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 예찬론이자 여행기: 시작
속초에서 돌아온 뒤로 쭉- 몸이 땅에서 3센티 정도 뜬 것 같은 상태로 지내고 있다. 아스팔트 위를 걸을 때 자꾸 허공을 밟아 중심을 잃는다. 발끝이 바다를 가리키고 침대에 누워서도 의자에 앉아서도 머리가 어깨가 자꾸 바다 쪽으로 돌아가서 마음은 이미 거기 다시 가 있다.
바다에 두고 왔나 봐.
모래를 집어삼키던 파도가 먹어버렸나 봐.
바위를 조각내던 파도가 부숴버렸나 봐.
속초를 좋아한다.
집에서 가는 길도 편하고 운전해야 하는 거리와 시간도 적당하다. 거창하게 여행 간다기에는 가깝고 외출한다기에는 조금 먼, 부담스럽지 않은 거리이다.
가는 길에 들르는 휴게소도 좋다.
특별히 맛있는 음식이 있거나 아주 깨끗하거나 경치가 아름다운 건 아니지만 평소엔 잘 먹지도 않는 핫도그, 소세지, 소떡소떡, 호두과자, 회오리감자(점식이 최애) 같은 것들이 거기선 괜히 맛있어 보여서 의무적으로라도 먹어줘야 고속도로를 타는 여행을 즐기는 기분이 든다.
신중하게 메뉴를 골라 하나씩 입에 물고 손에 들고 주변을 둘러보면 급하게 화장실을 찾거나 앉아서 쉴 자리를 찾거나 나처럼 간식을 사 들고 있는 사람들의 얼굴과 행동에 묘한 설렘 같은 것이 묻어 있다.
휴게소에 진입할 때마다, 와 차 진짜 많다. 주차 자리 어디 있나 봐 봐,라고 싫은 듯 말하는 것도 웃기다. 그렇다고 안 갈 것도 아니면서. 차에서 내리는 사람 중에 반은 허리를 뒤로 젖히거나 기지개를 켜며 에구구 같은 소리를 내는데, 이걸 흉내 내는 어린이들이 꼭 있다. 시원한 줄도 모르면서(귀여워서 사망).
휴게소에서 산 주전부리를 입에 물고 차에 올라 ‘좀 이따 속초 가서 맛있는 점심 먹을 거니까 조금만 먹어’라고 말하는 건 내 단골 멘트인데, 이 말 하는 거 좋아한다. 지금도 앞으로도 맛있는 먹을거리가 많아서 기대에 찬 기분을 만끽하며 말한다. 소떡소떡을 하나씩 빼먹으면서 10킬로미터가 넘는 터널을 통과하며 물고기와 무지개와 인사하고 학교종이 땡땡땡 노래를 한 뒤 북양양ic로 빠지면 양양과 속초의 갈림길이 나온다. 양양도 너무 좋지만 나는 속초. 양양을 뒤로하고 속초 쪽으로 길을 틀 때, 젊은이들이 반도 안 입고 활기 넘치게 다니던 양양 보건소 앞 거리를 떠올리며 젊은이들 안녕! 하는 마음으로 간다. 그 앞 수제 햄버거 가게 맛있는데라고 생각하며.
드디어 속초에 도착.
안녕, 속초. 내가 또 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