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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솔 Mar 21. 2021

한시간 일찍 도착한 날

부끄럽지만 약속 시간에 조금씩 늦을 때가 많다.

어쩌다가 제시간에 도착하면, “빨리 오셨네요” 소리를 듣는다. 고치고 싶지만 참 고치기 어려운 습관..


오늘도 딱 맞게 겨우 안 늦었네 하며 약속 장소에 도착해서, 같이 만나기로 한 분에게 어디냐고 전화했더니 “11시라며!!” 하신다. 아 맞다!


약속 시간을 잘못 아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오늘은 이상하게도 11시 약속을 10시 약속으로 알았다.


눈을 돌리니 누가 인사해왔다. 작년에 수업을 들으셨던 분이 그곳 카페에서 바리스타를 하고 계셨다. 커피 한 잔 주시겠다고 하셔서 좋다고 하고 가방을 꺼내려니 손사래를 치셨다. 안부 이야기를 하며, 같이 수업 들었던 한 분의 소식을 전해 주셨다. 연락 한 번 해봐야지 했다.


남은 시간 조금 기다리려고 카페 옆에 있는 작은 공간, 서가가 있는 공간에 들어가서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커피를 마시며 어떤 센터의 리플렛도 보고 했다. ‘요새는 지역 현안의 발굴 및 문제해결이라는 표현을 쓰는 곳이 많구나’ 생각했다.


옆에 어떤 할머니 분이 다른 분에게 말을 걸었다.

“영등할망 오셨지, 언제 나가신댄?”


영등굿에 대한 “설명”으로만 들었던 영등할망을 일상 대화에서 질문의 형태로 들을 줄은 몰랐다.


“이번에는 딸 데려 왔댄이.”


‘에에?? 딸을 데려와? 이건 처음 듣는다..’


궁금해서 물었다.


“영등할머니가 딸을 데려와요?”


“응, 이번에는. 며느리 데려올 때도 있고..”


재미있었다.


“뭐가 달라요?”


“딸 데려오면 따뜻한 날이 많고 며느리 데려오면 비오는 날이 많지.”


나는 키득키득 웃었다.


대화를 듣다가 궁금하면 끼어들다가 했다.


두분은 대화를 하시다가 인권교육을 들어야 하는데 시간이 안 맞아서 걱정이다 하는 이야기, 길고양이가 우리 밭에 와서 죽었는데 시체가 썩는 냄새가 너무 심하더라면서... 그런데 소주를 뿌리면서 (정성을 들였더니) 신기하게도 냄새가 싹 없어졌다면서 등등 하는 이야기를 듣거니 나누거니 했다.


그러나 한 분은 가셨고 한 분은 계속 앉아계셨다. 그러다가 나를 부르신다.


“저기요,, 이 책장에서 이 칸이랑 저 칸이랑 서로 교체하면 더 좋겠지요? 여기는 좀 어린 아이들 읽는 책들이고 저기는 조금 더 나이든 아이들이 읽는 책들이니까요.”


“아.. 그렇네요..”


‘이걸 옮기려면 사람들이 없을 때 해야 하는데..’ 하시길래


“지금 같이 후딱 옮겨요” 해서 둘이 손발 척척 맞추어서 옮겼다. 이제 좋다시며 흐뭇해하셨다.


11시가 되어 장애인식개선에 관한 강사양성 프로그램에 관해 이야기했다. 장애인식개선이 무엇에서 무엇으로 바뀌었으면 하는지 물었다. 장애인을 카테고리가 아니라 개개인으로 보는 것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것으로 (유추하여) 이해하였다.


나는 10시부터 11시 사이의 두 가지의 지점을 떠올렸다. 두 가지 지점에서 나는 그 두 분을 개별로 인식한 것 까지는 아니더라도, 장애인으로 인식한 것이 아니라, 다른 카테고리로 인식한 것 같다. “제주도 신화에 대해 이야기해주는 할머니”와 “책의 배치 방식 개선을 고민하는 분”으로.


#장애인식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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