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필다임 May 15. 2023

40분의 심정지 그리고 수술 종료?

살려주세요 제발

40분의 심정지 그리고 수술 종료?

놀이공원의 스릴과 삶의 스릴은 차원이 다르다





나는 여전히 기다렸다. 

3시간 남짓 지났지만 아직 절반정도 지났을까. 

의사가 수술 잘 끝났다며 이 한마디 해주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대기실에 보호자는 달랑 3명뿐이었다.

4시간이 넘어가도 의사는 나를 부르지 않았다. 또다시 덩그러니 남아있어야 부를까. 

심장이 떨리고 발바닥이 덜덜 떨리는 기분이었다.

그날따라 병원 천장의 조명은 왜 이렇게 밝은지 그럼에도 왜 담당 의사는 보이질 않는지 애가 탔다.







쓰러질 만큼 힘들 때쯤 의사가 불렀다.

또렷한 눈동자로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입을 뗐다. 

심장이 40분 동안 정지를 했었고 제세동기로 전기충격을 18번이나 줘서 겨우 살려냈단다.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기다리는 동안 그렇게 하느님께 부탁하고 또 부탁했는데 나의 간절함이 부족했던 것일까. 

천주교 냉담자인 내가 오죽 간절했으면 몇 년 만에 이런 기도를 했을까 싶다. 

어찌 됐든 다시 뛰기 시작한 심장에 수술 마무리를 할 테지만 다시 심실세동과 부정맥 그리고 다른 합병증이 생길 수 있으니 알고 계시라는 의사말에 눈물만 나왔다. 나는 그저 두 손 모아 연신 '감사합니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앞으로 1시간 뒤에 수술이 끝나면 지금으로부터 2시간 후면 얼굴을 볼 수 있게 해 준다고 했다. 아주 선심 쓰듯 무심하게 흘려 말하곤 뒤돌아 들어가는 의사를 지켜보았다.


수술종료 문자에 대기실에 앉아있을 수 없어 문 앞에 서서 대기하고 있었다. 

예정된 시간이 지나고 다른 보호자들이 꽉 찰 때까지도 날 부르지 않았다. 

혹시나 또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닌지 걱정되는 마음에 중환자실로 향했다. 



중환자실은 창살 없는 감옥이자
생명을 살리는 병원의 심장과도 같았다. 



굳게 닫힌 중환자실 문



보호자는 쉽게 들어갈 수 없는 그 문 앞에서 덩그러니 기다렸다. 

문 앞에 달린 인터폰으로 간호사를 불러 물어보았다. 애가 타는 보호자 마음은 안중에도 없던 간호사는 그저 교대근무 인수인계에 정신이 없었던 탓에 늦어졌다고 했다. 평소라면 50원짜리 인상으로 미간을 찌푸렸겠지만 이날만큼은 그에게 아무 일 없다는 생각에 안심이 됐다. 이제 남은 건 그의 얼굴을 보고 중환자실에 필요한 물건만 전달하면 난 집으로 갈 수 있었다.



중환자실에 들어가는 과정은 꽤나 복잡했다. 

긴 복도에서 비닐 가운을 입고 체온을 재고 장갑을 끼고 마지막 가운을 또 입어야만 중환자실 입구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는 평소와 다르게 아주 얌전히 누워있었다. 아주 곱게 자란 부잣집 막내아들처럼 뽀얀 피부를 가졌기 때문일까 몸 여기저기 발라진 소독약과 피들이 눈에 띄었다. 침대 옆엔 8개의 링거와 3개의 모니터가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간호사는 말했다.

" 이름을 불러서 깨우거나 만지시면 안 되고 손은 살며시 잡아도 됩니다 "


힘없는 손에 피가 묻어있어 혹시나 내가 만져 문제가 생길까 싶은 무서움에 그저 바라만 보았다. 

심박수, 혈압, 알 수 없는 많은 수치들이 다 정상인 건지 그게 그저 궁금했다. 

모니터에서 이상한 소리가 날 때마다 의사 간호사 모두 그를 쳐다보며 다가왔다. 

아무것도 알 수 없는 나는 그저 지켜보기만 했다. 어느 그 누구도 보호자인 내게 먼저 무슨 상황인지 친절히 설명해주지 않았다. 내가 붙잡고 물어보지 않는 이상 그들은 내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고작 5분남짓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의 초라함을 확인한 채 그저 그가 살아있음에 감사한 마음을 안고 중환자실을 나왔다.


얼굴을 보았으니 이제 집으로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실 허락만 해준다면 병원 어딘가에서 밤을 새우고 일반병동에 같이 들어가고 싶었다. 

빨리 중환자실을 벗어나야 할 것만 같았다. 

중환자실에선 사망선고를 기다리는 어르신 그리고 긴박한 시술을 하느라 열댓 명 의사 간호사가 환자를 둘러싸고 긴급상황이 생기는 그런 곳에 그가 계속 있다면 왠지 모를 불안감만 더 커질 것 같았다. 

나의 욕심과 지나친 걱정일지도 모르겠다. 




병원 앞 길게 줄 서있는 택시를 타고선 집으로 향했다. 

돌아온 집은 순진무구한 딸이 소리치며 반겼다. 

따뜻한 집에 들어가니 이제야 긴장이 풀리고 하루종일 굶었던 뱃속은 요동치기 시작했다. 


집에 들어온 지 10분도 채 되지 않았는데 폰이 울렸다. 

중환자실에서 걸려온 전화였다. 간호사는 의사를 바꿔주었다. 



의사)

지금쯤이면 피가 멈춰야 하는데 안 멈춰요, 출혈 확인을 해야 해요. 

1시간 뒤에 다시 수술실 들어가야 하니까 전화로 동의하세요. 간호사 바꿔줄게요. "


" 네? 선생님?? 다시 수술한다고요? 봉합한 거 다시 풀어야 해요? 

전화로 동의 말고 제가 지금 갈게요 "



약물을 써도 출혈이 계속 생기는 게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다시 수술해야 한다는 이야기에 펑펑 우느라 대화가 힘들 정도였다. 

간호사도 난감한지 빨리 오시라고만 했다.

잠시 긴장을 풀었던 몸이 다시금 바짝 긴장하기 시작했다. 


이미 어두워진 밤 모두 퇴근을 하는 그 시각, 나는 콜택시를 불렀다. 

이번에 처음으로 운전을 하지 않는 나를 원망했다. 





다음편)

아픈이와 함께 한다는 것 [4편] - 고통 속 몸부림, 중환자실 탈출기

매거진의 이전글 차가운 그날, 뜨거운 눈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