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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윤 Nov 01. 2022

이탈리아 말로 ‘빵 같은 사람’

음식 이름에 관련된 재미있는 이탈리아 표현들

2010 쥴리아 로버츠가 나온 영화 <Eat, Pray, Love>에서 Eat 부분이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그려지지요. 미식의 나라 이탈리아. 그래서일까요? 이탈리아에는 유독 음식 이름이 다른 뜻으로 쓰이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한국말로 직역하니 재미있어서 하나하나 기억하게 되었어요.


한국에서는 좋은 사람을 칭찬할 때 어떻게 표현하나요? 한 번은 ‘감 같은 사람’이란 표현을 들은 적이 있는데, 처음엔 무슨 뜻인지 이해를 못 하다가 설명을 들으니 고개가 끄덕여지더군요. 겉은 초록색 줄무늬에 속은 새빨간 수박, 겉은 빨간색이지만 속은 노란빛이 도는 사과처럼 보통 과일은 겉과 속의 색이 다른 경우가 많은데 감은 겉이나 속이나 색이 같지요. 그래서 겉과 속이 같은 사람을 ‘감 같은 사람’이라고 하더군요.

이탈리아에서는 ‘좋은 사람, 선한 사람, 관대한 사람’을 두고 칭찬할 때 “그는 참 좋은 사람이야”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È un pezzo di pane(그 사람은 한 조각 빵이야)”라고 많이 말합니다. 빵 같은 사람, 이탈리아 사람들이나 누구나 아는 표현이지만 제게는 역시 ‘감 같은 사람’처럼 신선한 표현이었어요.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그린 프레스코화  “최후의 만찬”에서도 예수와 열 두 제자의 식탁에 빵이 등장하지요. 이탈리아에서는 빵, 와인, 올리브 오일, 소금 등이 성스러운 식재료로 여겨지는 만큼, 그 신성한 식재료가 사용되는 표현도 좋은 의미로 쓰이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프리타타(frittata) 드셔 보셨나요? 밀가루가 들어가지 않는 이탈리아식 계란 부침개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감자, 양파 등 원하는 재료를 넣고 거의 익도록 잘 볶다가 빠르미쟈노 치즈를 갈아 넣어 잘 풀어놓은 계란에 섞어 한국식 부침개처럼 도톰하게 부쳐서 먹는 간단한 이탈리아 요리입니다. 시금치나 주키니 호박을 채썰어 넣은 초록색 프리타타도 인기지요. 속에 넣는 재료는 어떤 것이라도 좋습니다. 프리타타를 좋아하는 사람은 얇게 부쳐낸 프리타타를 겹쳐 넣고 마요네즈를 발라 빵 사이에 쏙 넣어 빠니노로 즐기기도 합니다.

프리타타를 맛있게 만드는 비결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잘 뒤집어야 합니다. 한 면을 잘 익히고, 뒤집어 다른 한 면을 잘 익히면 됩니다.  한국에서도 부침개를 잘 부치려면 무엇보다 부침개를 잘 뒤집어야지요.

앞면 그리고 뒷면. 프리타타와 부침개 기술의 세계에는 이차원만 이야기합시다. 부침개의 앞뒷면 외에 옆면을 골고루 돌리면서 부치는 사람은 없지요. 옆면이야 후라이팬에 맞닿은 부분이니 알아서 바삭바삭 잘 구워지니까요.

고수들은 한 번만 뒤집으면 되는 부침개나 프라타타를 다시 뒤집을 이유가 있을까요?  “Non rigirare frittata!”직역하면 “프리타타 다시 뒤집지 마!”라는 뜻입니다. 정말 요리할 때 이런 조언을 할 수도 있지요.

보통은 두 사람이 대화나 논쟁을 이어 나가다 한 사람이 슬며시 유리한 대로 대화의 주제나 초점을 바꾸려고 할 때 “말 돌리지 마!”라는 뜻으로 쓰입니다. 한날은 친한 이탈리아 친구랑 한창 말씨름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친구가 프리타타를 다시 뒤집지 말라고 하더군요. “엥? 그게 무슨 말이야?”하는 제 물음에 갑자기 터진 웃음이 터지고 말싸움이 끝났어요.

이탈리아에서는 ‘이런! 젠장!’이라고 소리쳐야 할 때 이 채소의 이름을 이렇게 외칩니다. “Cavolo(카볼로)!”바로 ‘양배추’입니다.  

양배추는 ‘니 알 바 아니야’라는 표현을 할 때도 쓰이지요. “Sono cavoli miei!”라고 하는데 직역하면 ‘그것들은 내 양배추들이야!’라는 뜻입니다.

“Che cavolo è?”를 한국어로 직역하면 ‘무슨 양배추야?’가 됩니다. 원하지 않는 곳에서 뭔가 거슬리고 거추장스러운 상황에서 사용하지요. 어감이 살아있게 의역하자면, 사람에게 쓸 때는 ‘어디서 굴러먹던 개뼉다구야?’, 사물에 쓸 때는 ‘이거 뭐야?’ 정도 될까요?


한국에서는 ‘머리가 나쁜 사람’을 뜻할 때 ‘돌머리’라는 표현을 하기도 합니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이런 경우 “양배추 머리(Testa di cavolo)!” 혹은 “호박 머리(Testa di zucca)!” “순무 머리 같으니!(Testa di rappa!)”라고 외치죠.


감자로 만든 생파스타 뇨끼(gnocchi)를 아시나요? 보통 삶아 으깬 감자 1킬로에 밀가루가 250~300그램 정도 들어가는데, 밀가루가 적게 들어갈수록 입 안에 넣었을 때 사르르 녹아 사라집니다. 감자 수분이 적을수록 밀가루가 적게 들어가니 한국에서 인기 많은 햇감자보다는 늙은 감자나 산에서 난 수분 적고 단단한 감자가 애용되지요.

이 맛있는 뇨끼가 단수로 쓰이면 핫한 남자나 여자를 뜻할 때 사용되지요. “와우~ 저 멋진 여자를 봐~” 할 때는 ‘Che gnocca!’, “와우! 섹시남” 할 때는 ‘Che gnocco!’라고 외칩니다. 여성으로서, 남성으로서 다른 이성이 눈을 못 뗄 정도로 이성적인 매력이 있는 사람에게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같은 동성 친한 친구끼리 면전에서 말하면 칭찬이 되지요. 젊잖은 표현은 아니라서 모르는 사람에게는 쓰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뇨끼 이야기를 하고 있었군요. 뇨끼의 주재료 감자는 껍질콩과 요리를 하면 참 잘 어울립니다. 감자 한 알이나 껍질콩 하나만 요리하는 경우니 드무니 patate, piselli 같이 보통은 복수로 사용되지요.

그런데 감자와 껍질콩을 단수로 사용할 때는 다른 의미로 쓰이기도 합니다. ‘patata (빠따따)’는 이탈리아에서 여성, 정확히 이야기하면 여성의  음부를 지칭할 때 쓰입니다. ‘pisello (피젤로)’는 남성의 성기를 나타내지요. 둥그런 감자와 길쭉한 껍질콩의 모양을 생각하면 이해가 되실 겁니다.

옛날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에 한국에서는 아이를 낳으면 삼칠일 동안 외부 사람 출입을 금하게 하고 대문 앞에 금줄을 쳤다고 하지요. 딸이면 솔잎, 아들이면 고추를 함께 금줄을 엮었다고 하니 이탈리아와 비슷한 부분이 있지요?


언어에는 그 나라의 문화가 녹아 있지요. 이탈리아 사람들, 음식에 진심이더군요. 아침 식사를 하면서 저녁 메뉴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다 보니 일상에서 쓰이는 표현에도 음식 이름이 많이 사용되는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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