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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식 May 16. 2022

월요병:월요일마다 바르게 살기로 다짐함

  

상쾌한 월요일 아침이다. 조금 졸린 것 같기도 하지만.

이틀 동안 일찍 잤더니 다섯 시에 눈이 떠졌다. 어제 못 씻고 자서 찝찝해서 일찍 일어나 졌을 수도 있다. 월요일인 만큼 새로 시작되는 일주일을 대비하기 위해 계속 잘까 했지만 이를 닦고 싶었고 -내일 치과 가는 날인데 이를 안 닦고 잠들어서 화들짝 놀라 ‘자네 내일이 마지막 치료인데 앞으로도 치과를 계속 가고 싶은 건가’라고 생각하며 일어남- 책도 읽고 싶었고 물도 마시고 싶었고 글도 쓰고 싶어서 몸을 일으켜봤다.

이를 닦는 김에 샤워도 했고 녹차도 끓였고 -제일 좋아하는 차 다 마셨는데 아직 못 사서 그 차 사면서 받은 다른 차 마시고 있는데 역시 좋아하는 차를 사야겠고 집 앞에 있던 오설록 사라져서 슬프네- 요즘 읽고 있는 책을 알엠이 읽기 시작한 걸 보고 반가운 마음에 조금 더 읽었으며 어제 새로 산 책도 조금 읽었다.     


저번 주는 너무 많이 먹고 너무 많이 마셨다.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서 피곤했고 새 글도 안 썼고 책도 안 읽었으며 요리도 안 했고 영양제도 안 먹고 물 대신 커피와 술을 들이켰다. 생활비도 오바해서 사용했다. 이번 주에는 장담할 수 없지만 좀 더 바르게(?) 살아 봐야지.     


한동안 책을 못 읽었다. 활자를 아예 안 읽은 건 아니고 이것저것 조금씩 들춰봤지만 완독한 책이 지난 한 달 동안... 음... 한 권인 것 같다. 잡생각이 너무 많아서 다른 생각을 머리에 넣기가 어려웠는데 저번 주에 많이 먹고 많이 마시면서 괜찮아졌다. 생각을 내보내기 위해서는 몸에 다른 걸 넣으면 된다는 결론이 도출되었는데, 그러므로 저번 주의 방탕한 생활에 대해 조금의 정당성을 부여하겠다.     


요즘 피부가 심하게 건조해서 크림을 잔뜩 바르고도 조금만 지나면 내가 크림을 안 발랐나? 싶을 정도로 얼굴과 온몸이 바싹 말라서 당긴다. 그래서 크림을 한 번 더 바르고 거울로 얼굴을 들여다보다가 모공이... 모공이... 너무 커진 것을 발견했다. 당장 모공 관리 크림을 사야겠어서 인스타그램에 자주 올라오는 광고에서 본 제품을 검색하고 수많은 후기를 읽어본 뒤 구입했다. 남편이 출장 가면서 가져간 내 썬스틱도 같은 제품으로 재구매하고 휴대용 수분스틱도 샀다. 이러다 보니 저번 주 생활비가 좀 오바된 것 같은데, 치과와 피부관리는 빠를수록 돈을 아끼는 거라고 배웠으므로 여기에도 조금의 정당성을 부여하겠다.     


집 앞에 새로운 반찬가게가 생겼다. 우리 동네, 같은 일직선 도로에서만 벌써 네 개째인 반찬가게이다. 우리 가족은 세 식구인데 셋이 같이 식사하는 일은 일 년에 몇 번 되지 않는다. 일단 남편이 집에서 밥을 먹는 경우가 드물고, 점식이와 나의 아침 식사 시간이 달라서 저녁 식사를 둘이서 하는 게 전부인 데다가 아침에는 한식을 잘 먹지 않기 때문에 밑반찬을 소비하는 양 또한 매우 적다. 요리를 하면 다 먹지 못하고 상해서 버리게 되는 일이 잦고 요리에 사용하고 남은 재료를 마저 다 소진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몇 년의 시행착오 끝에 반찬은 사 먹는 것이 재료비와 나의 노동력을 더한 것보다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 때문에 저번 주에 요리를 하지 않은 것은 새로운 반찬가게에서 시험 삼아 반찬을 여러 개 구입했기 때문이며 결과적으로 장조림과 나물들이 맛있었기 때문에 여기에도 정당성을 부여하기로 한다.   


이렇게 쓰다 보니 저번 주도 열심히 잘 살았다. 하지만 이번 주에는 굳이 정당성을 부여하지 않아도 괜찮도록 바르게(?) 살아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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