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10월 19일 월요일, 미국의 다우존스 지수가 하루만에 22.6%나 폭락한 사건이 발생합니다. 증시 역사상 하루만에 가장 큰 폭락을 기록한 날이었고, 시차가 다른 아시아에서는 ‘검은 화요일’이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블랙먼데이가 촉발된 원인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들이 분분하지만, ‘달러 약세’ 때문이라는 경제학자들의 의견이 가장 많은데요. 1985년 9월 플라자 합의 이후 달러 약세가 지속되면서, 환 손실을 걱정한 해외 투자자 이탈 우려와 당시 미 연준의장인 그린스펀이 기준금리를 5.5%에서 6%로 인상한 것이 트리거가 되어 발생한 증시의 흑역사입니다. 경기 과열을 방지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한 것이지만 달러 약세를 저지하기 위한 신호로 시장은 인식을 했고, 더불어 10월 14일에 발표된 미국의 9월 무역수지가 사상 최대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달러 약세에 대한 투자심리가 결국 해외 투자자들의 이탈에 불을 붙였습니다. 시장은 1929년 세계대공황의 공포에 휩싸였지만, 블랙먼데이가 발생한 당일 그린스펀 연준 의장은 “통화를 풍부하게 공급하고 금리를 내릴 것”이라고 빠르게 대응한데 힘입어 위기를 탈출했습니다. 1929년의 미국 연준과 1987년의 미국 연준의 대응이 달랐기에 큰 위기를 벗어났다는 학자들의 판단이었습니다. 결국 그 이후로 위기가 닥치기만 하면 연준의 돈풀기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죠.
블랙먼데이를 설명드린 이유는 플라자합의를 말씀드리기 위함입니다. 플라자합의 이전 1980년대 미국은 대외무역 수지 적자와 정부의 재정적자가 커지며 경기침체 분위기가 스물스물 올라오는 가운데 물가가 오르고 금리가 높아지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있던 시대 배경이 있었습니다. 이 어려운 시기 혜성처럼 등장한 인물이 바로 레이건입니다. 혼돈에 빠진 미국 경제를 되살리고 다시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캐치프레이즈 Make America Great Again, MAGA가 탄생했죠. 이 MAGA 구호로 당시 현역 대통령인 지미 카터를 꺽고 대통령에 당선됩니다. 뭔가 지금의 미국 상황과 너무 데쟈뷰 되지 않나요? 플라자합의를 통해 미국 달러화 가치는 내려가고 일본 엔화와 독일 마르크화 가치가 높아지는 정책이 합의되었고, 발표일 다음날 1달러에 235엔이던 엔화 환율은 20엔이 하락했고, 지속적인 엔화 절상으로 1년 후에는 엔화가 120엔으로 반토막이 나게 되었습니다. 자, 잠시 생각해볼게요. 만약 현재 1달러에 1400원인 환율이 1달러에 700원이 되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요? 우선 해외여행객이 급증하겠죠. 너도 나도 환전해서 해외여행 러쉬가 일어날 것이고, 수입품의 가격도 낮아져서 국내 내수경기 소비심리에도 영향을 주겠쬬. 해외 부동산이나 미국주식들도 싸보여서 마구 사들일 겁니다. 실제로 일본이 80년대 후반부터 해외부동산 투자가 엄청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90년대부터 일본의 기업들의 수출경쟁력은 약화되었고 이를 통해 반사이익을 누린 국가는 대한민국이었습니다.
이야기가 옆길로 흘렀는데, 지금의 트럼프의 세계 각국에 대한 관세부과의 궁극적인 목표는 결국 위안화를 비롯한 세계 주요 통화에 대한 달러화에 대한 절상입니다. 달러 가치를 낮추고 위안화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죠. 현재 1달러당 7.3위안으로 고정되어있는 위안화의 가치를 6위안 내외로 떨어뜨리려는 거죠. 관세부과를 무기로 시진핑 국가주석을 마러라고 리조트로 불러 ‘제2의 플라자 합의’같은 ‘마러라고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이 스티브 미란과 트럼프의 야욕입니다. 하지만 이를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중국은 일절 대응을 하려고 하지 않고 있죠. 시진핑은 태평양을 건너 미국으로 향하지 않고, 동남아 3개국 베트남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순회를 하며 미국에 대항하려고 합니다. 미국은 중국 위안화의 평가절상을 원하고, 중국은 관세에 대한 보복으로 위안화를 평가절하하려고 합니다. 서로 완벽한 동상이몽입니다.
현재 분위기상으로는 미국은 초조해보이고 중국은 다소 느긋해 보입니다. 물론 어느 편이 이 쩐의 전쟁에서 이길지 알 수 없습니다. 미국주식을 투자하고 있는 투자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중국이 미국에 강대강으로 대응해 위안화를 평가절하시킨다면 가뜩이나 어려운 국내 내수경기와 수출기업들의 해외 가격경쟁력에 큰 타격이 될 것이고 원달러 환율도 1500원 이상으로 크게 상승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대로 위안화가 평가절상되면 원달러 환율도 1300원대로 내려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느쪽이든 예상일 뿐이고 이런 환율전쟁은 플라자합의때처럼 단기간에는 미국의 수출경쟁력과 재정적자에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이렇게 강압적으로 인위적으로 조작한 환율은 언제가는 독이 되어 돌아올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플라자합의가 1987년 10월 블랙먼데이로 이어진 것처럼요. 시장이 똑같이 반복되지는 않겠지만, 시청자분들도 이런 경제의 흐름과 역사에 대해 이해하시고 미중 무역전쟁이 강대강 대결로 가든, 극적인 합의가 이루어지든 결국 이런 인위적인 시장 개입은 항상 큰 대가를 치뤄야 한다는 점을 잘 이해하시고 대응해가면 좋을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