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레스토랑에 개를 데리고 간다구요?
삐리리리리~ 삐리리리리~ 레스토랑 전화벨이 불티나게 울립니다.
“오늘 저녁 식사 예약하고 싶은데요.”
“네, 몇 분이세요?”
“어른 넷에 아이 둘이요.”
“네, 알겠습니다. 여덟 시 괜찮으세요?”
“네, 그럼요. 저......그런데, 개가 있는데 괜찮나요?”
“공격적이거나 너무 크지 않으면 괜찮습니다.”
네? 개를 레스토랑에 데리고 간다구요? 네, 이탈리아에 오시면 개도 레스토랑에 데리고 가실 수 있습니다. 물론, 예약 시 미리 양해를 구해야 합니다. 레스토랑에 따라 불가능한 곳도 있으니까요.
며칠 전, 집에서 가까운 바르바레스코(Barbaresco)에 다녀왔습니다. 탁 트인 포도밭이 시원하게 보이는 뜨레 스텔레(Tre Stelle) 마을에 있는 따스떼(Osteria taStè)에서 저녁을 먹기 위해서였죠. 특별히 부탁해 언덕 뷰가 멋진 1층 테라스에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여유로운 기분으로 풍경도 보고, 주변을 돌아 보는데, 어머나! 작은 테이블의 테이블 보 아래마다 약속이라도 한 듯이 크고 작은 개들이 한 마리씩 숨어 있는 것 아니겠어요? 아주 자연스럽게 나무 데크에 배를 깔고 여유롭게 주인과 눈맞춤을 하면서요. 친구와 웃으며 말했습니다. “이 식당은 일 테이블 일 애완견이네!”
그렇다면! 2022년 월드베스트 레스토랑 19위에 빛나는 쓰리 스타 미슐랭 레스토랑 삐아짜 두오모(Piazza Duomo)는 어떨까요? 개를 데리고 갈 수 있을까요? 정답은?
네, 데리고 가실 수 있습니다.
여름 휴가를 길게 즐기기로 유명한 이탈리아 인들인데, 그럼 휴가 기간엔 반려 동물을 어떻게 하죠? 산이나 바다에 세컨드 하우스가 있는 사람들은 당연히 반려 동물도 함께 휴가에 데리고 갑니다. 그렇다면 세컨드 하우스가 없는 사람들은요? 호텔이나 비앤비도 반려 동물 동반이 가능한 곳이 여럿 있습니다. 독채로 지어진 샬롯에도 개를 데리고 갈 수 있는 경우가 많죠.
8월 중순 무렵, 친구네 초대로 시원한 발레 다 오스타(Valle d’Aosta) 주 샴포룩(Champoluc) 에 갔을 때도 얼마나 여러 종류의 크고 작은 개들이 주인을 따라 휴가를 왔는지 모릅니다.
한번은 아침 산보 겸 근처 산길을 올라가는데 아주 체구가 작은 여성 분이 혼자 작은 황소만 한 아이리쉬 울프하운드(Irish Wolfhound)와 함께 산을 오르는 게 아니겠어요? ‘저렇게 작은 체구로 저 큰 개가 컨트롤이 될까? 개를 목줄로 끌지 말고 차라리 타고 가는 게 빠를 듯 한데?’싶은 찰나, 어머나! 일이 터졌습니다. 마주 내려오는 다른 개를 보고 이 황소만 한 큰 개가 흥분을 하기 시작한 거죠. 커다란 개의 엉덩이를 보며 좁은 산길을 오르던 우리는 그야말로 '개싸움'에 말려들기 일보 직전이었어요. 그 작은 체구의 빨간 머리띠 아가씨는 필사적으로 개목줄을 잡고 “괜찮아요, 어서 지나가세요.”하고 급하고 간절한 목소리로 소리쳤어요. 하지만 그 가파르고 좁은 산길에서 아슬아슬한 곡예를 하고 싶지는않았어요. 결국 우리는 다른 길을 택해 우회했습니다.
다른 길로 우회해 내려가면서 파올라가 운을 뗐습니다. 개를 키우다보면 간혹 더 난감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구요. 파올라는 고대 이집트 시대부터 키워졌다는 작은 사냥개 이탈리안 그레이 하운드를 키우고 있어요. 아주 작고 날씬하고 사랑스러운 개지요. “저 경우는 아무 것도 아니야. 너무 당혹스러운 경험이어서 아직 아무한테도 말을 안 했는데..... 한 번은 우리 개를 데리고 쇼핑을 갔거든. 그런데 에어컨 바람이 너무 강했나봐. 그래서 우리 엘리가 갑자기 배탈이 난 거지. 고급스러운 옷이랑 가방이 잔뜩 진열된 매대 사이, 그 아름다운 대리석 바닥에 엘리가 갑자기 실례를 했어. 아! 그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얼굴이 빨개져.” “어머나! 그랬구나. 어느 매장이었는데?” “프라다!” “어머나!” 프라다 직원들의 얼굴도 파올라만큼이나 사색이 되었겠지요. 상상만 해도 당황스러운 상황입니다. 프라다 매장 직원들도 처음 있는 일이라 어쩔 줄 몰랐겠죠. 프라다 가방을 싸는 더스트 백을 뭉치로 들고 개똥을 치우겠다고 뛰어왔다나요? 세상에! 프라다 더스트 백에 싸인 개똥을 생각해 보세요. 운이 좋은 개 앨리는 배설물도 프라다 더스트백에 들어갈 뻔 했군요. 서둘러 뛰어오는 직원들에게 파올라는 단호히 자신의 개 때문에 일어난 일이니 자신이 처리하겠다고 했대요. 소형견이라서 얼마나 다행이었을까 싶습니다.
소프라노로 유명한 조수미 씨도 콘서트에도 언제나 자신의 애견을 동반하고 여행하기로 유명하죠? 이탈리아에서도 운이 좋은 개들은 시원한 산속 마을도 주인과 함께, 계곡물에 들어가 첨벙첨벙 물놀이도 하고 산행도 즐기죠. 주인이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 함께 합니다. 레스토랑은 물론이구요. 심지어 여름이면 더위를 많이 타는 개 때문에 개 전용 수영장도 인기입니다.
하지만 반려 동물과 함께 생활을 공유하는 일이 언제나 유쾌하고 즐겁지만은 않을 거에요. 예기치 않은 어려움도 있고 불편한 일도 많을 거에요. 우아하게 프라다 매장에 쇼핑을 하러 갔다가 당황스러운 일을 겪은 파올라처럼요. 먼지 한 올, 작은 얼룩 하나 없이 집을 관리하는 깔끔한 파올라도 자신의 애견 엘리에게서 빠지는 털 앞에서는 눈을 감을 수 밖에요.
한국이든 이태리든, 전 세계적으로 휴가 시즌만 되면 유기견 수가 급증을 한다고 들었어요. 여행을 가야 하는데, 함께 갈 형편은 안 되고, 맡기고 떠날 개 호텔 비용이 사람이 묵을 호텔 비용보다 비싼 경우가 많으니 버려지는 것이겠지요.
휴가 가는데 귀찮다고 개를 버린다구요? 저희 어머니가 들으시면 펄쩍 뛰실 거에요. "엥? 휴가를 간다고 개를 버려? 개 때문에 휴가도 포기하는 마당에! 천벌 받는다! 어쩜 사람들이 그러니?" 정말입니다. 어느새 막내딸 격이 되어버린 열 살 넘은 개 복순이 때문에 장거리 여행은 아예 생각하지도 않으시니까요.
작고 예쁠 때만 '오! 사랑하는 나의 개'는 아니겠지요. 한 번 '사랑하는 나의 개', 귀찮고 늙어도 여전히 나의 개입니다. 늙고 털이 빠지고 백내장이 오고, 심지어 나이가 너무 들어 자주 바닥에 실례를 하게 되더라도 끝까지 사랑하고 보살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