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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윤 Aug 16. 2022

스페인 사냥개를 아시나요?

그레이하운드(Greyhound), 아리아(Aria) 이야기

자, 저 가족들에게 통역 좀 해 주세요. 아리아(Aria)가 어떻게 우리 집에 오게 됐는지.....


폴란드에서 여름휴가를 온 성웅이 오빠 네 가족이 도착하자마자 개 한 마리가 쪼르르 달려와 인사를 합니다. 다리와 목이 길고 날씬해서 개가 아니라 사슴 같습니다.


“아리아(Aria)에요. 아리아는 공기라는 뜻이에요. 자유롭고 가벼운 이 개처럼요.” 인사 나오신 친구 어머님께서 반갑게 인사하시며 개도 소개해 주십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온몸에 크고 작은 흉터 투성이입니다.  


“아리아는 네 살 때 우리 집에 왔어요. 스페인에서 왔죠. 아리아 같은 개는 사냥용이나 경주용으로 키워져요. 그리고 네 살쯤 되어 더 빨리 달릴 수 없게 되면 목을 매달아 죽여버린답니다.”


믿을 수 없는 이야기였습니다. 이렇게 예쁘고 붙임성 좋은 개를 필요가 없어졌다고 학대하고 죽이다니......


“아리아는 학대받다가 버려졌어요. 누군가가 황산을 뿌렸나 봐요. 제가 할 수 있는 치료는 다 받게 했는데, 털이 워낙 짧으니 이렇게 흉터가 잘 보이네요. ”


사냥용, 경주용으로 키워졌다가 학대받고 버려졌다는 아리아. 하지만 놀랄 만큼 사람을 잘 따랐습니다.


“황산을 뿌려 죽어 버리라고 덤불 속에 버린 개를 한 사냥꾼이 발견해 이탈리아로 데리고 왔어요. 전 그때 오래 키우던 개가 하늘나라로 가서 감당하지 못할 만큼 슬퍼하던 때였죠. 눈물이 마를 때가 없었죠. 결국 한 날은 아들 내외 손에 이끌려  유기견 보호소에 갔어요.”


“전 다시 개를 키울 마음이 없었어요. 그런데 유기견 보호소에서 개 한 마리가 제게 바로 다가왔어요. 그냥 두면 안락사를 당할 텐데 두고 올 순 없었어요. 아리아가 벌써 열두 살이 됐네요.”


인간에게 모진 해코지를 당하고도 인간에 대한 적개심이라고는 없는 것이 너무나 놀라웠습니다.


친구 집에서 자고 일어난 아침, 화장실을 가며 아리아 이불을 고쳐 덮어 주었습니다. 무슨 사나운 꿈을 꾸고 몸부림을 쳤는지 차가운 마룻바닥에 엉덩이가 밀려 내려가 있었죠. 엉덩이를 들어 다시 쿠션 위로 올려 주는데도 놀라기는커녕 으르렁 하는 소리 한 번 없이 잠을 잘 잤습니다.


아무 의심도 걱정도 없이 깊은 잠에 빠진 아리아를 한참 동안 바라보았습니다. 친구 어머님이 지난 팔 년 동안 얼마나 지극정성으로 아라아를 보살펴 오셨는지, 지난 세월의 필름을 보지 않아도 알 것 같았습니다.


아무리 깊은 마음의 상처도 진심 어린 보살핌과 사랑이 있으면 치유될 수 있는 거였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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