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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나쌤 Feb 22. 2023

"엄마 도망가!"

나는 내내 궁금했다.

엄마는 왜 아빠의 폭력을 참아 냈는지, 힘들었던 시간을 왜 묵묵히 견뎌 왔는지.

"엄마, 도망가. 난 괜찮으니까 엄마는 다른 데로 도망가서 살아."



엄마는 늘 말했다. 

나를 위해 참고 사는 거라고. 나를 지키기 위해서. 나를 잘 키우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늘 궁금했다.

이토록 상처받고 불안한 마음이 과연 괜찮은 것인지를.



엄마가 평생을 바쳐 잘 키우고 싶었던 딸은 몸은 성장했으나 내면 아이는 유아기에 멈춰있다.

전혀 성장하지 않은 채로.

자라는 내내 생각했다. 

엄마가 나를 데리고 도망칠 용기가 있었다면...

엄마 혼자 나를 키우기에 세상은 너무 팍팍했을까. 

밑바닥에 농후한 감정의 찌꺼기들은 해소되지 않은 채 삶의 중요한 순간에 불쑥불쑥 기여 올라온다. 따뜻하고 성격이 완만한 남자를 만나 결혼했고, 그 남자를 닮은 아이들을 낳았다. 나의 가정은 안정됐다. 하지만 그 안에 나는 여전히 불안하다. 



길을 가다 넘어진 아이에게 달려가 안아주며 "괜찮아? 안 다쳤어? 씩씩하구나. 내 아가."라고 말해주지 못했다. "조심하라고 했지? 뛰지 말라고 했지. 그러니까 엄마 손잡고 있으라고 했잖아. 넌 대체 엄마 말을 왜 이렇게 안 들어!"



스스로에게 지나치게 엄격했고 가혹했던 나는 가족들에게도 그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 구제불능이라고, 넌 할 수 없을 거라고, 네가 뭘 하겠냐고, 그게 되겠냐고...

내 안에 내재된 결핍이 나를 부정하고 나를 신뢰하지 못했다.

나는 지나치게 나의 결핍에만 초점을 맞추고 살아온 것이다. 





어릴 때 엄마에게 집을 떠나 멀리 도망치라고 했습니다.

실제로 저희 엄마는 집을 나가서 광주로 도망쳐서 살았던 적도 있다고 합니다. 아빠의 폭력을 피해 도망쳤지만 결국엔 어린 딸이 눈에 밟혀 다시 돌아왔다고 하더라고요. 그때 제 나이가 3살이었대요. 물론 저는 기억이 없습니다. 




말도 안 되는 얘기지만, 저는 엄마에게 집을 떠나라는 말을 참 많이도 했습니다. 엄마가 없는 집을 어린 제가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런 말을 했는지 지금도 의문입니다. 어쩌면 저는 엄마가 저를 두고 절대 도망가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아빠는 무남독녀 외동딸인 저에게는 한없이 자애로운 분이었지만 아내에게는 냉정하고 폭력적인 남편이었습니다. 형제가 없는 저는 그런 불안하고 속상한 마음을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채 성장했습니다. 아빠를 미워했고 원망했죠. 그렇게 사는 엄마도 미웠습니다. 나 때문이라고 하는 엄마의 말도 이해가 되지 않았었고요. 




참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오래된 기억 속에서 끄집어내는 기억들이 아름답지 못한 것들도 참 많네요. 하지만 불평하지 않으렵니다. 어린 시절 제가 가졌던 불안과 결핍은 그때의 것이지 지금의 것은 아닙니다. 어쩌면 지금 제가 누리는 평안과 행복은 엄마가 저를 지키려고 인내했던 시간들의 결과물일지도 모르니까요.



저는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한 번 생각해 보세요. 

갇힌 시간 속에 살고 있진 않으신가요?

여러분을 잡아두고 있는 시간은 언제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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