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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금호 Nov 02. 2020

나의 피트니스센터를 소개합니다

독일에서 우리 부부가 다니는 헬스장에 대해서 알아봅시다.

지난 3월 중순부터 독일도 락다운을 했었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재택 근무를 하고 있는 중이라 늘 비슷한 일상이 반복되고 있다. 4월 중순의 2주간의 휴가와 10월 중순의 2주간의 휴가 역시 원래 계획했던 여행은 모두 취소해야 했고, 휴가 기간 내내 집에만 머물러야 했기에 더더욱이나 요즘엔 따로 할 이야기할 소재가 딱히 없는 셈이다. 오늘부터 11월말까지 베를린 전체가 또다시 락다운이 되기 때문에 (일단 한달간 하는 것으로 되었지만 언제까지인지는 누구도 확신할 수 없음) 또다시 당분간은 불편한 삶을 살아야 하게 되었다. 락다운이 되면서 가장 불편한 것은 바로 매일 운동을 하러가지 못하는 것이다. 이번에는 작년 연말부터 다니기 시작한 우리 부부의 (만족도가 아주 높은) 피트니스센터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겠다.


우선, 필자는 한국에서 회사 생활을 할때 새벽 5~6시에 헬스장에가서 운동을 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것을 무척 좋아하던 사람이었고, 온몸이 찌뿌둥하고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마사지를 받으러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휴가가서 특급 호텔에 숙박을 하면 반드시 피트니스센터에 가서 운동을 하면 시설 점검(!?)을 해보면서, 나중에 50대가 되면 호텔의 피트니스 회원권이라도 사서 운동하러 다녀야겠다라고 다짐하던 사람이기도 했다. 땀냄새 절은 냄새가 풀풀 풍기는 싸구려 헬스장은 질색이었고, 그저 새로운 시설과 장비를 갖춘 것에 불과한데도 그럴듯하게 꾸며서 비싼 회비를 받으려는 장삿속이 뻔히 보이는 헬스장도 어이없어하던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피트니스센터를 선택함에 있어서도 나름 까다로운 편이라고 할 수 있다. 가장 선호하는 것은 특급 호텔 피트니스 센터와 골프 클럽의 사우나를 적절하게 조합하는 것이라고나 할까?


보통 독일인이나 외국인 친구들은 월 30~40유로짜리 헬스장을 다니는 것 같다. 가격대에서 예상할 수 있듯이 시설은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라고 예상되지만, "운동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처음에는 회사 근처에서 운동을 할만한 곳을 찾았는데, 일단 독일 헬스장은 새벽부터 열지 않기 때문에 (오전 9시에서 9시 30분쯤 연다) 굳이 회사 근처에서 찾을 이유가 없었다. 회사 근처의 백화점에 있는 헬스장을 한번 가봤는데 규모는 컸지만, 익숙한 땀냄새가 풍기는 것이 전형적인 헬스장이어서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작년 하반기에 집앞의 대형 쇼핑몰에 있는 "피트니스 & 스파"에 가서 상담사와 상담을 했었는데, 일단 상담사가 마음에 들었고 (내겐 이것이 무척 중요하다) 한시간쯤 상담 후엔 우리 부부 모두 기분좋게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6개월 단위 계약에 월 89유로, 계약해지는 계약 만료 3개월전까지 미리 하는 것이 계약 조건이었다. 이 동네에서는 검도장도 계약해지는 계약 만료 3개월 전에 미리 해야하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었고, 겨우 월 12만원에 내가 선호하는 스타일의 피트니스센터에서 운동을 할 수 있다는 것 또한 만족스럽다. 한국이었다면 이 정도 규모와 시설을 이용하려면 최소 월 20만원 이상은 내야했었을 것이다.



일단 피트니스 센터의 장비와 시설은 딱 우리가 좋아할만한 수준이었고, 이 이외에도 스파, 수영장, 그리고 다양한 트레이닝 프로그램 스케쥴이 꽉꽉 채워져서 제공된다. 하지만 우리 부부는 일주일에 3~4번 정도 꾸준히 방문해서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컨디션 관리와 체력 관리를 위한 운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아쉽게도 다른 좋은 시설과 서비스는 따로 이용할 기회가 없었고, 오로지 피트니스 센터에서 한시간 반씩 땀내며 운동을 하고 물값 걱정 없이 씻고 오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다. 특히나 내가 만족하는 것은 샤워장에서 제공되는 샴푸의 질이 너무 좋다는 점이다. 한국의 특급 호텔 피트니스나 골프 클럽 사우나에서 제공되는 것보다 훨씬 좋은 수준인데, 그 향기나 샴푸 후의 느낌이 너무 좋아서 집사람보다 샤워하는 시간이 더 걸릴 정도이다. ㅎㅎ 집사람 뇌피셜로는 아무래도 이 동네가 "탈모 방지" 같은 것을 중시해서 좋은 것을 쓰는 것이 아니겠냐고 하는데, 어찌되었든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또한, 이용객들의 매너 또한 한국의 특급 호텔 피트니스나 골프 클럽에서 느꼈던 그것보다 좀더 높은 수준이라, 불필요한 감정 소모가 없이 항상 기분 좋게 이용을 할 수 있다.


독일 피트니스 센터를 다니면서 경험한 문화적인 차이는 다음과 같다.

- 남자 탈의실이나 샤워장에 여성 직원들이 거리낌 없이 들어와서 청소를 한다. 안경을 벗으면 잘 보이지 않아서 처음에는 지나친 다음에 알았는데, 헐벗고 돌아다니는 남자들에 아랑곳 없이 청소를 하고 있는 모습에 처음엔 깜짝 놀랐었다. 요즘엔 조금 적응이 되어 인사를 던지기도 하는데, 최근에는 2명이나 들어와서 동시에 청소하는 모습에 기겁하고야 말았다. 사물함이 안열려서 문제가 생겼을 때에도 프론트 데스크의 여직원들이 남자 탈의실에 자연스럽게 들어와서 문제를 해결해주고 가기도 한다.

- 사우나를 이용해본적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남녀 상관없이 타월만 걸치고 가는 모습을 보니 또다른 문화 충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행히 사우나를 좋아하진 않아서 경험해볼 기회는 없을 듯.

- 코로나 이후에는 중간에 사물함 하나씩을 비워놓고 사용하고 있는데, 그래도 옆사람이 먼저와 사용을 해서 내 사물함을 사용하기 힘들때에는 뒤쪽에서 조용히 기다리는 것이 예의이다. 이것을 모를때에는 가서 미안하다고 하고 내 사물함을 가리켜서 치워달라는 의사 표현을 했었는데 결코 바람직한 행동은 아니다. 가만히 기다리고 있으면 눈치 채고 치워주기도도 하지만 아니면 그 사람이 다 할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 집사람을 통해 여성 탈의실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들어보니, 어느 나라나 사람 사는 것은 다 비슷한 것 같다. ㅎㅎ

- 탈의실에서 사물함을 이용할때 근처 사물함을 이용하는 다른 회원들에게 항상 인사를 하고, 다 끝나고 나갈 때도 인사를 한다. 지금까지 경험상 오고 갈때 인사를 하면 모두들 답례 인사를 꼭 한다. (딱 한명만 씹었음) 따라서 상대가 누군지 몰라도 먼저 인사를 하는 것이 좋다.


집사람은 다양한 운동 기구를 사용하지만, 본인은 한시간 반 동안 러닝머신에서 빠르게 걷기를 하면서 땀을 흘리는 것을 좋아한다. 왼쪽 사진은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위치에 있는 러닝머신이다. 한국에서 헬스장을 가면 가장 먼저 사람이 차서 때때로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 러닝머신이지만, 이동네 사람들은 생각보다 러닝머신에 붐비는 편은 아닌 점 또한 우리에겐 행운이다. 다만, 러닝머신을 이용하는 경우 이들은 대부분 진짜로 30분, 한시간, 또는 한시간 반을 쉬지 않고 진짜로 달리기만 하는데 (나이에 상관없이) 그 강인한 체력에 항상 놀랄 뿐이다. 우리 부부가 특히나 이곳의 운동 머신들을 좋아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모든 장비들이 넷플릭스가 연동된다는 사실. 어쩔때는 운동을 하기위해 피트니스센터를 간다기보다는 넷플릭스를 보거나 샤워를 하러 가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운동이 하기싫을 때에는 "가서 샤워라도 하고 오자"는 기분으로 온다. 코로나 이전에는 자기가 사용한 머신은 사용후에 소독약을 휴지에 뭍혀서 닦는 것이 기본이었는데, 코로나 사태 이후에는 머신 사용 전에도 닦고, 사용후에도 닦는 것으로 바뀌었다. 물론 이런 기본 룰을 안지키는 사람 한둘은 여기에도 존재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매너를 지키는 것은 마음에 든다.


한달에 6유로 정도를 더 내면, 하루에 최대 3리터까지 음료를 무료로 마실 수 있어서 내 경우에는 이것을 이용하고 있다. 한번에 750ml씩 15분 간격으로 4회까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데 보통은 1~2번 정도면 충분하다. 스포츠 음료 뿐만 아니라 스틸 워터, 스파클링 워터 및 다양한 맛+스틸/스파클링을 즐길 수 있어서 좋다. 음료 기계 옆에는 바가 있는데, 고객들이 커피나 간단한 음료와 음식을 먹을 수 있다. 이 바에서 일하는 아랍계 아저씨와는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눠본적은 없지만, 만날때 마다 웃으며 기분좋게 인사를 나누고 운동을 마치고 갈때에도 인사를 꼭꼭 나누고 있다. 그러고 보니 우리가 다니는 피트니스 센터에는 일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은 편이다. 프론트 데스크에는 2~4명이 항상 상주해서 출입하는 회원들을 맞이하고 응대를 하는데, 이들 덕분에 기분 좋게 운동을 시작하고, 운동을 마치고 갈때에도 기분좋게 나설수 있게 되는 것 같다. 좋은 서비스는 값비싼 기계나 화려한 시설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게 나오는 것인데, 그런면에서는 한국에서 경험했던 그 어떤 피트니스 센터에 비해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제공 받고 있다. 또한, 다른 헬스장의 경우 락다운이 되어서 못가게 되어도 꼬박꼬박 돈이 빠져나간다고 불만인 친구들이 있는데, 우리가 다니는 이곳은 락다운 시기에는 돈을 받지 않는다. 오히려 피트니스 회원들 중에는 일부러 돈을 내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란다. 이러한 예외적인 상황에서도 지극히 상식적으로 깔끔하게 운영이 되다보니, 오히려 우리가 걱정이 될 정도이다. "이런 곳은 절대 망하면 안된다!"


이곳에는 마사지 센터도 같이 운영하고 있는데, 이 역시 내가 좋아하는 서비스이고 반드시 필요한 서비스이다. 독일에 처음 왔을때에는 근처 타이 마사지샵을 한번 이용했었는데 만족도가 그다지 높지 않았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우리가 다니는 피트니스 센터의 여러명의 마사지사들에게 마사지를 받아보면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분을 찾을 수 있었다. 그래서 최근에 그분에게 예약을 다시 하고 싶었으나, 이름을 몰라서 이메일로 피트니스 센터에 문의했더니 친절하게 누구였는지 알려주고 그 분이 가능한 일정에 약속을 잡아주었다. 또다시 락다운이 되어 당분간 이용을 못하는 것이 아쉽지만, 락다운이 풀리는대로 다시 예약을 잡아야 겠다. 한국에서부터 꽤나 많은 마사지사들에게 마사지를 받아왔었지만, 일부러 다시 마사지를 받고 싶은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었을 정도이니 얼마나 만족도가 높은지 짐작이 될 것이다. 참고로 한국에서는 어떤 종류의 마사지든 무조건 90분짜리 마사지를 받았는데 여기에는 80분이 최고로 긴 시간이고, 비용은 한국과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 3월 중순에는 갑자기 락다운이 선포되는 바람에 피트니스 센터에서 운동을 하다가 쫒겨났었지만, 이번에는 언제부터 락다운을 할 것인지 미리 공지가 된 상태였기에 다들 일요일까지 나와서 운동하느라 평소보다 꽤나 붐볐다. 그리고 운동을 마치고 갈때에는 다들 락다운이 끝나고 다시 만나자는 듯 여운을 남기며 인사를 나누었다. 락다운이 되어 식당에서 밥을 못먹고 술을 못마시는 것보다, 생필품을 다루는 업소 밖에 못가는 것보다 더 아쉬운 것이 피트니스 센터를 못가는 것이라니... 예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그래서 이렇게 마음에 들고 항상 가고 싶은 나의 피트니스 센터를 여러분에게 소개를 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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