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기업따끈한정책소스
열다섯번째 글입니다.
오늘의 소재는 “대출연장2”입니다.
소재가 너무 세세한 것 같지만, 한편으로는 이것 또한 현장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싶어서 담아봅니다. 안타깝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어서요.
어제 마무리하지 못한 대출 연장을 마무리하기 위해 오전에 은행에 방문했습니다. 그간 금리가 세번인 가 올라서 총 1% 정도가 오를 것 같다고 은행원이 이야기했어요. 고정금리 변동금리 어쩌고 하는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어느 것으로 선택할지 신중하게 선택하지는 못한 것 같아요. 추가 이자부담금이 한달에 어느 정도 되겠군 생각하며 은행을 나섰습니다.
오늘은 회사에서 회고 세션이 있는 날입니다. “회고를 안하는 게 문제야”라는 문제인식에서 시작해서, 회고하는 것을 업무로 시범 도입하고, 한달에 한번은 모두가 모여서 3시간 정도 회고한 내용을 서로 공유하기로 했습니다. 두어번 했는데 공유와 소통 면에서도 상당히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작년 연말 너무 많은 일들이 몰리면서 그리고 1월에도 생각보다 여력이 없어서 전체 회고 세션을 월 1회하는 것을 계속 못했어요. 그러다가 다시 잡은 것이 오늘이었습니다. 이것을 앞두니, 대출 연장 처리를 마무리한 것이 속시원했습니다.
회고 세션을 시작하기 조금 전 즈음 연락이 왔습니다. 은행이었어요. 대출 연장 처리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대출 상품이 3년 3년 4년 으로 구성된 상품이라서, 3년이 지났을 때에는 연장이 아니라 대환(아마도 기존대출 상환처리 및 신규 대출 상품 가입)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오늘 처리한 방식은 대환이 아니라 1년 연장 신청서류를 넣은 것이었어요.
온갖 생각이 들었어요. 보증기금 쪽 처리는 어떤 서류를 요구할 것이며, 은행 쪽 처리는 또 어떤 서류를 새로이 요구할 것인가. 기금쪽과 통화를 해보라고 하는데, 기금은 담당자와 통화가 안되요. 은행은 오늘 늦게라도, 기금쪽에서 처리를 해주면 은행은 처리를 해주겠다고.. 연체처리되면 신용에 안 좋으니 웬만하면 연체 안되게 하자고.
회고 세션이 시작됐어요. 저는 마음이 조급해졌고, 구성원에게도 혹시 다시 서류를 챙겨야 할 수 있으니 상황을 이야기해 두었어요. 이 생각에 내용에 잘 집중을 못했어요. “회고 세션에서는, 대표님이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는 시간이라는 것도 큰 의미를 갖는 것 같아요.”라고 말한 구성원도 있었는데 말이죠.
기금에서 연락이 왔어요. 다른 일이었으면 회고 세션 중에 전화를 안 받았을텐데, 상황을 아니까 이 전화는 안 받을 수가 없었어요. 기금에서는, 상황은 알았고, 이것을 처리하려면 오늘 당일 처리는 물리적으로 어렵다고 했어요. 몇 시가 지나면 전산이 막힌다고 해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연체처리가 되면 그 여파가 큰 걸까, 어떤걸까 가늠이 안되니까 막연히 걱정도 됐어요.
월요일 오전에 처리하기로 하고, 은행하고도 이야기해서, 월요일 오전에 가기로 했어요. 어찌됐든 상황이 정리가 되니까 홀가분한 건 있었어요.
그런데 기금에서 다시 연락이 왔어요. 다시 확인을 해보니, 3+3+4가 아니고 10년 기한인 거라고요. 은행측에도 알려드리려는데 은행이 지금 통화가 안되서 저에게 알려주신다고. 기존 신청대로 연장처리하시면 된다고 해요. 연체가 안된다니 좋기는 한 건데… 은행에서 연락이 왔어요. 기금 말이 맞다고. 착오가 있었다고. 사람이 할 법한 실수를 사람이 한 것이었어요.
네… 이렇게 대출 연장은 마무리 했습니다. “대출 1년 연장했어요”라는 한 마디 안에 들어있는, 자잘한 현실의 모습입니다. 자잘한 현실의 모습 안에 대출연장 1번 글도 넣어주어야 하고요. 결과적으로는 문제는 없는 건데, 결국은 회고 세션 3시간, 집중은 못했어요.
회고 세션이 끝나고, 오늘 진행한 회고에 대한 리뷰 시간이었어요. 저와 다른 한 명은 이번 회고는 전번에 했었던 것과 느낌이 좀 달랐다, 전번이 더 좋았던 것 같고, 이번에는 의견 표현이나 대화가 적었던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어요. 왜 그런가도 이야기 나누어 보았어요. 전번과는 다르게 발언이 의무가 아니었어서? 한 명이 몸 컨디션이 안 좋아서? 회고 세션을 한 지 시일이 너무 오래 지나서? 분위기 메이커인 분이 기록을 맡아서 발언하기 힘들어서? 사회를 본 분이 타임체커를 직접 하는 바람에 발언 시키는 역할을 하기 어려워서?
회고 세션이 끝나고, 집으로 향하는데 은행에서 연락이 왔어요. 인감도장 한번 다시 필요하다고 방문 부탁한다고. 다행히 멀리 가지는 않아서 바로 가겠다고 했어요.
집으로 가는데 뒤늦게 생각이 들었어요. 전번과 이번 회고 세션이 달랐던 이유
내가 오늘 회고 세션에 집중할 수 없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그리고 글을 쓰다 보니 또 생각이 나요. 회고 세션할 때는 보통 간식을 먹거나, 끝나고 음식을 시켜서 먹는데 오늘은 그걸 왜 안 했지? 코로나19가 심해지니 조심해야 하는 것도 있지만, 쌓아두고 시각적으로라도 즐기다가 개별적으로 들려보냈어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들어요.
처음에 “안타까움”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요, 이 상황이 타인의 상황이라고 생각하면 좀 안타까워요. 뭐가 문제일까요? 누구의 부족함일까요? 이런 자잘한 일들은 정책하고는 상관없는 걸까요? 어느 정도 체계가 잡힌 기업들은 이런 것들이 루틴하게 착착착 처리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초기 단계나 체계가 덜 잡힌 기업들은 어떻게 하고 있으려나요.
사진은 본문과는 무관합니다. 제주 동쪽의 구좌에 자리한 질그랭이센터에서 발견한 뚜띠콜로리 노트와 앞치마.. 공간도 좋아서 소개차..
*글모음
https://brunch.co.kr/@nassol/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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