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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ssi Dec 29. 2023

결혼한 지 일주일 만에 시작한 미국생활이란

어제보다 나은 오늘이 되길 간절히도 바라던 그때,




글쎄- 나답게 산다는 게 무얼까?

나답게 라면

내 본능대로 살아가면 되는 걸까?

원하는 것과 원하지 않는 것을

이분법적으로 나눈 다음,

하기 싫은 것을 하지 않고

단순히 하고 싶은 것에만 몰입하면서 사는 게

나답게 사는 걸까?

과연 앞으로 그렇게 사는 게 가능할까?

이런 정답 없는 수많은 사유와 내 정서적 방황은

바야흐로 미국에서 신혼 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스멀스멀 시작되었다.

이곳에 오니 나답게 사는 게 무언지-

제대로 혼선이 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나의 존재와 동일시되던... "나의 매장" 밖으로 나와,

새로운 "아내"라는 직책과

동시에 실직자가 되어버리니

모든 현실을 긍정적인 방향으로만 바라보고

받아들이기 어려웠나 보다.

나 다움이 뭐였던 건지, 내가 뭘 좋아했던 건지,

지금 난 뭐를 하고 싶은 건지,

내가 무얼 해야 하는지 길을 제대로

잃어버린 기분이었다.

때론 내가 왜 화가 많이 난 상태인 건지-

때론 내가 왜 슬픈지조차...

나의 감정을 정확하게 진단을 할 수 없을 만큼

혼란스러울 때가 많았다.

이전에 내 삶을 돌아보자면,

전쟁같이 치열했던 매일매일 속에서도,

그렇게 수면부족으로 다크서클이 한가득

내려와 있어도,

마음 한 켠은 늘 벅찰 만큼 행복했고

감사의 기억이 한가득이었다.

(좋지 못한 기억력으로 묵직한 어려움들은

미화되고 퇴색된 영향도 분명 있음을 고백한다!)

그만큼 내 전부라 여겼던,

나의 모든 열정과 애정, 열심을-

매장 안에 정말 아낌없이 쏟아냈기 때문이다.

물론 사랑하는 남편을 만난 건

세상 운명 같은 일이라고 느낄 만큼

특별했고 강렬해 이 길을 택한 건 나지만 말이다.

그 공허함을 옆에서 남편이 전적으로 채우기엔,

여간 부족한 게 아니었다...

눈치 없이도 내면 속 감정의 파도는

언제든 불쑥불쑥 치고 들어왔다.

그 원망의 화살은 언제든 손쉽게

남편을 향하게 되었다.

사람이 이렇게 간사하다는 건,

나 스스로를 통해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미국에서 결혼생활을 시작했던 그 해 7월은,

일 년 중 끝내주게 예쁜 시즌이기도 했고

(미국 중부의 겨울은 일 년 중 반이 넘기 때문에

여름과 가을은 정말

아낌없이 즐기며 보내야 한다는 사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색 모두를 꽉 채워 담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내겐 더 서글프게 와닿았고

눈부시게 아름다웠던 계절이었다.


 가만히 있는걸 한시도 못 견디는 성향 덕분에

미국에 남편 따라온 새댁들이 한다는 것들은

거의 다 복습처럼, 따라 해 봤다.

하지만 뱁새가 황새 따라가면 가랑이 찢어진다는

말 그대로-

나답지 않은 어색한 옷을 입으려니 일만 벌이고

공중부양 된 것들이 실은 대다수였다.

그렇지만 그 시도와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과

시간 속에서-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내 취향저격의 새로운 흥미도 찾게도 되었고,

단순히 목적 달성 끝 이윤 창출을 해야만 한다는

나의 절대적인 인생공식(?)을 깨고-

과정 그 자체를 즐기는 것이,

더 나답게 살아가는 방식이다라는,

 매우 큰 의미를 발견했다.

이를테면 그림, 나는 그림 보는 걸 너무도 좋아하는데

그림 그리는 실력은 0 아니다.

나 역시 디지털 노마드를 꿈꾸며-

엣시에서 아트 프린트 파일을 판매해

보겠단 생각에,

클래스 101이라는 채널을 통해 무작정 그림을

배워보기도 했다.

결론은?

나란 사람은 그림 보는 것은 진심으로 즐기고

사랑한다,

그렇지만, 그림 그리는 걸 취미생활론

자족하며 즐길 수는 있지만-

업을 삼는 건 불가능하겠구나라는

아주 간결하고도 합리적인 결정을 내렸다.


2019년 여름의 시카고, 잠시 유튜버가 돼 볼까 상상을 하며 구매해 본 나의 첫 고프로  (지금은 서랍 속에 얌전히....)




그렇게 차츰차츰

해가 거듭날수록,

내가 나의 전부라고 여겼던,

삶에 대한 신념,

나의 고정되었던 다소 옹골졌던 고집스러운

원칙들에서...

조금씩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했다.

늘상,

시간의 효율이니 놓쳐버린 기회비용을

바쁘게 환산해 대던 내가,

조금씩

내가 나답게 산다라는 건-

내가 “나”에 대해 더 깊숙하게 알아가고-

또 나를 나대로, 이해하는 과정인 것 같다.

내가 무얼 좋아하는지,

무얼 힘들어하는지,

무얼 진심으로 즐기는지 말이다.

단순히 노동을 통해서만,

꿈을 이루는 과정에서만,

느끼는 성취감으로만 설명할 수 있는 게

다가 아니라는 누군가는 이미 다 알고 있는 것들을

뒤늦게나마 배우게 된 것이다.

나의 철저했던 계산법이

제대로 잘못되었다는 것을 말이다.

세상은 넓고,

내가 전혀 경험해보지 못해서,

시도하려고 해 본 적 없으니 자연스레

좋아하는지 안 좋아하는지 결코 알 수 없었던

나를 기다리는 “새로운 즐거움”들은

무수히도 많다는 것을,

그러므로 더 부지런히

새로운 것을 접하고 배워갈 이유가 있음을!

그래야 더 나답게 사는 게 어떤 건지

몸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내가 그랬듯이 말이다.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오늘의 내가,

그리고 여러분이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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