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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솔 Feb 08. 2022

유서를 쓰는 마음으로

요새 페이스북에 글을 너무 많이 올리는 것 같아서 이 글은 브런치에만 올립니다.


만41세라는 아까운 나이로 세상을 떠난 이의 부고 소식을 접하며 문득 생각했습니다.


‘만약 내가 갑작스럽게 죽는다면… ‘


아쉬운 것도 아쉬운 거지만, 지금 벌려놓은 일들과 그 일들의 복잡성을 생각하면, 저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얼마나 민폐일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죽음이라는 것이 이런 사정들을 감안하여 찾아오지는 않겠지요.


생각은 유서를 써두어야겠다는 데에 이릅니다.


그런데 유서  생각을 하니,  벌려놓은 일들 보다  중요한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저는 일을 좋아하고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돈의 경우처럼,  또한 사람성장시켜가는 일종의 수단과 장치로 바라보는 관점을 갖고 있습니다.


이상적인 유서를 쓰는 작업은, 이상적인 삶을 사는 것보다도 시간이 더 걸릴 것 같습니다.


최소한의 유서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그것에 관한 질문을 구체화해 봅니다.


“내가 갑작스럽게 죽는다면, 나의 중요한 것들을 처분해야 할 텐데, 누구에게 그것을 맡길까?”


결국은 사람이네요. 그리고 그 사람에게 맡기는, 즉 위임의 문제네요.


또 질문이 이어집니다.


“내가 가진 것 중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보통 유서 하면 재산을 떠올릴텐데, 그 생각에서 벗어나봅니다.


다른 사람들이나 사회가 생각하는 것 말고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의 것들”은 무엇인가?


돌아보니 유서를 쓰는 맥락은 근본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기에 좋은 것 같습니다.


저는 이제 만으로 41세인데요, 제주도에서의 어린시절 17년, 서울생활 14년, 해외생활 3년, 다시 제주도에서 7년으로 구성된 삶을 돌아보며, 제가 항상 버릴 수 없었던 것들, 아마도 그것이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것은 노트입니다. 작은 여행가방 두개 정도에 들어갈 정도의 노트들. 정확한 개수는 모르겠지만 50개 정도가 아닐까 해요.


제가 세상에 없을 때 그 노트가 무슨 의미를 가질지는 모르겠지만, 중요한 건, 제가 그 노트들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 같아요.


생각해보니, 제가 글을 끄적이고 생각을 정리해둔 것들의 서비스와 주소와 계정도 중요하겠다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질문해봤어요.


저것들을 어떻게 처리하면 좋을지를 내가 결정할 수 없다면, 누가 하는 것이 좋을까.


내 주변 분들 중에 누가 하는 것이 좋을까.


그 분은, 저를 아끼는 마음도 가졌으면 좋겠고, 제 노트의 의미도 이해할 수 있는 분이었으면 좋겠어요. 마음과 역량을 둘 다 보는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떠오르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분들에게 저의 삶에 대한 이해를 도울 분을 누구를 지정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대선에 생각이 이르렀습니다. 아.. 대통령을 뽑는 다는 것도, 이렇게 “누구에게 맡길까”에 대한 것이구나.


유서를 쓰는 마음으로 대통령을 뽑는다면

‘나는 누구에게 맡길까?’

‘나라에 관하여 이 고민을 할 때, 시민으로서의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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