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ma di Rapa
한국에는 ‘라피니 Rapini’로 알려진 이탈리아 겨울 채소 ‘치마 디 라빠 Cima di rapa’를 소개합니다. 남부 이탈리아에서는 프리아리엘리 friarielli 혹은 브로콜리를 닮았다 해서 브로콜레또 broccoletto라고도 불리는 친구지요.
“어? 이거 한국 무청이랑 비슷한데?”
몇 년 전, 겨울, 아말피 해안가 작은 마을. 선물 받은 무청 같은 푸른 잎 몇 단을 앞에 놓고 친구 장피와 세넴은 즐거운 얼굴로 저녁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치마 디 라빠(Cima di rapa)야. 먹어 봤어?”
“아니. 어? 다시 보니 작은 브로콜리 같은 꽃송이들이 있는데? 이거 브로콜리 종류야?”
“아니, 치마 디 라빠라니까!”
잎을 보면 무청 같기도 하고, 작은 초록 꽃송이를 보면 꼭 브로콜리 사촌 같은 ‘치마 디 라빠’를 그 겨울 아말피 해안가 친구네에서 처음 보았답니다.
“치마 디 라빠? 어떻게 먹는 거야?”
“손으로 가볍게 툭툭 잎만 뜯어내고, 줄기는 안 먹어. 잎줄기 겨드랑미마다 붙어 있는 꽃송이는 먹으니까 버리지 말고.”
무슨 맛일까 살짝 뜯어 맛을 보니, 어이쿠 이런, 모양과는 달리 브로콜리 사촌이 아닌가 봅니다. 맛이 아주 쌉싸름합니다.
친구들의 시범을 보며 열심히 치마 디 라빠 잎을 떼어내고, 아기 브로콜리 같은 꽃송이와 그 아래 여린 줄기도 잘라냈지요.
남부 친구들에게서 처음 배운 치마 디 라빠 요리는 참 간단했어요.
뚜껑이 있는 깊은 냄비에 신선한 이탈리아 산 올리브 오일, 바다 소금, 뻬뻬론치노, 마늘 한쪽을 넣고 향을 내다가 질긴 줄기를 제거한 여린 잎과 꽃송이를 냄비 가득 넣었어요. 센 불에서 잘 저으면서 볶았더니 곧 푸른 잎과 꽃송이의 숨이 죽었지요. 그리고는 물을 조금 넣고 뚜껑을 덮고는 아주 약불로 부드러워질 때까지 익혔어요. 이렇게만 조리해도, 갓 토스트 한 빵조각 위에 올려 브루스께다를 만들면 친구들과 둘러앉아 와인 한 병은 거뜬이지요.
게다가 갓 익혀낸 오레끼에떼 orecchiette 파스타와 함께 버무리면 근사한 파스타 한 접시가 뚝딱이랍니다.
“음~!” 하는 행복한 감탄사는 아직 일러요. 역시 남부 이탈리아 친구들이 즐기는 짭쪼름하고 단단한 리코타, 리코따 살라따 Ricotta Salata를 살짝 갈아 올리고, 먹기 직전 신선한 올리브 오일을 휘리릭, 후추를 살짝 갈아 뿌려줘야 그 진가를 알 수 있거든요.
올리브 오일, 소금, 뻬뻬론치노, 마늘 기본 재료에서 조금 변주를 주고 싶은 날은 앤쵸비를 넣어도 좋아요. 앤쵸비를 넣었을 땐, 먹기 직전 레몬즙을 살짝 뿌려주면 좋겠죠?
이렇게 몇 년 전 남부 이탈리아 아말피 작은 마을에서 처음 맛본 치마 디 라빠를 오늘 북이탈리아에서 선물을 받았답니다. 북부 이탈리아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 채소인데, 알따 랑가 Alta Langa의 한 농부가 정성 들여 키워내 감사하게도 제게 선물로 주셨어요.
오늘 점심 메뉴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었는데, 우연히 받은 선물로 호강을 했지요. 귀한 치마 디 라빠를 재빨리 다듬어 씻어낸 후, 마늘 한쪽, 뻬뻬론치노를 넣고 부드럽게 익혀냈어요. 그리고는 신선한 살시차를 팬에 구워 함께
곁들였답니다. 쌉싸름한 치마 디 라빠와 짭쪼름하고 구수한 살시차가 꽤나 잘 어울리거든요.
아! 치마 디 라빠의 예쁜 초록색은 다른 채소에 비해 열에도 강한 편이랍니다. 감자, 양파와 채소수를 함께 넣고 익힌 후 곱게 갈아 체에 내리면 싱그러운 초록색 리조또의 기본 재료가 되지요. 리조또의 쌀이 거의 익어갈 때 즈음 치마 디 라빠 베이스를 넣어 주세요. 리조또 냄비를 빠른 속도로 흔들거나 자신이 없으면 주걱으로 저을 때 차가운 버터 한 조각과 빠르미쟈노도 조금 넣어 주시구요.
초록색은 이쁘지만, 살짝 쌉쌀한 맛이 거슬린다구요? 마지막에 달착지근한 감칠맛이 나는 싱싱한 생 새우살을 곁들이면 기가 막히게 잘 어울린답니다.
앤쵸비는 물론 살시챠나 생새우살과도 찰떡궁합인 치마 디 라빠. 이 겨울이 가기 전, 한 번 요리해 보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