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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식 May 23. 2022

낮에 올리는 월요일 아침 일기

20220523 쓸만한 것들 사이에 쓸모없는 것

   

바르게 살기로 다짐하는 월요일 아침이다.


저번 주에는 대체로 바르게 산 것 같지만, 잘 생각해보니... 역시나 딱히 반성할 게 없으므로 그런 걸로 하기로 한다. 설거지를 이틀 미뤘지만 어쨌거나 결국 내가 하지 않았나. 물론 그 설거지를 하면서 다시는 안 미룬다. 나올 때마다 바로바로 한다.라고 각오를 다졌지만, 미래의 내가 그러지 않을 것을 알고 있다. 설거지는 내가 제일 싫어하는 가사노동이고 내가 돈 벌면 제일 먼저 살 가전은 식기세척기다. 물론 그전에 남편이 더 많이 벌어서 사면 사이다사이다 오, 땡큐.     


지난주에 아침 일기를 쓰고 브런치에 ‘발행’을 하면서 과연 ‘발행’을 할 만한 글이었나, 싸이월드 다이어리에나 쓰고 ‘등록’ 혹은 ‘공유’ 정도면 충분할 일기를 거창하게 ‘발행’씩이나 해서 인터넷 쓰레기를 늘리기만 하는 것 아닌가. 과연 이대로 괜찮은가 하는 고민을 하게 되었다.

쓸모까지는 없어도 쓰레기는 아니어야 하지 않나. 그러다가 인스타그램에 묵혀놓은 점식이 책 계정이 생각났고 그걸 활용해서 ‘발행’하는 건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쓸만한 것들 사이 가끔가다 쓸모없는 건 봐줄 수 있잖아요?      


점식이 책 계정의 내용을 브런치에서 발행하기로 하면서 몇 가지 난관에 부딪히고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점이 드러났다.

첫째는 브런치 내 이미지 편집기술이 다양하지 않아서 따로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이미지 작업을 해야 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내가 따로 프로그램을 사용할만한 기술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고,

셋째는 사진 원본들을 몽땅 삭제해서 촬영을 다시 해야 한다는 것이고,

넷째는 내가 기본적으로 사진을 못 찍는다는 것이다.     


총체적 난국이고 매우 곤란해서, 여기까지 깨달았을 때 포기하고 싶었다.     


어떻게 될지 모르겠고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을 마음을 삼켜 버리고 [+ 매거진 만들기] 버튼을 눌러버린 날, 자정을 훌쩍 넘기고 새벽 세 시가 넘은 시간에야 침대에 누웠다. 사진을 새로 찍는 데 시간이 걸렸고, 사진과 글의 편집이 생각대로 되지 않아서 방법을 찾는 데도 시간이 들었지만, 제일 많은 시간이 쓰인 건 내가 만들어낸 완성본과 그걸 인정하는 마음이 타협하는 시간이었다. 찍은 사진의 퀄리티에 비해 들어간 시간은 민망할 정도인데, 내 기술을 탓할 수밖에.     


어쨌거나 발행은 됐다. 매거진에 대한 소개를 하고 어울리는 세 가지 태그를 골라했고 두 권의 책에 관한 내용을 연이어 발행했다. 그림책 태그 덕에 ‘오늘은 이런 책 어때요?’ 페이지에서 내가 발행한 글을 볼 수 있었고, ‘고양이 수목원’의 조회수가 다른 책에 비해 높았다. 역시 고양이는 늘 옳아.     


자꾸만 몇 명의 사람이 글을 읽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통계’ 페이지를 확인하게 된다.

이런 거 신경 쓰려고 한 건 아닌데,라고 자신 있게 말하고 싶지만 그건 거짓말이다. 그러려면 매거진 발행은 왜 하겠어. 몇몇 분이 인스타그램의 ‘좋아요’ 격인듯한 ‘라이킷’ 버튼을 눌러주었다(고맙습니다). 얼마가 지난 후 ‘라이킷 수가 10을 돌파했습니다!’라는 알림이 울렸다. 그런데 라이킷을 누른 사람 중 한 명이 제법 긴 내 글들의 라이킷 버튼을 연이어 눌렀다. 감사한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한참 생각했다. 라이킷을 누른 사람에게 가서 나도 라이킷을 누르는 게 브런치 내의 예의일까? 브런치, 뭘까?

     

자꾸만 통계 페이지에 들어가게 된다. 

다른 사람들은 이걸 어떻게 하고 있을까?

다음 발행을 하려면 새로 사진을 찍어야 한다. 쓸만한 사진을 찍어야 할 텐데.

쓸모 있는 걸 만들어 보려고 시작한 일에 자꾸 쓸데없는 생각이 끼어들고 쓸 수 없는 작업물들을 더 많이 양산해낸다. 언젠간 효율적으로 쓸모 있는 걸 만들어낼 수 있을까? 쓸모 있긴 한가.


브런치,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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