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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윤 Sep 26. 2022

내 불알을 부수는 자! Rompicoglioni!

이탈리아 레스토랑 일급 비밀 “No italiani!!!”

"rompicoglioni!" " 뭐라고?"


rompicoglioni 라고 쓰고, [롬피꼴료니]라고 읽습니다.


Treccani 사전에서는 어떻게 뜻풀이를 해 놓았을까요?


rompicoglióni s. m. e f. [der. della locuz. rompere i coglioni], volg. – Persona che dà molestia e noia con modi di comportarsi e discorsi fastidiosi, inopportuni, sciocchi: quel r. è sempre tra i piedi; è una r., quella giornalista: cerchiamo di evitarla.


“불알 두 쪽을 부수는 놈!”

참...... 한국에도 이런 욕이 있나요?


"내 불알 차지 말라구!"


"롬피꼴료니"는 ‘불알을 부수는 자’, ‘ball breaker’의 뜻이 있습니다.


저는 여자로 태어나 고환을 가지지 못 한 고로, 그 중요한 부위를 차였을 때 얼마나 머리 끝까지 화가 날 지 상상이 가지 않네요.


내 공을 부수다, 저속한. - 성가시고, 부적절하며, 어리석은 언행과 언행으로 짜증과 권태를 일으키는 자


그럼, 예시도 함께 볼까요?


. 저 여자는 항상 방해가 됩니다.

. 그 저널리스트, 정말 성가셔. 피하려고 노력하자구.


얼마나 성가시고, 부적절하고, 짜증과 권태가 나야 고환을 부술 정도일까요?


왜 그럴까요? 제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북부 피에몬테 주, 이 지역 레스토랑에 오는 이태리 손님들은 ‘rompicoglioni’(롬피 꼴료니)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rompere 부수다 i coglioni 불알들을 > 불알들을 부수다> 아주 사사건건 성가시고 귀찮은 사람)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 이탈리아 인이 성가시게 취급 받는다...... 참 이상한 일이지요?

 

피에몬테 랑게 레스토랑에 발을 들여놓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왜 레스토랑에서 외국인 손님들을 선호하는지 잘 몰랐습니다.


왜 외국 손님들이 그렇게 이 지역을 좋아하는 지,  레스토랑을 나서며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을 연발하고 나가는 지, 그것도 이해를 못 했습니다.

‘뭐야? 오바하기는!’


그런데 한겨울 베를린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그들의 심정을 알게 되었읍죠. ‘아! 해라고는 볼 수 없는 꿀꿀한 날씨, 비싸고 맛 없는 음식....’


외국인 손님들은 이탈리아 레스토랑에 오면, 정말 즐겁게  식사를 하고, 자기가 돈을 적게 내고 너무 맛있게 먹은 게 기쁘고 미안해서 팁까지 엄청 남기고 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반면, 이탈리아 사람들은 일단 적은 돈으로 잘 먹는 데 익숙해져 있어요. 특히 대부분의 이탈리아 인들은 파스타 킬러들이죠. 이태리 손님들이 오면 일일이 손으로 하나하나 정성들여 만든 제 파스타와 라비올리 양을 1.5 배는 줘야하니 저는 눈물이 나올 따름이었죠. ‘아! 내 라비올리! 안녕!’


더구나 요즘 이탈리아에서 좀 산다는 사람들은 그 비싼 알러지 테스트를 하는 게 유행입니다. 알러지 테스트만 끝나면 멀쩡하던 사람도 갑자기 환자가 되지요. 특히 미리 레스토랑에 알리지 않고 식탁에 앉아서 주문을 할 때가 되어서야  ‘전 마늘, 양파, 파, 토마토, 호두, 샐러리, 시금치 알러지가 있어요.’라고 말해서 주방을 순식간에 패닉 상태로 만들죠. 어떤 손님들은 자신이 알러지가 있다고 판별난 음식 리스트를 식사 내내 테이블 위에 떡 하니 올려두기도 하지요.


그런 손님이 레스토랑을 나가자마자 흥분하며 주방을 들어선 홀 서버의 귀뜸. “아, 그 유제품 알러지 심하다던 손님, 마지막에 후식은 남의 접시까지 다 먹었어!” 주방은 갑자기 분통의 도가니가 됩니다. “Mi sono rotto un cazzo!!!”(내 불알 하나 터졌어!)


앙트레부터 커피에 곁들여 나가는 작은 돌치들까지 모두 그 손님 때문에 다 다른 손님 음식과는 다르게 즉석에서 따로 만들었는데... 정작 그 손님은 태연하게 식탁에선 버터가 듬뿍 들어간 남의 접시까지 다 맛을 봤다니.... 화가날 만 하죠.


어떤 손님은 자신이 주문한 접시가 식탁 위에 나왔는데, “참! 저 오늘부터 채식주의자가 되기로한 걸 깜빡했어요.” 하고 접시를 물리기도 하지요. 이 정도면 얼굴이 철판이 아니라 강철 수준입니다.


 레스토랑을 나가면서도 감사보다는 불평불만...양이 많았네, 적었네. 그리고 팁은 1유로도 남기지 않는 게 그들의 철칙이니......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 정작 이탈리아 인들이 환영받지 못 하는 이유가 짐작이 되실 겁니다.


오늘도 레스토랑 예약책 위에는 큰 글씨로 “No italiani!!!”가 씌여져 있습니다. 아마 어제 저녁 끊임 없는 요구와 클레임으로 홀과 주방을 아수라장으로 민들었던 그 ‘홀 책임자 불알을 제대로 부숴놨던(짜증을 제대로 유발했던)’ 한 이탈리아 손님 때문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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