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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식 May 18. 2022

아침 일기

20220518 정말 그냥 아침 일기

사흘 연속 늦지 않은 시간에 잤는데(나에게 늦지 않은 시간의 기준은 자정이다), 오늘도 일찍 일어나 지지 않았다. 심지어 어제보다 더 피곤하고 졸려서 계속 자고 싶었고, 이불을 젖히고 포근한 내 침대를 벗어나는 일이 갑옷을 내려두고 맨몸으로 전쟁을 나가는 일마냥 각오를 다지게 했다. 하지만 나는 이번 주에 바르게 살기로 했으므로 제시간에 일어났다.     


소나기가 온다는 예보가 있어서인지 미세먼지가 매우 나쁨이어서인지 베란다 창밖 하늘이 흐리다. 먼지 냄새에 비 냄새가 섞여서 들어와 공기가 매캐하다. 공기청정기는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건데, 비가 오고 나면 대기질이 좋아지지 않을까 하여 켜지 않는다. 절대로 코드를 연결하는 게 귀찮아서가 아니다. 그게 뭐라고. 미세먼지 어플을 확인해보니 온종일 나쁨이라고 한다. 하지만 예보가 늘 맞는 건 아니니까 소신을 굽히지 않겠다.


소나기는 아침나절에 잠깐 오고 이후 날씨는 맑을 예정이라고 하니 빨래를 돌린다. 예보가 맞을 때도 있으니까. 그제 색깔 옷을 빨았고 오늘은 검정과 청 계열 옷을 세탁한다. 검은 옷은 더 검게, 하얀 옷은 더 희게, 색깔 옷은 색을 더 선명하게 해준다는 이염 방지 겸용 세탁 티슈를 세제와 함께 넣었다. 세탁실에 있는 세제 종류만도 네다섯 가지나 된다. 일반 세제 두 종류에 울 세제, 흰옷 전용 세제, 묵은 때 제거용 세제 등. 나만 피곤하게 사는 건 아니겠지.     


예보가 맞았다. 소나기가 내리고 있다. 등교하러 현관문을 나섰다가 엘리베이터가 아직 안 왔다며 혹시 모르니까 우산을 챙겨 가겠다고 한, 우리 애 천재인가? 물론 아니다.


오랜만에 따듯한 커피를 내렸다.

오랜만에 배수관을 타고 흐를 만큼 흠뻑 내리는 빗소리가 좋다.

오랜만에 글을 많이 쓰는 날들을 보내고 있다. 십 년도 넘은 일이다. 목적이 있는 글도 아니고 목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언제까지 지속될지 장담할 수 없지만, 그냥 되는 데로, 하는 데까지, 너무 애쓰지 않고 해보려고 한다.


덧붙임:

다 쓴 글을 업로드 하려고 하는데 '발행'이라는 버튼을 눌러도 될 만한 글이 아니라 잠깐 멈칫했다. 등록이나 공유 같은 단어였으면 별다른 생각이 들지 않았을텐데.

유용한 정보를 촘촘히 제공하는 인터넷 뉴스 메일도  읽은 후에 삭제해주세요 라고 하는데 나의 '발행' 인터넷 쓰레기만 양산하는  아닌가. 글을 쓰는 것과 별개로 다음 '발행' 대해 잠시 고민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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