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원화가 휴지되고 있으니 달러 팔지 마세요

by 황금별

요즘 뉴스를 보면 무역수지는 연일 흑자, 코스피는 사상 최고점을 갱신하며 5천 시대를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겉보기엔 모든 게 좋아 보이죠. 그런데, 이상하지 않나요? 이렇게 수출이 늘고 주가도 오르는데…원달러 환율은 왜 계속 올라갈까요?

그림15.jpg

올해 초 1468원으로 출발한 원달러 환율은 새정부 출범 이후 1350원 아래로 하락하며 안정세를 찾아가나 했는데, 연말이 다가오면서 다시 연초 환율인 1467원까지 상승했습니다. “달러를 팔지 마세요. 원화가 휴지되고 있습니다.” 최근 시장에서 이런 말이 돌고 있습니다. 수출 대기업들은 수출대금으로 받은 달러를 환전하지 않고, 오히려 쌓아두고 있죠. 국민연금과 서학개미들 역시 해외투자를 늘리며 달러를 사고 있습니다. 무역흑자 속에서도 환율은 오르고, 국내 자금은 달러로 빠져나가는 지금, 과연 이 현상의 본질은 무엇일까요?

그림16.jpg

오늘 영상에서는 “왜 달러를 안 파는가, 그리고 앞으로 언제 환전해야 하는가” 그 해답을 함께 찾아보겠습니다.

그림17.jpg

1️⃣ 한·미 기준금리 차이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4%, 반면 한국은 2.5%로 동결되어 있습니다. 이로 인해 한·미 간 금리 역전 현상이 사상 최장기간, 무려 41개월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도 3차례 정도 한미간 기준금리가 역전되는 현상이 나타났지만, 최대 25개월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40개월을 넘으며 역대 최장기간 금리역전 현상이 장기화되고 있습니다. 금리가 높은 쪽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것이 시장의 기본 원리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원화보다는 달러 자산을 보유하려는 유인이 커진 상황입니다. 결국 달러 수요는 많아지고, 환율은 상승하게 됩니다.

2️⃣ 달러를 안 판다 — 수출 대기업들의 달러 유보

요즘 수출 대기업들은 수출대금으로 받은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지 않고 그대로 보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냐하면, 환율이 더 오를 수도 있다는 기대심리 때문이죠. 지금 달러를 팔면 손해일 수도 있다는 판단입니다. 또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수출대기업들은 미국에 공장도 짓고 대미투자가 더 확대되어야 하므로 달러를 모아둬야 합니다. 자 당연히 수출 대기업들이 수출해서 벌어온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지 않고 달러로 통장에 쌓아둔다면 시장에 달러 공급이 줄어들고, 결국 원화 약세, 즉 환율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3️⃣ 국민연금과 서학개미의 해외자산 투자

세 번째 요인은 바로 해외투자 수요의 확대입니다. 국민연금은 장기적인 글로벌 자산 분산을 위해 해외 주식과 채권 비중을 꾸준히 늘리고 있습니다. 국민연금은 보험료의 절반 이상을 달러 자산으로 투자하고 있습니다. 개인 투자자들, 이른바 ‘서학개미’들 역시 미국 주식과 ETF에 활발히 투자하고 있죠. 이 과정에서 달러 매수가 계속 발생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국내에서 달러가 빠져나가는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4️⃣ 국민연금 스왑 환율 방어 어려움

네 번째는 국민연금의 환헤지 제약입니다. 국민연금은 한국은행과 달러 스와프를 맺어서 환율을 방어해 왔습니다. 이건 뉴스로도 이미 보도가 되었고, 다들 아는 사실이죠. 그런데 이걸 미국 재무부가 모를리가 없죠. 미국 재무부가 외국 공적자금의 스왑 거래 확대를 외환시장 조작이라고 경고하면서, 국민연금이 해외 자산 운용 시 달러를 국내로 들여오는 데 제약이 생겼습니다. 즉 미국 재무부가 면밀히 관찰하겠다고 경고를 날렸기 때문에 국민연금이 외환시장에 개입하기가 무척이나 어려워졌습니다. 이제 환율 방어를 하고 싶어도 실제로는 제한적이라 방어하기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잘 방어되던 1450원 방어선이 뚫려버린 주된 이유는 바로 이점때문입니다. 이 역시 달러 수요를 높이고, 원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5️⃣ 통화공급 증가율의 격차

다섯 번째는 통화 공급, 즉 돈의 양의 차이입니다. 무슨 소리냐 미국이 엄청나게 돈을 찍어대는데, 이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2022년 이후 M2 통화량 증가를 보면, 미국은 통화량이 3% 증가하는데 그친 반면, 같은 기간 한국은 20% 이상 통화량이 급증했습니다. 즉 한국이 미국보다 7배나 더 많은 비율의 돈을 뿌렸죠. 그래서 원화의 가치가 하락하는 주요 원인이고, 실제 이런 통화량의 증가가 현재 국내증시와 서울 부동산 폭등의 주요 원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새정부 들어와서 한국의 통화공급 증가율(M2)은 미국보다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경제 전체에서 돈이 더 많이 풀리면 화폐가치가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결국 원화의 실질가치가 약세를 보이는 결과를 낳습니다.

6️⃣ 한국의 낮은 GDP 성장률

마지막으로는 성장률의 격차입니다. 미국은 여전히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한국은 수출 부진과 내수 위축으로 성장률이 낮아진 상태입니다. 2025년 GDP 성장률 역시 미국은 1.8%에서 2% 성장하는 것으로 전망되는데 반해, 한국은 1% 이하 수준으로 매우 낮게 전망되고 있습니다.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한국의 건설투자 위축 등 내수경기 악화로 투자 매력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국내 자금을 회수해 달러로 옮기려는 흐름이 생기죠. 이 역시 환율 상승, 원화 약세를 부추기는 요인입니다.

그림18.jpg

그럼 도대체 언제 환전을 해야 할까요? 오프라인 스터디 때마다 항상 최근 3개년 평균환율을 기준으로 환전 타이밍을 잡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최근 3개년 평균 환율은 1357원입니다. 사실 환율이 지금처럼 1460원이 넘어가면 환전해서 투자하려고 대기중인 분들은 마음이 조급해지기 마련입니다. 도대체 이 높은 환율이 언제 내려올까 걱정되지만, 이렇게 마냥 오를거 같은 환율도 금새 1350원대로 내려오기도 합니다. 올해 초만 해도 1468원으로 시작했던 환율은 7월 1일에 1352원으로 내려온 적이 있었죠. 그때 제가 1350원 정도면 지금 환전해도 좋을 타이밍인거 같습니다 라고 전달드렸습니다. 1330원 아래로 내려갈 수도 있지만, 그래도 1350원 정도면 1400원이나 1380원에 환전하는 것보다는 낫죠 라고 언급했었는데요. 저도 1350원대에 보유중인 원화의 30%를 달러로 환전했었습니다. 물론 1350원 아래도 더 내려가지 않고 다시 상승세로 전환되서 추가로 환전하진 못했습니다. 달러를 매도하는 분과 매수하는 분의 시각차이가 있겠지만, 최근 3개년 평균 환율 구간에서 환전을 시도하는 것이 달러 트레이딩의 기본정석입니다.

그림19.jpg

많은 분들이 “1달러 = 몇 원이면 비쌀까, 싸질까?”를 궁금해하시지만 사실 환율은 ‘고점’과 ‘저점’을 맞추기보다는 방향 전환의 신호를 읽는 게 더 중요합니다. 환율은 누구도 정확히 예측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분할 환전 전략이 가장 현실적입니다. 점진적 분할 매수나 매도를 하면 고점이 아니어도 평균 단가를 낮출 수 있습니다.


한국과 미국 간 관세협상이 완료되고,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하는 상황에도 환율의 상승세가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의 환율 상승은 단순히 무역수지나 수출의 문제가 아니라 금리, 자본흐름, 투자심리, 정책 제약이 함께 얽힌 복합적인 현상입니다. 무역 흑자에도 불구하고 원화가 약세를 보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앞으로 환율이 안정되려면, 달러 매도세가 늘고, 외국인 자금 유입이 꾸준히 이어지며, 무엇보다 한·미 금리 격차가 완화되어야 하겠죠.


당분간 환율이 내려가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미국 증시가 하락할 가능성도 희박하다보니 당분간은 1400원대 후반의 환율을 봐야 할 것 같네요. 지금까지 황금별의 부자노트였습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