니 해외 체류자는 해당 사항이 안된단다. 헐. 그래서 구글링을 해보니 다른 해외 체류자들도 이와 비슷한 고민을 했고 여러가지 방법이 있는데 그 중에서 "월드 노마드"라는 여행자 보험 사이트가 가장 쉽고 편하게 가입이 되어 이를 이용해서 여행자 보험에 부랴부랴 가입했다. 

https://www.mzv.cz/seoul/ko/x2005_04_07/x2005_05_12/x2013_06_11.html


그다음 준비해야 하는 것이 "비넷"으로, 체코는 기간에 따라 통행료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비넷을 구입해서 차량에 부착을 해야한다. 10일권과 한달권이 있는데 우리는 10일을 초과하기 때문에 한달권을 2만원 정도에 구입했다. 독일은 어딜가나 고속도로 통행료가 무료이고, 체코는 한달 내내 고속도로를 이용해도 2만원이면 되는 셈이니 우리나라 고속도로 통행료가 정말 비싸긴 비싸다. 참고로 이번 여행에서 기름갑과 비넷 구입비를 포함해서 4명의 교통비는 20만원 정도 밖에 들지 않았으니 대중교통보다 훨씬 싸게 든 것 같다. 이번 여행을 통해서 자동차를 이용해서 다른 나라를 가는 것에 대해서 배웠으니 앞으로는 어렵지 않게 자동차 여행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https://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ahnys0&logNo=220989586390&proxyReferer=https%3A%2F%2Fwww.google.com%2F


첫번째 숙소는 집 한채를 통째로 빌린 것이라, 도착한 날 네덜란드 사람인 키가 엄청 큰 주인 아저씨에게 집 전체의 사용법에 대해서 설명을 들었고 체코인 아주머니는 수첩에 우리 가족 한명 한명의 여권을 받아서 정보를 꼼꼼하게 기재하고 사인을 받았다. 이 동네 에어비앤비가 원래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름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된다. 한국이나 일본에서 에어비앤비 숙소에 묵을때는 대부분 주인 없이 열쇠만 받아서 들어갔었는데 뭔가 인간적이지 않았고 프로세스 적으로도 썩 바람직해보이지는 않았었다. 아침과 저녁에 잠시지만 바닥 난방이 자동으로 켜진다는 점은 예상치 못한 행운이었다. 거기에다가 실내에 장작을 떼는 난로가 있어서 독일에 온 이후로 8개월만에 처음으로 실내에서 후끈후끈하게 지낼 수 있었다. 독일도 요즘에는 바닥난방이 되는 집을 만들기는 하는데, 대부분 하이쭝으로만 온열하는데 방이 넓을 경우에는 별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기대했던 욕조가 없고 6박 7일간 숙박하는데 수건을 충분히 준비해놓지 않았다는 점 정도이다.



국립 공원 내에 위치한 첫번째 숙소에서는 온 가족이 그저 쉬는 데 집중을 했다. 여행 전에 독일에서 장을 봐 간 음식들과 숙소 주변의 체코 마트 또는 독일과 거의 똑같은 LIDL을 이용하여 대부분의 식사는 직접 해먹었다. 체코 넷플릭스에는 한국 드라마들이 많아서 독일로 돌아가기 전까지 지루할 틈이 없었다. 한국에서도 캠핑가서 장작으로 불을 피우면서 스트레스를 풀곤 했는데, 여기에서는 주인 아저씨가 준비해놓은 엄청난 양의 장작을 마음껏 쓰면서 불을 피울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처음엔 저렇게 많은 장작을 언제 다 쓰나했는데 체크아웃할때 보니 얼마 남지 않았음) 그리고 여기에서 배운 것 한 가지. 그릇과 식기, 수저가 충분히 있으니까 굳이 매번 설겆이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지금 다니는 회사에도 엄청난 수의 컵과 그릇이 준비되어 있기 때문에 사용한 사람들이 식기 세척기에 쌓아두기만 하면 당번이 식기세척기를 한번 돌리는 것으로 해결이 된다. 그래서 독일로 돌아오자마자 집사람과 이케아에 가서 식기와 여분의 수저를 충분히 구입했고, 지금은 더이상 매번 설겆이를 하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 한국에서도 식기세척기를 사용하기는 했지만 어쩌다가 설겆이 거리가 많을 때만 이용했었는데 이제서야 비로소 제대로 사용하게 된 것 같다.


숙소를 떠나기 전날, 모처럼 날잡아서 지역 관광 팜플렛을 참고하여 몇몇 관광상품 판매소를 돌아보기로 했다. 그럭저럭 괜찮아보이는 곳을 4~5군데를 선정하여 출발했는데, 첫번째 도자기 판매점은 주인이 프라하에 나간 상태에 실패, 두번째 오리지널 주얼리 판매점은 일반 가정집 같아서 포기하려 했으나 친절한 노부부의 환대에 쇼핑 성공, 세번째 인형 판매점은 아이들이 원치 않아서 스킵, 네번째 유리 공예 판매점은 이제 더이상 영업 안한데서 실패, 다섯번째 허브 비누 판매점은 기대보다 괜찮아서 쇼핑 성공. 아무래도 유명 관광 도시가 아니다보니 전혀 관광지스럽지 않고 대부분은 관광상품 판매점 처럼 보이지 않았지만 나름 재미 있는 경험이었다. 다음날은 우리가 지냈던 곳과 프라하 사이에서 일일 가이드 관광을 할 계획이었기에 비교적 이른 시간에 체크아웃을 하고 나왔다. 그래도 며칠간 정이 들었는지 막상 떠나려니 아쉽게 느껴졌던 좋은 숙소였다.



첫번째 가이드 투어는 테레친과 리토메르지체 투어였다. 원래 있던 가이드 상품이 아니라 우리를 위해 따로 만든 투어이다보니, 가이드분께서 좀더 나은 가이드를 위해서 체코 친구까지 섭외해서 같이 가이드를 해주셨다. 오전에는 프러시아 침공에 대비해 만든 요새를 2차 세계 대전때 나치가 유태인 수용 시설로 사용했던 테레친 박물관을 둘러보았다. 영화에서만 보았던 유태인 수용 시설을 직접 방문해보니 더욱 생생하게 그 당시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당시 체코는 하루만에 독일에 항복을 했기 때문에 전쟁의 피해를 겪지 않았지만, 폴란드 동쪽의 유태인 수용소로 전 유럽의 유태인들을 이동시키기 위한 다수의 수용 시설을 운영했다고 한다. 우리가 익히 들어서 알고 있는 아우슈비츠 수용소는 체코와 폴란드 국경에 위치한 시설 중에 하나였다. 한국 가이드분의 한국어 설명과 체코인 친구분의 영어 설명을 서라운드로 들으면서 충분하게 시설을 살펴볼 수 있었다.


https://www.myrealtrip.com/guides/329


이후에는 리토메르지체로 이동을 해서 구시가지를 걸으면서 각 건물이 어떤 양식으로 지어진 것인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설명을 들으며 감상을 했다. 확실히 체코는 전쟁의 피해가 없어서 어디를 가든 옛날 건물들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것 같다. 가이드분을 따라서 체코 식당에 가서 다양한 추천 요리들을 맛있게 먹고 (6명이서 배터지게 먹고 마셨는데도 6만원) 구시가지 관광을 계속 했으나 비가 많이 오는 바람에 한시간 정도 일찍 투어를 마쳤다. 베를린에서는 비자카드는 안되고 은행카드나 현금만 받는 곳 식당이 많은데, 체코에서는 어디를 가든지 비자카드 결제가 가능해서 따로 환전을 할 필요가 없었다. 이날 주차비를 내기 위해 2만5천원 정도의 체코 현금을 인출했는데 나중에 코인빨래방에서 대부분을 쓰고 남은 돈은 호텔 청소 팁으로 썼을 뿐이다. 그렇지 않아도 여행전에는 환전때문에 걱정을 했었는데 여행 내내 굳이 환전을 할 필요를 못느꼈다.



독일이나 체코나 오후 4시만 되면 주변이 깜깜해지는 겨울이라, 두번째 숙소를 찾아가는 초행길은 만만하지 않았다. 조식 기본 제공에 4명이 같이 지낼 수 있는 패밀리 룸이 있어야 하고 무료 주차도 가능해야 하고, 강아지까지 동반 가능해야하다보니 프라하 시내에서는 선택의 폭이 넓지 않아서 프라하에서 차량으로 20~30분 거리인 3등급 호텔을 예약했었다. 호텔을 향해 운전해갈 수록 전혀 호텔이 있을 것 같지 않아보이는 곳으로 향했다.애초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막상 도착했을때 호텔의 모습과 방 내부를 보고 적지 않게 실망을 했다. 무엇보다도 욕조에서 뜨거운물로 반신욕을 하고 싶었지만 욕조는 없었다. 그나마 호텔 직원들이 친절한 게 다행이었고, 6박을 하는 동안 다른 손님은 나중에 3박을 한 벨기에 가족을 제외하고는 없었기 때문에 호텔을 전세낸 셈이었다. 그래서인지 처음에는 꽤나 실망을 했지만 갈수록 분위기나 스타일이 마음에 들어가기는 했다. 호텔 손님은 없어도 점심이나 저녁때마다 주변 동네 사람들이 식사를 하거나 한잔 하러 오기도 했고,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크리스마스 메뉴를 따로 제공했는데 다행히 맛도 좋아서 항상 저녁은 호텔 식당에서 먹었다. 호텔 식당이라곤 해도 가격이 비싸지 않아서 좋았다. (평균 5만원 정도)



다음날은 프라하 투어를 하러 프라하로 출발했다. 프라하는 중심가답게 다른 도로에서와 달리 나름(!?) 정체도 있고 길도 복잡해서 엉뚱한 길로 들어서기가 일쑤였다. 게다가 시내 한복판은 트램과 엉켜서 운전을 해야해서 잔뜩 긴장을 해야했다. 겨우 노상 주차장에 차를 대고 프라하성 입구까지 걸어갔다. 프라하는 생각보다 큰 도시가 아니었는데, 주요 관광지에는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다. 다행히 날씨가 흐린 탓인지 관광객이 아주 많지는 않았는데, 가이드분을 따라서 프라하성 곳곳을 돌아다니며 설명을 들으니 재미가 있었다. 프라하성은 밤이 더 예쁘다고 하셨는데, 하루종일 투어를 마치고 주차된 차로 돌아가면서 프라하성의 야경을 볼 수 있었는데 그말이 맞았다. 가능하면 오전과 오후에 한번씩 둘러볼 필요가 있는듯. 프라하성의 관광을 마치고 나서 트램을 타고 프라하 시내로 나가서 점심 식사를 하려고 몇군데 식당을 찾아갔는데 강아지 입장 불가라서 못들어가고, 다른 곳은 입구를 막은 단체 관광객 때문에 못들어가서 겨우겨우 한인 식당에 찾아갔다. 모처럼 김치찌게나 순두부찌게, 짜장면과 치킨등을 먹을 수 있었는데, 역시나 가격은 일반 식당에 2배 정도로 비쌌다. 외국에서는 왜 이리 한국 식당의 음식가격이 다른 식당들에 비해서 비싼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식사 후 도보로 틴 성모 마리아 교회, 프라하 천문 시계, 올드 타운 광장 등을 거쳐서 카를교로 향했다. 프라하의 주요 관광지마다 사람들이 엄청 많았는데, 그 중에서 올드 타운 광장과 카를교가 가장 사람이 많은 듯했다. (물론 한국사람들도 많았다.) 인파를 뚫고 카를교를 지나 다시 프라하성 아래쪽에 위치한 구시가를 관광하는 것으로 프라하 일일 가이드 일정을 마쳤다. 2일동안 가이드 투어를 하는 내내 중간중간 비가 내려서 아쉽기는 했어도 체코가 어떤 역사를 가진 나라인지, 그리고 현재 상황은 어떠한지 조금이나마 이해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다만 개인적으로 한 도시에 가서 도보로 온 도시를 걸어다니는 여행을 즐기는데, 프라하의 경우 기대보다 도시 규모가 적어서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예전에 로마는 9박 11일 내내 로마 시내를 걸어다니면서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었는데, 프라하의 경우 2일 정도면 충분히 모든 곳을 돌아볼 수 있을 것 같다. 나중에 2~3번 정도 더 프라하 시내를 돌아다녔는데, 하벨 시장에서는 딱히 살만한 것들이 많지 않아서 맥주로 만든 바디샴푸와 몇가지 티, 그리고 체코 전통 과자인 "코로나다" 정도만 겨우 살 수 있었다.



생전 처음 유럽 여행을 직접 준비했기에 숙소나 여행 일정 등에서 아쉬운 부분들이 있었지만, 향후에 어떤 식으로 유럽 여행을 하면 되는지 감을 잡을 수 있었던 점에서는 필요한 "시행착오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장시간 비행기를 타고 오는 낯선 유럽이 아니라, 자동차를 타면 몇시간만에 도착할 수 있는 익숙한 유럽이라는 점 또한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따라서, 앞으로는 이러한 특징을 감안하여 예획 계획을 짤 필요가 있어 보인다. 다음에는 한 국가 (또는 도시)에 2박 3일이나 3박 4일 정도의 시간을 배정해서 4개 정도의 국가 (또는 도시)를 여행할 수 있는 코스를 잡아볼 생각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장거리 여행을 위해서는 좀더 크고 수납 공간이 넓은 차가 필요하긴 할 것 같다. ㅎㅎ 너무 오랫동안 휴가를 다녀온 탓에 다시 업무에 적응하고 시작하는 것에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오늘 회사 시스템에 접속을 해보니 2019년도 휴가가 다시 세팅된 것이 보인다. 벌써부터 다음 휴가는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고민이 된다. 한국에서 일할 때는 안그랬는데, 사람은 역시 환경에 금방 적응하는 동물인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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