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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솔 Feb 19. 2020

끝까지 책임질 수 없다면...

애초에 시작하지 말아야 할지도 모른다.



"지역책 서평레터"



2017년 가을, "다함께 깔깔깔"이라는 사업을 보고선 (당시 제주출판인연대 사무국장을 맡았더랬다.)

지역책 서평레터 온라인 공모전이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지역책을 읽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지역책 선물도 주고, 서평도 쓰게 하자.

근데 서평은 부담스러우니, 책을 읽고 주변 사람에게 편지를 쓰는 형태로 글을 쓰게 하자..


의욕이 앞섰고 너무나 재미있게 했었다.

참여하시는 분들, 그분들이 보내오신 글과 소감을 보고 보람도 느꼈다.


오늘, 한지연(한국지역출판인연대) 분에게서, 2017년도 도서전 자료를 요청받았다. 2020년도 한국지역도서전은 대구 수성에서 열릴 예정인데, (벌써 4회째!), 한지연 홈페이지를 단장하시는 중이라고 했다. 제1회인 제주지역한국도서전 때 사진이나 자료들 있으면 보내달라 하셨다.


도서전 때 파일들을 열어보다, 지역책 서평레터 했던 것이 기억나서 그 때 운영했던 사이트에 들어가보았는데...


사이트 도메인 연장을 안해서 없어져 있었다.


2017년 가을겨울, 불과 3년 전 일이다.

한동안 내 머릿속에서 지워져 있었다.


그 이후에도 여러 개의 도메인을 샀고, 작은 사이트들을 만들었다.


하나하나 만들 당시에는 의욕에 충천했지만,

어느 정도 지난 후에는, 도메인 연장 알림이 올 때나 들어가 보았다.

고민의 순간들.. 연장을 해? 말아?


koreanlocalbooks.com에 접속하니, 왠 중국어 사이트가 나왔다.

울적함이 밀려왔다.

내가 무슨 짓을 한거지...


일회성의 이벤트로 끝나지 않게 하겠다고, 기획서에 야심차게 썼던 기억이 난다.

그 야심참마저 내 머릿속에 한동안 없었다.


미려한 프로젝트는 아니었을지 몰라도, 사랑스러운 구석이 곳곳에 있는 프로젝트였다.


사이트에 들어가면 받았던 그 느낌을, 이제는 받을 수 없다.

사람들이 보내왔던 서평레터들, 지역책을 읽고 주변 분 중 한 분에게 썼던 편지들,

그 편지들을 허겁지겁 찾았다. 이메일에 들어가보니 일부가 있다.

설문지로 받았던 글들도 있기는 하다.  휴...


그게 있다고 뭘 어쩔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 흔적 없이 사라져버린다면

이 사업을 진행했던 곳에서는 이미 정산이 끝났기에 큰 문제가 안될 지 모르지만,

이것을 만들어간 사람들은 어쩔 것인가.. 기획한 나도 그렇고, 글을 쓴 사람들,

잠시나마 어떤 느낌을 받았던 사람들, 그 느낌, 그 사람들을 떠올리려고 다시 이 사이트에 접속하려고 했을 사람들... 그 사람들의 그런 때들은 어쩔 것인가..


외장하드를 들여다보니, 결과보고서가 있다.

홈페이지의 모습과 흔적, 공모전 접수를 받았던 글을 올린 흔적들도 보인다.


이 울적함을 달래보려고, 결과보고서 링크를 남겨둔다.

생각했던 취지를 전하기 위해 기획서도 올려둔다.


기억을 떠올리고 싶을 때는 들여다보려고..

지역책 서평레터 공모전에 참여했던 분이 마음 둘 곳 필요할 때 조금이라도...


지역책 서평레터 온라인공모전 - 결과보고서

https://drive.google.com/file/d/1Ml1eAYBe2kb2TG-5sDF0-dKy-0k9uAu4/view?usp=sharing


지역책 서평레터 온라인공모전 - 기획서

https://drive.google.com/file/d/1r1ZVCJ5IPaW00E_yl7uqht5gDjFPiFqL/view?usp=sharing



나는 온라인의 가능성을 믿는다.

인터넷 안하는 사람은 없지만

온라인의 활용도가 극대화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온라인이 제대로 활용될 때 어떤 모습일지, 아직 보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보고싶다.


그런 생각을 갖고 있으면서,

사이트 하나 끝까지 책임지지 못하는 것이.. 괴롭다.


선택해야 한다.


끝까지 책임질 그 하나를.


Jejusqu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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