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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윤 Sep 01. 2022

누군가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

삼칠일의 기적, 브런치 알고리즘은?

이제는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일이 내 하루 일과의 중요한 한 부분이 되었다.


자정이 조금 넘은 시간이면 글 하나를 올리고 잠자리에 드는 일, 겨우 보름이 조금 넘은 습관이지만, 이 기분 좋은 습관의 힘은 참 무섭다. 휴대폰을 거실에 두고 잠이 들 때, 닫힌 문 너머로 희미하게 ‘띠링!’ 누군가 내 글을 보고 있다는, 띄엄띄엄 불규칙한 리듬으로 울리는 브런치 알림 소리를 자장가 삼아 들으며 잠이 든다.

한국과 지금은 7시간 시차가 있으니, 한국에는 내 글이 아침에 배달 되는 셈이다. 요쿠르트 아줌마가 요쿠르트 색 모자와 옷을 입고 매일 아침 집으로 배달해 주시던 달달한 요쿠르트처럼.


브런치 글쓰기는 코로나 락다운 첫 번째 기간에 시작했다. 하루에 12시간 이상 꼬박 집중한 채 점심 저녁 서비스를 쳐내야 했던 때는 엄두도 내지 못하던 일이었다. 몇 번째로 쓴 글이었을까?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108배에 관련해 쓴 글이 하룻밤 사이에 몇 만 뷰를 찍었다. 아마도 '스님'과 '예쁜 엉덩이'라는 도발적인 제목 덕분이 아니었을까? 당시 나는 브런치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모르던 때였기 때문에(지금도 모른다.) 브런치에 글을 쓰면 당연히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는 줄 알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금도 그 글이 내가 브런치에 쓴 글 중 가장 많이 읽힌 글이다.

 

그 후 브런치에 일 년 넘게 글을 쓰지 않고 있었다. 어째서 흥미가 줄었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브런치북 응모를 위해 사진도 없이 작가의 서랍에 보관했던 소화도 안 된 날림 글들을 급하고 성글게 엮어서는 마감 직전 클릭한 게 다였다.  

다만 하나 아주 신기하고 감사했던 건, 일 년 넘게 글을 올리지 않는 내 브런치에 그래도 몇몇의 사람들이 들러 내 글을 읽어주었다는 것이다. 단 한 편의 글 말고는 포털에 노출된 적 없이 브런치 안의 몇몇 사람들에게만 소소하게 읽히던 글들인데, 내 글이 한 번도 읽히지 않은 날, 조회수가 0이었던 날이 있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나는 지금도 그 이유를 알 수 없다. 감사하기만 하다.


오랫동안 글을 쓰지 못 한 건 아마도...... 십 년 가까이 외국에 나와 있으면서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오븐 열기 속, 활활 타오르는 불 앞에서 보내면서 내 독서력과 필력까지 함께 태워버린 건 아니었을까?

어느 날부터 우선 인스타그램에 기억하고 싶은 생각들을 사진과 함께 아주 짧게 올리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그것이 씨앗이었던가보다. 아주 짧게라도 자주 글을 쓰는 버릇을 다시 들이기 시작한 것.

 

올해 여름 8월 12일부터 8월 31일, 20일 동안 18편의 글을 브런치에 올렸다. 그리고 그중 여섯일곱 편의 글이 포털에 노출되었다. 적어도 세 개의 글 중 하나가 포털에 노출된다면 33프로의 적중률. 명중은 아니라도 과녁을 비켜가지 않는 화살이 세 개 중 하나가 되는 일은 참 신이 나고 힘이 난다.


'아! 누군가 정말로 내 글을 읽고 있구나!'


정보가 있거나, 재미가 있거나, 감동을 주거나, 공감이 되거나, 위로가 되어 주거나, 세상을 낯선 눈으로 다시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주거나..... 좋은 글은 그런 것들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어떤 식으로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글말이다.

내 글은 아주 가벼운 잡문에 가깝다. 아주 조금의 정보와 약간의 위트가 있는 정도일까?


그런데도 몇몇 사람들이 내 글을 재미있게 보고 있다고 덧글을 남겨주기 시작했다. 손가락 발가락 수를 다 합한 정도 되던 구독자 수도 3주 만에 눈에 띄게 늘기 시작했다. 내가 쓴 글보다 구독자 수가 늘었을 때의 감동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적어도 1 글 1 구독자라니!


구독자가 몇 천 명이나 있는 브런치 작가들에게, 내 이야기는 콧방귀나 뀔 흥미 없는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글을 '작가의 서랍'에만 쌓아둔 채 공개하지 않는 브런치 작가들(글이 없으니 당연히 구독자가 0일 가능성이 크다.) 혹은 몇 편의 글을 올려 봤지만 반응이 거의 없어 브런치 글쓰기에 흥미를 잃은 사람들에게는 '응?'하고 가까이 당겨 앉아 듣고 싶은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쓴 글들은 지금도 브런치 내 사이트 안에서 도토리 키재기를 하며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오늘은 무슨 글을 올리지?


오늘은 무슨 글을 쓰지라고 표현하지 않은 이유는, 글을 쓴 날과 글을 올린 날이 언제나 같지는 않기 때문이다. 글을 쓰고는 조금 묵혀둔다. 몇 시간이 지나거나, 며칠이 지나고 읽으면 고치고 싶은 부분이 보인다.  


그리고는 사진이다. 어딜 가든 사진과 영상을 기록으로 남기기를 즐겼지만, 아무 곳에도 써먹지를 않으니 빈축만 샀던 사진과 영상 모음들은 이제는 든든한 내 창고가 되었다. 한국에 갔을 때 서브 폰으로 사용하던 삼성 갤럭시 카메라의 화질도 한몫하고 있다. 눈알이 하나뿐인 오래된 외알 아이폰 대신, 동생이 세 개 눈알이 달린 휴대폰을 장만하고 내게 넘겨준 두 개 눈알 갤럭시로 찍고 있다. 화질이 마음에 든다.  


브런치 메인 페이지, 혹은 다음이나 구글, 카카오톡 같은 포털들에 올라가는 브런치 글들이 어떻게 선정되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하지만, 대략 이런 추측이 든다.


브런치에서는 흥미로운 사진이 곁들여진 글을 좋아하는 것 같다.

기발하고 재치 있는 제목을 좋아하는 것 같다.

자주 글을 올리는 사람의 글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 같다.


하지만 모두 '것 같다'일뿐이다.


가장 확실한 건, 내가 믿는 '매일의 힘'이다. 초조해하거나 조급해하지 않고 매일 꾸준히 반복하는 무심한 노력이, 오래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준다고 생각한다.

'그래서'는 너무 쉽고 재미없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마찰력이 지속적으로 진행하려는 에너지를 소멸시키려 덤빌 때, 통! 하고 가볍게 손끝으로 다시 한번 밀어주는 힘! 매일 다시 땅을 박차고 달리는 기분 좋은 매일의 가벼운 조깅이 멈추지 않고 지속적으로 밀고 나가는 지구력을 도와주리라.


지금은 그저 기분 좋게 지속적으로 글을 쓸 수 있기만을 바란다.

나도 이젠 구독자가 있는 여자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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