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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윤 Aug 27. 2022

토마토는 설탕에? 소금에?

토마토 좋아하세요?


제가 어릴 때는 토마토 종류가 지금처럼 다양하지 않았어요. 토마토는 그냥 토마토였지요. 껍질이 얇고 주먹만  동그란 빨간 토마토.


무더운 여름이면 엄마는  익은 토마토를 얇은 반달 모양이 되도록 잘라 설탕을 흩뿌려 간식으로 주셨어요. 저는 엄마 몰래 재빨리 설탕을 조금  뿌리곤 했죠.

설탕을 뿌리고 조금 기다리면 토마토 과육은  말랑말랑해졌어요. 저는 시원하고 달콤하고 새빨간 토마토를 포크로 꼭꼭 찍어  조각도 남기지 않고 야무지게 먹곤 했답니다.

그렇게 토마토를  먹고 나면, 접시 바닥에는 달콤하고 끈적한 토마토 국물이 흥건하게 고여 있었죠. !  빨갛고 달콤한 토마토 국물은 얼마나 소중했던지요. 자칫하면 옷이 끈적끈적 엉망으로 벌겋게 얼룩이 지니, 흘리지 않게 조심조심, 아껴서 마시곤 했답니다.


한 날은, 외항선 항해사로 해외에 계시던 아빠가 잠깐 들어오셨어요. 엄마는 평소처럼 냉장고에 넣어 차게 식혔던 토마토에 설탕을 뿌려 간식으로 내어 오셨죠. 하지만 아빠는 토마토는 설탕을 뿌려 먹으면 안 된다고 하셨어요. "토마토에 설탕을 뿌려 먹어야 맛있지, 그럼 어떻게 먹어요?" 했더니, 아빠 말로는 토마토는 과일이 아니래요. 설탕이 아니라 소금을 살짝 뿌려 먹어야 한다면서요. 전 고개를 갸웃거렸어요. 빨갛고 동그란 열매인데, 이 토마토가 과일이 아니면 뭐라는 거지?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어릴  토마토에 설탕을  뿌려 주시던 엄마가 몇십 년을 앞서 가셨구나 싶어요. 많은 미슐랭 레스토랑 셰프들이 토마토를 디저트에 이용하고 있거든요.  토마토와 설탕의 기막힌 조화를 어떻게 아시고 말이에요.

토리노 외곽  마우리지오 카나베제(San Maurizio Canavese) 원스타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  크레덴짜(La Credenza )에서 뼈가 굵은 후식 담당 여성 셰프 끼아라 빠뜨라끼니(Chiara Patracchini) 많이 달지 않은 디저트로 이탈리아 안에서 주목을 받고 있어요. 감베로 로쏘(Gambero Rosso) 선정 최고의 여성 후식 파트 셰프로 선정되기도 했죠. 그녀의 시그너쳐는 바로 달콤하게 절인 토마토 콩피와 바질을 이용한 접시랍니다.


당신은 토마토 설탕파입니까, 아니면 소금파입니까?


어릴 적엔 설탕을 뿌린 차가운 토마토를 그토록 좋아했었지요. 그런데 지금은 세월이 흘러 토마토는  이상 차갑게 해서 먹지 않게 되었어요. 설탕도 이젠 뿌리지 않죠.


토마토는 특유의 향이 날아가지 않게 실온에 보관하면 어떨까요? 신선하고  익은 실온 보관 토마토는 날카롭게 날이  칼로 잘라야 하지요. 접시에 보기 좋게 담은 토마토는 칼을 사용하지 않고 무심하게 툭툭 손으로 뜯어낸 바질과   어울려요.  위에 이탈리아 리구리아(Liguria)   따쟈스케(Taggiasche) 올리브 오일을 조금 르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파삭하고 많이 짜지 않은 말돈 소금(Sale Maldon)까지 살짝 뿌리구요.


이렇게 만든 짭쪼름하고 향기로운 토마토 샐러드 앞에서,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역시 어릴 때처럼 바질   , 토마토 작은 조각 하나 남기지 않고 야무지게  먹어 우는 식욕이겠군요.

접시 바닥의 올리브 오일 토마토 국물은요? 껍질이 두꺼운 투박한 곡물 빵을 조금 뜯어  방울도 남기지 않고 싹싹 스카르뻬따 (scarpetta) 해서 닦아 먹지요.


오늘 식탁에 토마토 어떠세요? 크기도 색도 모양도 다른 여러 종류의 토마토를 함께 접시에 담아 신선한 바질, 질이 좋은 올리브 오일, 한국의 신안 천일염을 손으로 조금 부순  뿌려서 드셔 보세요. 호로록 토마토 국물은 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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