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해야 할 일을 빼곡히 적었다.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이 왜 이렇게 많은지
과연 오늘 이걸 다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던 찰나
음악을 틀었다.
평소에 쉽게 들을 수 없는 재즈음악.
복잡한 머리를 잔잔하게 다독여주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업무는 하지 않고 딴짓만 하는 상황.
이럴 거면 그냥 기록이라도 남겨보자.
무리한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실패하면 또 좌절하는
그런 메마른 생활습관을 쭉 이어왔던 20대.
(매 순간 뒤처지면 안 된다는 불안과 경쟁으로 꽉 차 있던 시절)
좌절을 몇 번 겪고 나니
어느 순간 깨달았다.
욕심이 지나치면 오히려 자신을 지치게 만든다는 것을.
매일 아침 적던 노트의 TO DO LIST를 절반으로 줄였다.
최소한 내가 지킬 수 있는 것들만 적고 나니
마음이 훨씬 가벼웠다.
그런데 문제는 여유로우니 점점 게을러진다는 것.
긴장감 없는 삶으로 변해버렸다.
생활패턴과 습관은 이렇게 무섭다.
서서히 스며들어 나를 변화시키며 찾아온다.
학교를 졸업하고
꿈에 그리던 퇴사를 하고
철저하게 혼자가 되면
어떤 그 누구도 내 인생에 길을 안내해주지 않는다.
비로소 진짜 홀로서기
가족에게 의지하고 누군가에게 조언을 구하고
그러한 노력들이 지나치면 안 되듯이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는 그런 시간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요즘 읽고 있는 원씽이란 책에는 이런 표현이 나온다.
" 멀티태스킹은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을 망칠 수 있는 기회 "
내가 노력하고 있는 많은 일들이 과연 옳은 것인가 이 방향이 맞는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문장이다.
나는 에어비앤비를 운영 중이고 제품개발을 하고 있으며, 온라인판매를 준비 중이다.
이 모든 것을 홀로 한 번에 하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겠단 생각이 커졌다.
이것저것 많은 것을 할 줄 알고 배우는 것을 좋아하는 게 나의 강점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돌아보니 깊이감이 부족하다.
그렇다면 나는 과연 어떤 것을 남겨야 할까.
오늘도 이렇게 생각에 잠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