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게 살고 있습니다.
오늘은 일찍 눈이 떠지지 않았다. 삼일 연속으로 이른 시간에 잤는데도.
어제 새벽같이 일어나 졌던 건 술을 많이 마셔서 목이 말랐고 안 씻고 잠들었기 때문에 찝찝해서였나 보다. 어젯밤에는 술도 안 마셨고 따듯한 물로 샤워도 하고 로션도 꼼꼼히 바르고 침대에 누웠다. 푹 잘 잤네.
육아를 시작한 이후로 수면을 취한다기보다는 잠에 골아떨어지는 일이 더 많아서 꿈을 잘 꾸지 않는데 며칠 연속으로 일찍 잔 날에는 아침 즈음에 꿈을 꾸기도 한다.
오늘은 작년부터 좋아하기 시작한 아이돌 그룹이 꿈에 나왔다. 깜깜한 밤이었고 침대 위였는데 멤버 중 한 명과 마주 보고 누운 채, 서로의 얼굴을 감상하다가 그가 내 머리카락을 넘겨주었고 내가 그의 뺨에 손바닥을 올렸다. 눈을 맞춘 채 그가 웃었다. 작고 보드라운 뺨이었다(나 지금 최대한 간결하고 담백하게 사실만을 전달하려고 노력 중이다). 다음 장면은 낮이었다. 우리 집인 듯했고 거실에 다른 멤버들이 흩어져 앉아 있었다. 나는 넓은 소파 위에 그(침대에 같이 있었던 멤버 한 명)의 팔베개를 하고 기대어 누워서 앞에 앉은 이들이 나누는 시답잖은 일상 수다를 들으며 간간이 웃었고 그저 늘어져 있었다. 내 허리에 그의 팔이 감겨 있었는데 등 뒤에서 전해지는 온기가 좋았다.
집에서 보내는 주말 낮의 한가하고 평화로운 일상이었고 92914의 ‘Okinawa’ 정도의 BGM이 깔려 있을 장면이었다. 꿈속인데도 창으로 들어오는 빛에 너무 나른해져서 주말이라 실컷 늦잠을 자는 중에 꾸는 꿈이라고 생각했다. 알람 소리에 느긋하게 일어나면서도 점식이가 주말에도 알람을 맞춰놨다고 생각하며, 늦게까지 재우려고 서둘러 알람을 껐는데 핸드폰 화면에 화요일이라고 표시된 걸 보고 적잖이 놀랐다. 정말 주말인 줄 알았네. 이렇게 경계심 하나 없이 나른해지는 꿈이라니.
일찍 잤더니 일찍 일어났는데도 늦잠을 잤다고 생각했다. 잠시 꿈에서 깬 것이 아쉬웠지만, 이제 정신 차리고 애를 깨울 거고, 영어 수업을 들을 거고, 어제저녁에 요리해서 먹고 남은 불고기로 볶음밥을 만들어서 아침을 차릴 거고 아이가 학교에 가고 나면 외출 준비하고 치과에 갈 것이다. 월요일의 결심과 같이 바르게 사는 데 성공하는 중이다.
오늘은 종일 Holy 했던 꿈에 어울리는 노래를 들어야지.
Keshi – Right here
OuYang Nana – To Be Happy
Anthony Lazaro, Sarah Kang – Love Letter
Kevin Krauter – Fantasy Theme
Noni – Things I Could Never Say to You
Joie Tan - Starlight (Acoustic)
Gatlin – Hospital
92914 – Okinaw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