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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ssi Dec 21. 2023

우린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부터-

Everything in my life is changed.






요즘 나는, 꾸준히 화-목요일과, 수요일

각 두 개의 영어 클래스를 아침마다

출근도장을 찍고 있다.

단순히 영어를 "잘" (유창하게) 하고 싶어서

이렇게 이른 아침부터의 영어행을 결심한 건 아니고,

"공짜 수업"이라는 감사한 이유 때문만도 아니다.

두 이유가 충분히 맞지만, 이유의 전부가

될 순 없다라는 의미-

미국에 온 지 5년 차가 되어서야...

처음으로 미국에서 정말 "잘" 살아보고 싶다는

여러 계기들로,

심지가 단단해진 의지가 생겼다.  

다소 내게 pressure 그 자체였던 영어를,

언어로서의 영어는 단지

나의 생각을 누군가에 전달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라는 문장에 다소 편안한 위로를 얻었다.

고향을 떠나 와 새로운 삶의 터전이 된 미국에서,

이 도구 없이는 단언컨대 결코, 내가 원하는 대로 "잘"살 수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 여러 반문이 들 때가 있다.

진심은 어떻게든 통하고,

소통은 어떻게든 할 수야 있어서 우린 마음을

직/간접적으로  전달할 수는 있지만-

온전한 나의 마음을 뉘앙스 뒤틀림 하나 없이

전달해 낸 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으니 말이다.

마찬가지로- 나의 모국어인 "한국어"라는 툴을 통해 내 마음을 전달해도,

때로는 받는 이가 내 언어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할 때도 분명히 존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활성화되어버린

이 한국어를 통한 어려움과

미국에서의 겪는 소통의 어려움은 완연하게

다른 결임을 말하고 싶다.

도구(영어)를 올바르게 사용하고 있는 건지,

이 도구를 통한 내 삶의 편리함을 얻고자 한다면-

도구를 어떻게 확장해 나갈지-

정말 생각도 못했던 다양한 범위의 상황 속에서...

수 없이 답답함과 소통의 갈증을 느끼며,

의구심이 들 때가 매일의 연속이니 말이다.

한국에서의 내가 어릴 때부터 쓰고, 듣고, 말하던

그때의 “영어"와는 리얼리틱하게 다르다.

  

  서두가 너무 길었어서, 내 미국에서의 일상에 관해...

본론에 급히 들어가 보고자 한다.

나는 결혼하고 정확히 7일 만에 미국에서의 신혼생활을

시작했다.

솔직히 나의 미국 생활은 그저 행복의 날개만 퐈려하게 펼치며 "뉴 라이프"를 살겠지? 싶었다.

그렇게 오롯이 거품 가득한 로망에 부푼 채로 시작되었다. 

그리고 호기롭게, 남편이 박사생활을 시작한 대학교의 ELS에 등록도 했다.

사실 영어를 최대한 많이 듣게 되면,

뭐 자동으로 이해도 할 수 있을 테고 말도 늘지 않을까?

아주 안일하고도 게으른 생각이었다는 걸 깨닫는 데는 그리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오히려 들리지도 않는 다양한 연음과 억양들이 가득 한 어마무시한 영어를 들으며....

나에게는 긍정적인 자극보다 되려,

큰 좌절감과 소심함을 안겨 주었다.

그 후로는, 자연스럽게 코로나가 찾아왔고 자연스레

“영포자"로 살아도 되는 이유만을 찾고 있는

내가 되었다.

그렇게 미국에서 살면서도, 오히려 한국에서 보다 더 영어와 머얼리 지내고 싶은

마음에, 내 마음은 늘 도망 다니기 분주했다.

어딜 가나 "How are you?"라고 물어주는 미국 중부지역의 미국인 특유의 다정함이 때로는

오지랖으로 불편하게 느껴지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그러다 어느 날엔가,

홀로 동네 산책을 하다 옆옆집에 사는 독일인 페트라와 스몰토크를 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나와 같은 이유로 미국에 산지 40년이 되었고, 이방인으로서 미국 와 처음에 겪은 어려움이 어떤지

누구보다 진심 어리게 공감해 주었다.

덕분에 나의 서툴고, 짧은 표현 속에서도-

늘 천천히 기다려주며 내 마음의 맥락을 제대로 이해해 주었다.

내 마음을 깊이 알아주는 사람을 만난 다는 건 천군만마를 얻은 것과도 같다.

그렇게 나는 영어라는 도구를 통해,  

진심을 주고받는 따뜻한 외국인 친구를 처음 사귀게 되었다.

그 후의 변화는 말 안 해도 될 것 같다.

그렇게 미국에서의 시골살이로 대략 4년이라는 시간이 속절없이 흘렀다.

그 사이 영어가 뚜렷하게 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영어를 대하는 내 마음이

완벽하게 달라졌다는 것에 전적으로 셀프 칭찬해주고 싶다.

크게 한 건 없지만 잘 버텼다 이런 느낌이랄까?

때론 이처럼 "존버"가 필요한 시기도 있다.


& 나와 내 남편이 현재 나그네 살이로, 1년 정착기를 갖게 된 이곳- 보스턴에서의 삶에서

나는 "영어"라는 도구를 더 확장해 가며, 똘똘하게 사용하고 싶어졌다.

매 번 같은 표현만 돌려 쓰는 듯한 내 언어적 도구의 한계가 너무도

짠해서 말이다... 더 세련되고도 정확한 쓸모있는 도구가

있다는 사실은 너무도 잘 아는데,

문제는 못 쓰고 이렇게 허송세월을 보내기 아까운 것이다.

나는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는 몇 가지의 운이 넘치게 좋은 포인트가 있다.

먼저, 이렇게 영어공부 하기 좋은 조건으로 선별하여 주신 현재의 보금자리,

문자 그대로 영어와의 접근성 올리는데 이건 최고다.

정확히 집에서 도보 3분 거리에 퍼블릭 도서관(우리나라로 치면 동네 공공 도서관)이 있다.

보스턴이라는 도시에 대해 짤막한 설명을 하자면,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고, 나를 비롯하여-

그만큼 정말 다양한 인종들이 살고 있는

도시이기도 하다.

이미 명성이 높은 하버드대학교, MIT, 보스턴대학교 등이 있어 교육의 메카라고도 불리는 이 보스턴, 교육의 도시답게(?) 가장 큰 이점은,

양질의 교육 프로그램을 일반인도

무료로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무척 많다는 것.

덕분에 이런 값진 기회를 게으름 따위로, 더 이상 날리지 말아야겠단 결심을 했다.

그래서 보스턴에 이사 온 3일째 되는 날, 곧바로 퍼블릭 도서관의 영어수업을 위한 인터뷰를 보고-

곧바로, 이전과는 다른 마음가짐을 장착하고,

영어수업에 임하게 되었다.


두 번째 나의 럭키한 포인트는, 바로 이 수업을 통해 정말 가족과 같은 정이 넘치는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는 것이다. ( 이 얘기는 다음 챕터로 살짝 미뤄볼까 한다.)

은퇴를 하고, 70이 훌쩍 넘은 영어 선생님들의 봉사 덕분에- grammar와 speacking 두 커리큘럼의 수업을 매주 듣게 되었다.

그리고 이 수업을 통해 각기 다른 나라의 친구들을 사귀며 그들의 삶에 대해서도 알고, 느끼고- 배우며

세계적인 이슈에 대한 관심도가 생전 처음 높아졌다.국제 정세가 우리 삶에 미치는 크나큰 영향을-

피부로 깊숙이 함께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미국에서의 삶이 정말 심각하게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이기도 하니 말이다.

그렇게 우물 안 개구리로 어쩌면 참 좋은 우리나라, 대한민국에서 곱게만 살아왔던 내가,

세계 속 미국에서 살면서

진정한 애국자로 거듭나보기도 한다.

변화된 삶만큼이나- 내 시야가 확장되어 가고,

이렇게 나이들 수 있음에는 큰 감사를 느끼는 중이다.

물론, 미국에서의 이 타향살이가 결코 녹록지만은 않음을 대표하는.. 나와 내 외국인 친구들의 미국살이를 한 줄로 요약해 둔 듯한 공통된 언어가 있다.

어제도 오늘도 우리는 이 문장을 서로 연거푸

말했다는 게 놀랍다.



Everything in my life is changed.

내 삶이 이전 고국에서와 의 삶과는 완전하게 변했다는 것이다.

물론 달라진 삶의 환경 속에서

감사해야 할 이유가 무궁무진 하지만,

때론 이 낯선 환경에서

도저히 계획대로는 살기 어려운 생태계라는 점,

살아남아야 한다는 사실에 불안감과 존재의 공허감에 허덕일 때도 무척이나 많다.

어느 환경에서 살아가든 마찬가지겠지만,

내가 줄곧 한국에서 살았다면 결코 느껴보지 못한 이 여러 감정의 지점들 말이다.

처음 미국에 와, 기대와는 정반대로 "내 삶이 완전히 변했다"라는 사실에

스스로 적잖은 충격에 휩싸인 적도 분명 존재한다.

나의 모든 것을 내던지고, 그저 남편만을 믿고 내가 선택한 이곳에서의 삶.

그 삶의 변화로, 생각보다 훨씬 더 깊숙하게 어려웠기 때문이다.

나는 이 "선택"에 대한 무게와 책임에 대한 의미로-

덕분에 단순한 선택도 신중히 하자는 뼈 아픈 마인드 재정립도 하게 되었다.

우리가 이전에 삶의 꿈을 안고 노력해 왔던 모든 것과 당연하게 생각했던 모든 삶의 영역들이,

이곳에서는 결코 “당연히” 유지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무튼 이 무거운 얘기에 관해서는 차차 풀어보기로 하며 마무리를 해야겠다.


오늘 영어 수업에서의 주제가 하필 미국에서의 친구들과

자주 나누는 문장과 첨예하게 반대되는 문장이라,

오늘의 에세이 글감으로 적어본다.

오늘 기사주제는 ”Nothing's Changed"(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였는데 우리가 생각하는 현재의 삶에 대한 한 줄 요약과도 같은 근간과 달라 잠시 여러 감정이 교차되었다.



나는 내 삶에서부터 가치관까지 “모든 것이 변했다.”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지.

이 변화의 파도가 때론, 인생에 돌덩어리 같이 묵직한 숙제들을 건네주기에

나는 처음 이곳에서의 변화가 어쩌면 더 무섭고 피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신상메뉴가 부지런히 출시되는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 가게에 가면,

늘 같은 맛(먹어보고 맛있는 맛)만 선택하던 고집스러움이 한결같던 나의 성향엔 더더구나 말이다.

하지만, 현재는 늘 예측할 수 없는 수많은 변화 속 우리의 인생에 대해

조금은 더 직면하는 자세로,

순리대로 받아들이며 살아가고 싶다.

아프면 아픈 대로,

못하면 좀 어때라는 너그러운 마음으로,

때론 어떤 변화의 무게든 감당하며 살아가야겠지라는

마음 한편의 여유가 조금은 생긴 것도

나의 큰 변화 중 하나이지 싶다.

내가 알지 못해서 두려웠고, 선택하지 않음으로 인해

놓쳐버렸던 수 없이 많은 소중했던 기회들에 대하여

돌아볼 필요가 있는 연말이니 말이다.

그래서 더 오늘의 내 선택이, 얼마나 소중하고 값진지 모르겠다.

내가 하는 "오늘의 선택"으로 인해,

얼마든지 우리는 더 멋지게 성장하며 변화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이 변화에 마음의 중심을 잘 잡아가며-

불필요한 힘은 모두 빼주고,

이 물살에 편안하게 나를 맡겨볼까 한다. 

물결이 이후에 어디로 흘러갈 진 아무도 모르지만

담담히 이 물결 속에서

주어진 오늘 하루 최선을 다해서 즐겨볼까 한다. 






이곳은 내가 주3회 가는 영어 도서관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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