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몬테의 가을은 와인, 트러플(송로 버섯), 헤이즐넛 향을 타고
한낮엔 햇살이 잔뜩 화가 나 다 태워 버리겠다고 아무리 뜨겁게 이글거려도
이른 아침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 서늘한 바람이 애 태우지 않고 마음씨 좋게 불어오기 시작할 때,
몇 달 동안 더위로 뒤척이던 침대에서 드디어 얇은 이불을 얌전히 덮고 잘 수 있을 때,
살랑살랑 시원한 바람만 들어오라고 열어놓은 창문으로
작고 노란 노린재란 녀석들, 기를 쓰고 집안으로 한 두 녀석, 몰래 숨어 들어올 때,
작고 둥근 헤이즐넛이 꼭지에서 톡 떨어져 용기 있게 바닥으로 자유 낙하할 때,
이리저리 수풀을 데굴데굴 굴러다닐 때,
여기저기 툭툭 익어 떨어지는 열매들,
청설모들이 신이 나서 열매를 두 손에 꼭 쥐고 이리저리 뛰어다닐 때, 땅을 파댈 때,
"이제 황도도 끝물이고 백도도 얼마 안 남았어",
앞집 사는 베뻬 할아버지가 복숭아 철이 끝나 간다고 아쉬워할 때,
알이 작은 와인용 포도들이 주렁주렁 매달린 채 수확할 날만을 오늘내일 기다릴 때,
농부들이 아침부터 빨간 포도 수확용 바구니를 들고 손이 바빠질 때,
바르바레스코 탑 광장 앞, 포도 박스를 고봉으로 가득 실은 트럭들이 줄을 서고,
광장 바닥은 포도즙으로 끈적끈적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할 때,
나도 모르게 화이트 와인보다 레드 와인이 더 맛있게 느껴질 때,
타르투포 헌터 개들이 때가 왔다고,
어서 송로 버섯 찾으러 나가자고 쟌니 아저씨를 재촉할 때,
기나긴 여름휴가 후 다시 회색 도시로 돌아간 사람들,
아쉽거나 지겨워 말라고, 크고 작은 도시마다 야외 콘서트가 시작될 때,
와인, 타르투포, 포르치니 버섯, 생파스타 헤이즐넛 향에 홀린 사람들이
이탈리아 전역에서, 멀고 먼 다른 나라에서, 이 작은 시골 마을을 찾아올 때,
아! 가을이 오고 있네, 오는 거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