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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윤 Jul 26. 2020

호박꽃을 먹는 N가지 방법

이탈리아 꽃요리 2

초여름부터 호박밭에는 여기저기 크고 작은 환한 노란 등이 켜진다. 호박꽃이다.

슬슬 더위가 찾아오는 6월 중순, 더위 때문에 떨어지는 입맛을 잡으러 호박꽃이 온다. 


호박꽃을 먹는다고? 어떻게 먹으면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 이탈리아 호박꽃요리 삼총사를 소개한다.

호박꽃 튀김, 호박꽃 속 채운 오븐 구이, 호박꽃 리조또.


호박꽃 튀김

호박꽃을 먹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튀김이다. 튀김 반죽을 만들어 꽃을 줄기까지 통째로 바삭하게 튀겨낸다. 뜨거울 때 소금을 살살 뿌려 바로 먹으면 구수한 맛이 일품이다.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에서는 호박 꽃잎을 잘 펴서 아주 묽은 튀김 반죽을 붓으로 살살 발라 160~165도 정도에서 색과 형태가 살아있게 파삭하게 튀겨내 가니쉬로 쓰기도 한다. 쫙 펴진 꽃잎이 황금빛 왕관을 연상케 한다.


호박꽃 속 채운 오븐 구이

대표적인 여름철 피에몬테 안티파스토, 속 채운 호박꽃도 언급하지 않으면 섭섭하다. 조심조심 호박꽃을 흐르는 물 아래에서 씻어내고, 핀셋으로 속의 꽃술을 제거한다. 호박꽃은 암꽃 수꽃이 따로 피니 밑에 작은 열매가 꽃 아래에 달리면 암꽃, 꽃 아래가 바로 줄기만 있는 건 수꽃이다. 호박꽃은 암꽃도 수꽃도 다 먹는다. 주키니 어린 호박은 수확할 때까지도 꽃이 열매 끝에 달려 있으니 열매가 아직 연하고 보드러울 때 따면 열매도 먹고 꽃도 먹고 일석이조다. 

호박꽃 속은 어떻게 만들까? 리코타 치즈, 다진 앤쵸비 조금, 생선 비린내를 잡아주는 다진 케이퍼 조금, 소금, 후추,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 리코타 치즈의 텁텁한 맛을 잡아주는 다진 민트를 잘 섞으면 호박꽃 속 완성이다. 꽃잎이 찢어지지 않게 조심조심 호박꽃 속에 속을 채우고 꽃잎 끝을 잘 오므리자. 속을 잘 채운 호박꽃은 빠르미자노 치즈 간 것과 빵가루, 올리브 오일을 살짝 뿌려 오븐에 구워낸다. 혹은 겉에 다시 튀김 반죽을 묻혀 튀기기도 한다. 다만 꽃봉오리가 열려 리코타 속이 기름 속으로 나와 버리면 기름이 이리저리 튀고 난리도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다. 오븐 구이를 할지, 과감히 튀김을 할지, 선택은 그대의 몫. 


호박꽃 샤프란 리조또

한국에서는 취급도 못 받는 호박꽃이 지금 우리 레스토랑에서는 그 값비싼 샤프란과 사랑에 빠졌다. 붉은 샤프란을 채소 물에 우리면 불그스름한 황금빛이 돈다. 쌀을 토스트 할 때 먼저 샤프란을 조금 넣어 쌀에 향과 색을 1차로 입히고, 화이트 와인으로 잡내를 잡은 뒤 다시 2차로 그 황금빛 샤프란 물을 부어 리조또를 만든다. 쌀이 3/1 정도 익어갈 때, 애호박을 잘 볶은 후 갈아 만든 초록색 크림을 넣기 시작한다. 연둣빛 애호박 퓨레가 황금빛 샤프란 물과 만나면 살짝 형광빛으로 빛나는 연둣빛 리조또가 된다. 마지막에 프랑스 발효 버터와 빠르미쟈노 치즈를 넣어 크림화를 시킬 때 곱게 채 썬 호박꽃을 함께 넣는다. 곱게 채 썬 연한 호박꽃은 리조또의 열기 만으로도 잘 익는다. 마지막으로 리조또 접시 위에 다시 호박꽃채 생 샐러드를 올려 함께 낸다. 



한식에는 호박꽃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어렵지 않다. 어떤 꽃이든 요리에 활용하고 싶다면 먼저 맛을 보자. 식용할 수 있는 꽃에서는 열매나 잎에서 느낄 수 있는 맛과 비슷하지만 훨씬 은은하고 우아한 맛이 난다.  

호박이나 호박잎이 들어가는 요리라면 어디든 호박꽃 활용이 가능하다. 특별히 새로운 레시피를 궁리하지 않아도 호박이 들어가는 요리에 호박꽃을 함께 넣거나 호박꽃만 넣으면 되는 거다. 

호박 요리하면 호박을 넣은 된장찌개, 호박전이 먼저 떠오른다. 호박이 들어갈 자리에 호박꽃도 함께 넣으면 호박꽃 된장찌개, 호박꽃 전이 된다. 

호박 볶음 마무리에 호박꽃을 넣어 함께 볶아 보자. 어린 호박잎을 쪄서 쌈을 싸 먹을 때 생호박 꽃잎을 함께 넣어 먹으면 아삭한 식감에 미소가 지어진다. 샐러드에도 호박 꽃잎을 함께 섞어 먹는다. 호박고지 설기에 호박꽃을 함께 넣어도 샛노라니 색이 예뻐진다. 


호박꽃 요리 참 쉽쥬잉? 요리, 어럽지 않다. 호박꽃이 그대의 식탁 위에서 노란 빛을 밝히기를.  




이탈리아 꽃요리 첫 번째 시리즈 '꽃을 먹자, 카르쵸피'는 https://brunch.co.kr/@natalia0714som/20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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