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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나쌤 Feb 23. 2023

실수해도 괜찮은 아들과 실수가 싫은 엄마


나는 아이의 작은 실수도 용납하지 못하는 엄격한 엄마였다.

"너 그거 흘리면 엄마한테 혼난다."

"만지지 마. 그냥 그대로 둬!"

"아무것도 하지 마. 엄마 말 들어."

이건 이렇게 해라. 저건 저렇게 해라. 일일이 사사건건 간섭하고 작은 실수도 혼내고 빨리 완벽하게 해 내라고 닦달했다.



아이가 어릴 때는 아이의 느린 행동과 아이만의 독특한 행동을 용납하지 못했다. 조금 기다려주면 아이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들도 기다려 주지 못하는 성격이 급한 엄마였다.

"내가 할 수 있어요. 엄마 미워! 민석이가 할 수 있는데"

아이는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엄마가 대신해 버리고 일을 정리해 버리는 것을 싫어했다. 자기도 잘 할 수 있는데 엄마는 기다려주지 않았기 때문에 아이는 늘 서둘러야 했다.



아이가 성장하면서 내내 마음속으로 미안했다.

기다려줘야 한다는 마음과 기다려주지 못하는 내 마음속의 강박이 늘 부딪혔다. 아이는 실수와 실패 속에 성장한다. 이것은 성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다. 고로 실수와 실패는 말 그대로 잘못이 아니며, 그 과정에서 아이는 경험이라는 살아있는 값진 교훈을 얻는다.



"엄마, 화났어? 나 미워요?"

언젠가부터 아들은 늘 나의 감정을 묻고, 자기에 대한 애정을 확인하려 든다. 늘 내 손을 잡고, 내 눈을 바라보며 간절하게 묻는 아이의 시선을 회피하고 대답도 회피할 때가 있었다. 엄마는 지금 화가 났다는 무언의 표시였다. 나의 이런 반응에 아이는 이내 실망하고 울상을 지었다.



나는 실패를 두려워했다. 그래서 삶의 여러 기회를 스스로 내려놓았다. 도망치기 바빴고, 늘 안 될 거라고 스스로에게 말했다. 어쩌면 나는 나의 성장 과정에서 형성된 스트레스를 아이에게 강요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엄마의 스트레스는 아이에게 그대로 전달된다. 나는 어느 순간부터 아이에게 나의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엄마가 화가 난 건 맞는데, 그건 너의 잘못이 아니야. 엄마가 스트레스가 심해서 스스로 감정 조절을 못해서 그래. 너는 충분히 그것을 해도 되고, 엄마는 조금 기다려 줄 수 있어. 우리 아들이 노력하니까. 엄마도 노력할게. 그러니 부족한 엄마를 아들이 조금만 이해해 줘."



올해 아들이 13살이 되었다. 엄마의 스트레스를 이해해 줄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대화가 가능해진 나이가 되자 아들에게 좀 더 솔직해진 나를 발견한다.

"엄마는 왜 자꾸 저한테만 화내세요!"

"너는 왜 내가 하는 말을 자꾸 무시하는 거야?"

우리 모자는 지금도 가끔 이런 대화를 주고받는다.

하지만,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서로에게 서운한 점을 말한다. 대화를 통해 스스로의 부족한 점을 고백하고 미안하다고 사과하며 서로를 보듬어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이가 자라면서 엄마 안의 욕심도 같이 자란다. 엄마는 점점 더 욕심쟁이가 되어 간다. 물론, 내 아이에게 좀 더 많은 것을 주고, 더 많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은 엄마의 사랑이 욕심이라는 형태로 드러나는 것이다.



나의 아들은 새로운 일에 도전 정신이 뛰어나고 어떤 실패도 두려워하지 않는 용감한 아이다. 그건 초등학교 5학년이 된 지금도 그렇다. 스트레스가 심한 엄마에게 자랐음에도 불구하고 밝고 긍정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반장 선거에서 몇 번 낙방을 하고도 "괜찮아요. 다음에 또 하면 되죠."라며 매년 한 번씩은 반에서 반장이 되는 아들이다. 지금도 두 번 출마하면 한 번은 꼬박꼬박 낙방한다. 그래도 "뭐 어때요~ 괜찮아요."라고 말한다.



올해 유독 눈이 많이 왔다. 아들이 눈사람을 만드는 모습을 보면서 아들의 4살 때가 기억이 났다. 그때도 아들은 똑같이 눈을 굴려서 눈사람을 만들고 있었다. 춥다고 집에 들어가자고 해도 떼를 쓰면서 아예 눈 위에서 누워버렸던 아들이 벌써 13살이 되었다. 사진 속에 똑같은 장소 똑같은 모습의 아들의 모습에서 격세지감을 느낀다. 그리고 나는 그 안에서 평안과 감사를 경험한다.

건강하게 자라주어서 고맙다고, 내가 너의 엄마라는 사실에 감사한다고..

나의 아들로 태어나 주어서 너무 감사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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