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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솔 Oct 29. 2021

양배추와 문제정의

곰곰히 생각해보기

어떤 계기로 해서 건강을 신경쓰게 되었다.

신경을 쓰기 위해 돌아보기 시작하니 나의 일상 생활 습관이 망가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먹는 습관.

나는 왜 집에서 먹지 않게 되었을까?

지금사는 집으로 이사오기 전에는 1층이라서 창문을 편하게 열기 어려워서, 부엌에 환기가 잘 안되서 요리하기를 꺼렸던 것 같다.


이사온 후에는 환기가 잘되서 요리를 할 수는 있었는데, 건강한 식단으로 요리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왜 그런고 곰곰히 생각해보니, 건강한 식단이라고 하면 상추나 양배추, 당근, 두부, 계란 등을 사서 메뉴에 넣는 것인데, 번번히 유통기한이 지나거나 상해서 버리는 나를 인지하고서는 그런 건강해보이는 것들을 안 사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런데 건강을 신경 쓰기 시작하니 먹는 것부터 건강한 것으로 바꿔야 했다. 다시 마음잡고 건강한 것들을 샀는데, 너무 불편했다. 그래서, 아 역시 나는 안되겠구나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진짜 건강한 삶으로 바꿔보고 싶었다. 도저히 안되는 걸까. 건강한 식단 구독 서비스는 제주도 배송도 안되는데.. 정말 방법이 없을까. 양배추는 정말이지 좋다고 해서 자주 먹어줘야 겠는데..


그런데 나는 작정하고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나는 왜 양배추를 버린 적이 많았지?’

‘나는 왜 양배추를 상하도록 놔두고 먹지 않았지?’


분명 처음에는 조금씩은 요리를 해서 먹었다. 그런데 나는 혼자 살기 때문에, 한번 요리를 하면 무조건 야채가 남는다. 그것을 냉장고에 넣어두면, 그 뒤에 손을 잘 안 댔던 것 같다. 어떤 때는 사놓고도 한번도 요리하지 않는 정도 있었다. 단순히 바쁘다는 이유로? 뭔가 다른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나는 왜 요리하고 남은 양배추를 다시 꺼내서 요리하지 않았을까?’


아… 기억이 났다. 아주 중요한 사실이…


나는 양배추를 잘게 썰 때 썰린 양배추가 발 위에 떨어지는 느낌을 싫어한다. (좋지 않은 경험)

그리고 한 번 양배추를 썰면 뭐랄까, 공정이 복잡하게 여겨진다. 이리저리 튀고, 씻어야 하고, 손에 물을 묻히고 몸에도 물이 튀고.. 밥 한 번 먹으려고 온통 물 범벅, 양배추 범벅이 되는 느낌이다. 한 번은 하겠는데, 한 끼 먹으려고 저 난리를 칠 것을 생각하면 고개를 절레절레 하게된다. 잡채 같은 요리를 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얼마나 손이 많이 가는 요리인지. 밥을 먹을 때마다 잡채 같은 요리를 매번 해먹는 느낌을, 나는 양배추를 채썰어서 먹는 것에 대해서 비슷하게 받았던 것 같다. 양배추를 다시 사는 순간은, 저 느낌을 잊을 만 한 때였던 것 같다. 이게 반복된다고 느끼면서 안 샀던 것.


‘그렇다면, 진짜 문제는… 양배추를 “매번” 썰어야 한다는 거란 말인가?’ (새로운 문제정의)


추를 “썰아야 하 문제가 아니었다. 이전에는 ‘나는 요리를 하는  귀찮아서, 요리할 시간이 없어서 집에서 안해먹는다라고 생각했었다. (과거의 문제정의)


옳거니!


‘그렇다면 잡채의 경우처럼, 한번에 많이 썰어두고 한번에 조금씩 먹으면 어떠려나?’ (솔루션)


‘한 번 해볼까?’ (파일럿)


몇 번의 사이클을 돌았다.

한번에 많이 썰어두고, 밥을 먹을 때마다 조금씩 꺼내 먹었다. 그래도 한 일주일은 문제 없이 가는 것 같다. 아직은 성공인 것 같다. (파일럿 실행 & 피드백)


괜찮게 돌아가는 것 같아서 품목을 늘렸다. 당근, 양상추, 상추… 특히 양상추는 좋아하면서도 한입 베어먹고 나머지를 못 먹었었는데 해결이 되었다. 당근도 한번에 볶아 두었다.


밖에서 일할 때는 “문제정의”를 강조하고 다른 사람의 상황에 대해서는 “문제적 현상”을 더 들여다봐서 “문제정의”를 잘 해 보자고 하면서도, 집안에서 나의 일상생활에 이것을 적용할 생각은 잘 못해봤던 것 같다.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첫걸음은 무엇일까? 문제정의라고 생각한다. 문제정의를 하려면 해야 하는 것은… 곰곰히 들여다보고 생각하기.


양배추와 문제정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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