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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금호 Jan 27. 2022

오미크론 시대에 독일에서 살기

독일의 확진자가 20만명을 넘은 기념으로 쓰는 글

연일 확진자수 최고 기록을 갱신하던 독일도 드디어 하루 확진자 20만명을 넘었다. (7일 평균 10만명을 넘은 것은 덤) 확실히 오미크론의 전파력은 기존 바이러스들에 비해 대단한듯 주변에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우리에게 조여들고 있는 느낌이다. 한편으로 이렇게 폭발하는 확진자 수치가 나오는 것은 빠른 검사 키트로 평소 충분히 테스트를 실시한 덕이라고 볼 수 있기도 하다. 아이들 학교에서는 매일 빠른 테스트를 실시해서 양성 반응자는 바로 쫒겨나고, 회사에서도 출근하자마자 빠른 테스트를 실시해서 음성이 나와야만 사무실에서 근무가 가능하다. (아들내미의 배구 클럽도 부스터샷 접종자가 아니면 2차까지 백신 접종했어도 테스트 음성 결과 제출을 해야됨) 또한 무료로 집 근처 어디서든 빠른 테스트를 실시할 수 있기 때문에 의심 증상이 나오거나 확진자와 접촉을 했을때 손쉽게 대처가 가능한 것도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참고로 PCR 검사는 빠른 테스트에서 양성이 나왔을때는 무료로 받을 수 있고, 개인적으로 받으려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테스트 스테이션에는 항상 줄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생각보다 테스트 스테이션이 주변에 많다보니 그 줄이 그렇게 길지 않은 편이다. 


또한 강력한 2G, 2G+ 정책을 실시하다보니, 백신 접종률도 이전보다는 증가 추세가 지속되는 모습이다. 우리 부부는 지난 12월에, 그리고 19살 딸내미와 14살 아들내미는 이번 1월에 모두 부스터샷 접종까지 완료하였다. 2차 접종 완료가 73%인것에 비해 부스터샷 접종률이 50%가 넘는 것을 보면, 대부분의 백신 접종을 열심히 받는 사람들은 치열한 경쟁(!?)을 하며 접종을 받는 듯하다. 토요일 오전에 테겔 공항 백신 접종센터를 예약하고 방문하면 아래 사진처럼 구름같이 많은 차량들이 주차되어 있고 아침 일찍부터 접종하러 온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아들내미는 다니고 있는 김나지움에서 토요일 오전에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백신 접종을 실시하길래 신청해서 접종하였다. 딸내미 학교 친구(아직 미성년자)는 안티백서인 할머니와 살고 있어서, 보호자 동의를 받지 못하는 바람에 아직까지 백신을 맞지 못하고 매일 학교에 가기 위해 코로나 테스트를 해야했었다. (독일에서는 백신 접종 완료자 또는 테스트 음성 결과가 없으면 대중 교통 이용 못함) 그러다가 최근에 할머니 몰래 1차 접종을 했고, 어제 2차 접종을 할 예정이었는데 안타깝게도 학교에 와서 실시한 빠른 테스트 결과 양성으로 나와서 쫒겨났다고 한다. 



코로나가 확산되자 독일에서는 CORONA WARN-APP을 만들어서 배포했었는데, 이 앱은 코로나 확진자와 동선이 겹치는 것을 체크해서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최근에 덴마크에서 한번, 집근처 코인 빨래방에 들렀다가 한번 확진자와 동선이 겹치게 되었다고 빨간색으로 알림이 떠서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이걸 회사 동료들에게 보여주니 이렇게 빨간색으로 뜨면 PCR 검사가 무료라고 하며, 의심 증상이 있으면 PCR 검사를 받으라고 한다. 물론 이 경우에 회사에 출근해도 안된다고 이미 HR에서 공지한 적이 있다. 다행히 증상도 없어서 재택 근무하며 여느때처럼 자발적인 자가 격리를 했다. 예전에는 이 앱이 얼마나 도움이 되겠는가하는 입장이었는데, 생각보다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이번 경험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지난 주에 무려 한달만에 회사에 출근을 했었는데, 오랜만에 단골 빵집과 비엣남 식당을 들러서 좋아하는 지트로넨쿠헨과 쌀국수를 먹을 수 있었다. 요즘 내가 회사에 출근하는 이유는 특별히 출근을 해야할 필요가 있을 때이거나 회사 동료들을 만나서 수다를 떨고 싶을때 뿐이다. HR에서는 회사에 출근한 직원들에게 자가 검사 키트를 주고 테스트 결과를 보여달라고 해서, 능숙하게 테스트를 진행하여 보여주었다. 예전에도 회사에 출근해서 빠른 테스트를 했다가 양성이 나와서 PCR 검사를 받으러 가고, 자가격리를 하게된 회사 동료들이 몇이 있다보니 이것을 단순히 형식적인 절차라고 볼수는 없다. 간만에 만난 회사 동료들과 껴안으며 새해 인사를 나누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퇴근했다. 일은 집에서 하는 것이지, 회사에서 하는게 아니라는 듯. 어느덧 이렇게 재택 근무를 한지가 2년이 다되어 가고 있다. 내가 이 회사를 다닌게 3년이 좀 넘었는데, 실제로 출근하면서 다닌게 1.5년 정도였다면 나머지 2년 가까이는 재택근무를 한셈이 되는 것이다. 재택근무 기간 동안 회사에 출근한 것은 다 모아봐도 1~2달 정도 밖에 안될것 같다. 물론, 적지 않은 직원들이 업무 상의 이유나 다른 이유로 계속 출근을 하고 있지만 내 경우에는 코로나가 어느 정도 잡히기 전까지는 계속 재택근무를 고집할 계획이다.



평소에는 펠로톤 바이크로 운동을 하고, 일주일에 2~3번 정도만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하고 있다보니 요즘엔 집밖으로 나갈일이 거의 없다. 겨울이라 날씨가 좋지 않아 강아지와 산책도 거의 못해서, 헬스장에 운동을 하러가거나 장을 보러 갈때 이외에는 바깥 공기를 마실 기회가 없는 것이다. 최근 우리 부부가 다니는 헬스장은 2G+를 실시해서, 부스터샷 접종자이거나 2차 접종 완료했어도 테스트 음성 결과가 있는 사람만 입장이 가능하도록 정책이 바뀌었다. 원래에도 엄격하게 관리를 해서 걱정없이 운동을 할 수 있었는데, 역시나 이런 부분에 있어서 믿음직하다. 오미크론 때문에 확진자가 급격히 증가했어도, 가족 모두 부스터샷까지 접종했고 빠른 테스트로 수시로 검사를 실시하며, 대부분의 장소에서 고지식하게 정부 지침을 따르는 덕분에 크게 걱정은 하지 않고 지낼수 있다는 점이 다행이다.



봄 방학(1주일)이 얼마 남지 않은 아들내미의 김나지움은 오랜만에 격일로 번갈아 가면서 학교를 가고 있다. 그리고 2월말까지 학교나 KITA(보육원) 등이 닫을 수 있다는 기사가 나오자 회사 동료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는 중이다. 오미크론 때문에 확진자가 늘어도 예전처럼 락다운이 될 것 같지는 않지만, 오미크론의 확산세를 당분간 지속되며 또다시 우리의 삶을 고달프게 할 것 같다. 올해에는 다른 가족들도 한국 방문을 계획하고 있는데, 과연 그럴수 있는 기회가 올수 있을런지 모르겠다. 아니면 10일간의 격리를 감수하고 들어가야 하는데, 그만한 가치가 있을지도 모르겠고. 올해는 호시탐탐 한국 입국 기회와 독일/유럽 여행 기회만 노리면서 자발적인 자가격리의 삶을 계속 살아야할 운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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