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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윤 Oct 22. 2022

페루의 작은 보석, 퀴노아 이야기

페루인 파트리치아와의 인터뷰

원시의 신비를 간직한 땅, 페루. 생명력 충만한 이 땅에서 자란 퀴노아는 페루가 키워낸 농작물 중 단연 최고의 건강식 재료로 꼽힙니다. 페루인 파트리치아가 들려주는 퀴노아 이야기를 들어보시겠습니까? 건강에 좋은 퀴노아 밀크 레시피도 함께 소개합니다.


이탈리아 토리노에 거주하는 페루인 파트리치아 트루히요(Patrizia Trujillo)와의 인터뷰입니다.



Hola, amigos coreanos. 안녕하세요, 한국 친구들. 저는 파트리치아라고 합니다. 페루를 알리고자 2012년부터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발레 운 페루(Vale un Perù) 라는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어요. 오늘 여러분께 페루와 퀴노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 드릴 수 있어서 정말 기쁩니다.


저는 페루의 중앙 포수소(Pozuzo)에서 태어나고 자랐어요. 그러니 제가 들려드릴 이야기는 페루의 시골 이야기가 되겠네요. 리마 같은 대도시에서 태어나지 않은 게 지금 생각해보니 제게는 참 행운이었다고 생각해요. 도시에서는 식탁에서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없잖아요? 사계절 내내 무엇이든 구할 수 있으니까요. 계절을 모르는 음식들이 식탁에 오르지요.


저희 부모님은 농사를 지으셨어요. 손맛이 좋은 어머니는 작은 식당도 하셨어요. 덕분에 어릴 적부터 부모님이 일구신 땅에서 제철 재료로 만든 음식을 먹고 자랐지요. 그러다보니 자연에 대한 존경과 제철 재료에 대한 가치를 아주 자연스럽게 배운 것 같아요.


페루 사람들에게 가족과 식사는 아주 중요합니다. 3대가 한 집에서 생활하는 건 드문 풍경도 아니지요. 페루에서는 어릴 때부터 밥상머리에서부터 어른에 대한 공경을 철저히 배운답니다.


한국에서는 보통 몇 끼를 먹나요? 전통을 고수하는 보통의 페루 가정에서는 하루에 다섯 번 식사를 합니다. 아침 6시경 아침 식사, 오전 10시쯤 간식, 정오경에는 점심 식사, 오후 4시경에는 ‘론치’라고 부르는 점저,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녁 식사를 합니다.

 

다섯 번의 식사 중에서는 아침 식사가 가장 중요합니다. 이른 아침 할아버지, 할머니부터 젖먹이 어린아이까지 모두 함께 둘러 앉아 아침을 나누는 모습을 그려보세요. 미소가 절로 지어 지네요.


어린아이들이 이른 아침에 일어나는 걸 힘들어하지는 않냐고요? 보통의 페루 아이들은 늦게까지 텔레비전을 보는 일이 없어요. 늦어도 저녁 8시면 잠자리에 드니 아침 6시에 식탁에 앉는 게 힘든 일은 아니에요. 아침 식사를 거른 아이는 학교도 보내지 않습니다. 아침을 제대로 먹지 않고서는 하루를 시작할 수 없지 않습니까.


아주 오래전부터 페루에서는 하루의 첫 에너지원으로 퀴노아가 큰 몫을 해왔습니다. 고대의 전사들도 전투에 나가기 전 퀴노아를 먹었다고해요. 영양이 풍부한 퀴노아 덕분에 2~3일은 먹지 않고도거뜬히 견뎠다고 하니 대단하지요?


퀴노아는 페루에서 ‘황금 씨앗’, ‘모든 곡물의 어머니’, ‘생명의 상징’으로 불립니다. 고대 잉카의 신이 아들과 딸을 불러 명하기를 땅을 찾아 떠나라고 했대요. 신의 아들과 딸은 쿠스코와 가까운 ‘푸노’에 이르러 퀴노아를 땅에 뿌렸습니다. 정말로 신의 명령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5,000~7,000년 전부터 퀴노아는 페루의 고산 지역에서 자라왔어요. 밝은 노란색, 붉은색, 검은색의 퀴노아가 대표적인 세 종류지만 지역차가 큰 다양한 기후 덕분에 페루에서는 약 200종류의 퀴노아가 자랍니다.


지금은 퀴노아가 슈퍼 푸드로 불리며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지요. 하지만 페루 사람들에게조차 퀴노아가

잊혀졌던 시기가 있었답니다. 300년에 달하는 스페인 정복기 동안이었지요. 퀴노아는 뽑혀나가고 그 자리엔 밀이 심어졌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퀴노아가 맥을 이어왔을까요? 재배되던 퀴노아는 사라졌지만 야생 퀴노아는 살아남았어요. 맛이 너무 써서 벌레나 산새조차 거들떠보지 않았거든요.

여러분의 식탁에 오른 퀴노아는 쓴맛이 나는 사포닌을 제거하는 복잡한 공정을 거친 거랍니다. 어떤 요리를 하든 퀴노아를 맛있게 즐기려면 요리하기 전에 꼭 여러 번 씻어 사포닌을 제거해주세요.


한국에서는 퀴노아를 어떻게 드시나요? 쌀과 섞어 밥을 지으면 가장 익숙하게 드실 수 있을 거예요. 퀴노아는 음료, 수프, 샐러드, 빵, 케이크나 쿠키로도 다양하게 즐길 수있어요.


여러분에게 퀴노아를 즐길 수 있는 간단한 레시피를 알려드릴게요. 가장 간단하게는 물에 삶아 잘 갈아서 음료로 마시는 방법이에요. 몸에 좋은 음식이 맛도 좋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물에 퀴노아만 익혀 간 음료는 아주 맛있지는 않답니다. 좋게 말하면 땅의 기운이 느껴지는 맛이랄까요? 아이들과도 즐겁게 나누어 드시려면 꿀을 넣거나 신선한 과일즙을 섞어 보세요.



가볍게 시작하는 아침, 퀴노아 밀크



발아 퀴노아에서는 맥아처럼 천연의 은은한 단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은은한 단맛에 풍미를 더하고 싶을 땐 계피, 정향, 카르다모모를 더해 보세요.


< 재료 >

퀴노아 1/2 컵, 생수 혹은 향신료 우린 물 2컵, 바닐라·계핏가루 1/2티스푼씩


< 만들기 >

1) 퀴노아를 잘 씻어 볼에 담고 깨끗한 물에 담가 4~5시간 불립니다.

2) 눈이 고운 채반에 불린 퀴노아를 담고 면보를 덮어 밤새 두어 발아 시킵니다.

3) 블렌더에 발아 퀴노아와 생수 혹은 원하는 향신료(계피, 정향, 카르다모모 등)

우린 물을 넣고 잘 갈아줍니다.

4) 마시기 전에 계핏가루와 바닐라 빈 가루를 살짝 뿌려줍니다. 조금 더 단맛을 원하시면 계핏 가루나 바닐라빈 가루보다는 꿀이나 신선한 과일즙을 섞어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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