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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윤 Oct 05. 2022

아말피에서 온 편지

젠나로 다마토 Gennaro D’Amato가 들려주는 레몬 이야기

이탈리아 아말피의 레몬은 지중해의 풍부한 햇살과 바닷바람 덕분에 향과 맛이 탁월합니다.  아말피의 햇살이 키운 보석, 세계 최고의 레몬으로 손꼽히는 아말피 레몬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남부 이탈리아 아말피 해변에서 레몬 농사를 하는 저의 친구 젠나류 다마토의 이야기입니다.



차오, 아마치 코레아니!(안녕, 한국 친구들!)


아말피라고 들어보셨나요? 저는 한국에서 멀리 떨어진 이탈리아 남부 아말피 해안가에서 살고 있는 젠나로라고 해요. 아말피 해안가 마을 체타라에서 태어나고 자란 토박이지요. 오늘 한국에 있는 여러분에게 아말피 레몬 이야기를 들려 드릴게요.


저는 여름에는 페달 보트 렌털 사업을 하고 해변이 한산한 계절에는 아버지를 도와 레몬 농장을 돌본답니다. 저희 아버지 연세는 일흔일곱이세요. 아주 어릴 때부터 레몬 농사일을 해오셨지요. 지금은 제가 아버지를 도와 레몬 농사일을 하고 있지만 제가 바쁜 여름철에는 여전히 아버지 혼자 농사일을 거뜬히 해내세요. 아버지 말로는 몸에 좋은 레몬을 매일 드셔서 문제없으시대요.


이곳은 겨울에도 눈이 오는 일이 드물어요. 난방기구 있는 집이 드물다면 이해가 쉬울까요? 1월 한겨울에도 볕이 잘 드는 곳에는 새싹이 돋아납니다.

연중 따스한 기후 덕에 아말피의 레몬 나무는 거의 1년 내내 꽃을 피워요. 먼저 핀 꽃은 먼저 열매를 맺고, 나중에 핀 꽃은 나중에 열매를 맺지요. 3월과 7월에 얻는 레몬을 가장 상품으로 치지만 1년 내내 레몬 수확이 가능합니다. 한 나무에서도 그해에 핀 꽃에서 난 작은 레몬과 한해 전 꽃에서 얻은 노랗게 잘 익은 커다란 레몬을 함께 볼 수 있어요. 그래서 레몬을 수확할 때는 작은 열매가 달린 가지가 다치지 않게 각별히 조심해야 한답니다.

아말피 해안을 드라이브하시면 언제나 한쪽은 산을, 다른 쪽은 바다를 볼 수 있어요. 아말피의 산자락은 바다로 내려와 끝이 납니다. 아말피 레몬도 아말피의 산이 생긴 모양을 따라 재배되고 있지요. 아말피, 아트라니, 체타라, 마이오리, 미노리, 포지타노, 라벨로, 비에트리 술 마레 등 아말피 해안을 따라 이어진 12개의 마을에서 레몬이 재배되고 있어요. 총 400헥타르 되는 면적에서 한 해 8000톤 정도 가 생산되지요. 아말피 해안가 레몬 농장이 총 400헥타르라고 하지만 레몬 농장 하나하나는 다 자그마하답니다. 레몬 농지가 해안가 언덕 구릉을 따라 계단식으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기계로 무언가를 하는 건 불가능해요.


노령인 저희 아버지는 문제없다고 하시지만, 젊은 친구들에게도 레몬 농사일이 쉽지는 않답니다. 맛 좋은 아말피 레몬을 얻으려면 근력이 필요해요. 튼튼한 다리와 손이 없으면 레몬 농사는 어렵습니다. 레몬 나무를 받치는 밤나무 지지대도 다 사람 손으로 하나하나 만들고 교체합니다. 레몬 가지를 치거나, 그물을 치고, 레몬을 딸 때는 사다리를 이용하지만 가끔은 서커스 단원처럼 레몬 나무 가지를 받치는 지지대에 올라가 아슬아슬 곡예를 해야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우리를 ‘날으는 농부들 CONTADINI VOLANTE’이라고 부르기도 하지요.

레몬 나무는 마치 사람과 같아요. 병충해가 없으면 70~80년 이상은 살 수 있어요. 강한 나무가 있으면 약한 나무도 있지요. 약한 나무에서는 얻는 열매가 적지만 튼튼한 나무에서는 레몬이 주렁주렁 열립니다. 레몬 나무는 가지를 잡아주지 않으면 마음대로 키만 자라 버리고 열매를 얻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튼튼한 밤나무로 지지대를 만들고 레몬 나뭇가지가 지지대를 따라 자랄 수 있도록 가이드를 합니다.

아말피의 바닷바람은 아주 강해요. 작은 열매나 꽃을 엄마 가지가 보호해주지 않으면 바람에 꽃이나 열매가 상하지요. 그래서 아기 가지는 엄마 가지를 따라야 해요. 바람이 아주 강한 철에는 그물로 가지와 꽃과 열매를 덮어서 강한 바람과 한기가 바로 닿지 않도록 합니다.


아말피 산 레몬은 거의 일 년 내내 얻을 수 있다고 했죠? 연중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레몬 나무의 특성도 있겠지만, 구릉과 계곡으로 이어진 구불구불한 아말피 지형이 레몬 수확기를 늘리는 일등 공신입니다. 저희 아버지 레몬 농장처럼 바다와 가까운 햇볕이 내내 잘 드는 곳에서는 레몬도 노랗게 빨리 익어가고, 해변과 멀어져 산 정상에 가깝거나 계곡에 위치해서 그늘이 오래 지는 곳의 레몬은 천천히 익습니다.

아말피 레몬은 마치 저처럼 날씬하지요. 다른 지역에서 나는 레몬이 둥글다면 아말피 레몬은 길쭉하고 끝이 더 뾰족합니다. 껍질은 적당히 두껍고, 색은 밝은 노란색을 띠어요. 풍부한 과즙에서는 적당히 신맛이 납니다. 무게는 레 몬 한알 당 100그램에서 120그램 정도 되고 4개에서 10개 정도의 씨가 들어 있습니다. 비타민 C가 풍부하지요.


아말피 레몬은 저의 꿈입니다. 바다를 바라보며 레몬 향기 속에서 일하면 고요 속의 평화를 얻습니다.

참, 얼마 전부터 젊은 친구들이 레몬 투어를 만들었어요. 전 세계 친구들이 아말피를 찾아옵니다.


한국에서는 레몬을 주로 어떻게 사용하나요? 여기서는 신선한 레몬즙을 샐러드에 넣어 식초 대신 사용하거나 생선 구이를   올리브 오일, 잘게  민트 , 다진 마늘, 매운 고추 조금에 레몬즙과 레몬 제스트를  섞어 붓으로 생선 껍질 위에  발라  잡은 생선을 석쇠구이 해서 먹기도 하지요.


저희 집에 오시면 레몬즙을 넣은 샐러드와 레몬 생선 구이,  튀긴 뜨거운 멸치 튀김 위에 레몬즙을 살짝 뿌려 대접할 텐데요. 아쉽지만 오늘 당장 저희 집으로 모실 수가 없으니 감기 기운이 있을 때나 피로 회복에 좋은 따끈한 리모나타 만드는 비법을 알려드릴게요.



리모나타 칼다(Limonata Calda)


피로하거나 감기에 걸려 으슬으슬 하고 목이 아플 때 좋은 ‘리모나타 칼다’를 소개할게요. 레시피는 아주 간단합니다.


< 재료 >

물 250ml , 레몬 반쪽 , 꿀 1~2 티스푼


< 만들기 >

1. 레몬 반쪽은 즙을 짜주세요.

2. 도자기 컵에 80°C로 데운 뜨거운 물과 레몬즙과 함께 넣어주세요.
3. 마지막으로 1~2 티스푼 분량의 꿀을 넣어 잘 저어주면 완성!


리모나타 칼다 한 잔이면 축 쳐진 마음이나 가벼운 감기 기운 정도는 바로 날아갈 거예요.


※ 무더운 여름에는 뜨거운 물 대신 얼음물이나 시원한 탄산수로 리모나타 프레다를 만들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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