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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윤 Sep 25. 2022

밀라노 머스트 스트릿 푸드

루이니(Luini)와 스폰띠니(Spontini)

밀라노 두오모 꼭대기를 계단으로 오르거나, 그 옆 빨라쪼 레알레에서 몇 시간 서서 전시회를 보고 나면 식사 시간이 아니라도 허기가 지기 마련입니다. 금강산도 식후경, 허기를 달래 볼까요?

 

밀라노 두오모 근처에서 시간이 없을 , 간단하게 허기를 달래고 싶을  루이니(Luini) 빤쩨로띠(Panzzerotti)하나가 정답입니다. 위에 올라갈 토핑을 속에 넣은 튀긴 피자라고 생각하고 쉬울까요? 크기나 모양은 우리나라 호떡보다 조금 작고 통통합니다. 여러 종류의  중에서도 당연히 클래식! 토마토소스, 모짜렐라 치즈가 들어간 클래식입니다. 회전율이 제일 빠르니 제일 맛있을 수밖에요. 언제나 식지 않은  나온 뜨거운 빤쩨로띠를 순식간에   베어   있습니다. 당연히 기나긴 줄에 합류해 인내하는 시험을 치르고 나서야 말이죠.


하지만 오늘은 일요일,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루이니가 문을 닫았군요. 흠...... 잠깐 고민에 빠집니다. 느긋하게 리나쉔떼 백화점 7층 스카이라운지에서 두오모 꼭대기를 바라보며 브런치를 즐기느냐, 아니면 간단하게 피자 한 조각을 해치우느냐?


루이니에서 두 발짝만 움직이면, 루이니 못지않게 유독 붐비는 핏쩨리아가 하나 있습니다. 네, 스폰띠니(Spontini)입니다. 보통 이탈리아 전통 피자 가게는 아닌 듯 하지요? 아하! 커다란 조각 피자를 파는 곳이군요.



이탈리아 하면 1인 1 피자일진대, 이곳의 조각 피자는 크기가 얼마나 크고 두껍기까지 한지 1인 1 조각 피자입니다. 일회용 종이 접시 위에는 접시보다 큰 넘치듯 걸쳐진 피자가 척 걸쳐져 있습니다. 대부분 젊은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삼삼 오오 피자집 앞에 서서, 혹은 길바닥에 철푸덕 앉아서 신나게 피자를 먹어댑니다.


어째서 이곳에 이렇게 사람이 많을까요? 안으로 한 번 들어가 보시지요.


아! 우선 가격 경쟁력이 있군요. 누구나 5유로(정확히는 4.80유로) 면 모짜렐라로 온통 뒤덮인 두툼한 피자와 생수 한 병으로 순식간에 허기를 달랠 수 있습니다. 일단 피잣집으로 들어서면, 공항처럼 바리케이드가 쳐진 줄을 따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컨베이어 벨트 위에 올라선 듯 자신도 모르게 인파를 따라 자동적으로 움직이게 됩니다.


그럼 뭐가 있나 볼까요? 세트 메뉴는 세 가지.

마르게리따 피자 + 물 50cl 4.80유로

마르게리따 피자 + 펩시 콜라(Pepsi alla spina) 30cl 6유로

마르게리따 피자 + 생맥주(birra alla spina) 30cl 6.50유로


바닷가도 아니고, 아직 11시 반이라 혼술은 그렇고, 탄산음료는 안 마십니다. 기본 세트 메뉴 Spontini 1. 선택이군요. 4.80유로를 계산하고 또다시 인파에 밀려 왼쪽으로 이동합니다.


손이 놀랍도록 빠른 가무잡잡 동남아 계의 아가씨가 오더를 듣자마자 피자를 신의 속도로 자릅니다. 피자는 얼마나 크고 피자를 자르는 칼을  얼마나 크고 무시무시한지요. 잘라둔 두툼한 피자가 삼각형 종이 접시 위에서 엄청난 크기와 풍미를 뽐내며 저를 기다리고 있군요. , 정말   사이즈의 피자만 먹었다가는 목이 막힐  같습니다. "Still or sparkling?" 피자가  내려가라고 탄산수를 선택합니다. 가슴께로 올라오는 높고 기다란 테이블 자리를 하나 차지하고 섭니다. 직원이 바람과 같은 속도로 조각조각 잘라준 피자를 검은 플라스틱 포크로 찍어 입에 가져다 넣습니다.

 고소하고 촉촉하고 부드러운 피자 맛의 비밀은 뭘까요? 패스트푸드라고는 하지만, 전통 나무 화덕을 사용합니다. 나폴리식 얇은 피자가 아니라 높이가 5센티도 넘게 두툼합니다. 피자판 자체도 납작하지 않고 높습니다. 높이가 있는 둥그렇고 무시무시하게 커다란 피자판에 피자 반죽이 담기고 간단한 토픽이 재빠르게 올라갑니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닙니다. 커다란 삽에 얹혀 문도 없는 화덕에 들어가기 , 하나의 비밀 재료가 있었군요. 엄청난 양의 올리브 오일로 반죽을 적시고 나서야 화덕 입장이 허락됩니다. 이탈리아라서 가능한 이야기군요.  비싼 올리브 오일을 저렇게 아낌없이 팍팍 뿌려 나무 오븐에 구워내니, 아무리 두꺼운 피자 도우라도 어찌 딱딱하거나 질길 수가 있을까요?



 피자 종류도 세트 메뉴처럼 아주 단순합니다.


지중해 피자 Mediteriana(pomodoro, acciughe, capperi,origano) 3.50유로

마르게리따 피자 Margherita(pomodoro, mozzarella, origano) 4유로

프로슈토 피자 Prosciutto(pomodoro, mozzarella, prosciutto cotto, origano) 4.5유로



배가 많이 고프거나 피자에 싫증이 났다면 라자냐(lasagna 4유로), 밀라노에는 없는 가격으로 후식까지 순식간에 해결하고 싶다면 이 가게에서 직접 만든 티라미수 (tiramisù della bottega 3유로)가 당신을 기다립니다.


주머니 사정이 캐주얼한 젊은 여행객, 학생, 간단하고 빨리 후다닥 요기 해결이 필요한 바쁜 직장인에게 환영이겠습니다.


여러분도 밀라노 두오모 근처에 오신다면, 1루이니  1스폰띠니  보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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