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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막 제2화. 2002년 <오페라 - 전쟁과 평화>

- 당시 역대 최고 제작비로 만든 초호화 무대

by 방현일

2002년 6월 6일에서 9일까지 예술의 전당에서 오페라 <전쟁과 평화>가 공연되었다. 국립오페라단이 출연했으며 역대 최고 제작비를 들인 초호화무대였다. 출연진은 모두 2백 명이 넘었다. 대형 프로젝터로 실감 나는 장면도 더했다.


<전쟁과 평화>를 무대에 올리기 위해서는 수많은 의상과 모자, 각종 전쟁용 소품이 필요했다. 우리에게 의뢰가 들어온 것은 모자였다.


참고로 무대에서 공연하는 소품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우리는 주로 모자 제작에 참여했다. 각종 공연 모자, 쇼 모자, 퍼레이드(parade) 모자가 대표적이다. 그밖에 시대에 맞는 모자에서 투구 또는 투구와 맞는 칼과 방패 등이었다. 한 번은 갑옷을 의뢰받았었는데, 아무래도 의상만 전문으로 하는 제작자보다 품질에 자신 없어서 시도하다가 포기한 적이 있었다. 게다가 대량이었다. 어떻게 보면 대작을 놓친 것이었는데, 섣불리 시작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를 여럿 보았다. 한 번은 아는 팀이었는데, 자신 있게 맡았다가 곤욕 치르는 것을 보았다. 손해배상? 을 떠나서 작품에 선보인 소품은 기대 이하였고 그 손해는 고스란히 공연 제작자와 관객에게 돌아갔다.




꼭 그렇지는 않지만, 모자 제작의 장 · 단점은 이렇다.

첫 번째, 기본 틀만 만들어 놓고 의상 제작의 일정에 맞춰야 한다. 의상과 옷이 대부분 같은 패턴이라, 의상에 필요한 재단을 작업해 놓고 남는 천을 퀵서비스로 받아서 해야 한다. 하다가 모자란 경우는 직접 동대문종합시장에 가서 사야 한다. 그렇기에 모자만 단독으로 진행하는 공연을 주문받는 것이 여러모로 좋다.


두 번째, 무대에 필요한 소품을 주문받는다는 것은, 말 그대로 기존에 짜인, 때로는 연출에 따라 조금 변형된 정도지,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일반 주문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소비자의 취향에 맞아야 한다. 내 방식대로 내 느낌대로 만들어 놓고 그때그때 사러 오는 고객한테 파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것이 기존의 작품성에 훼손되지 않기 때문에 몇 년 후, 재공연을 했을 때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 있다. 장점은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창작에 몰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새로운 제품을 제작할 때면 여간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다. 학예회도 신경이 쓰이는데, 말 그대로 ‘대작’ 아닌가, ‘그 나라의 공연은 이랬다’ 그 한 줄의 기사는 나의 관점에서는 확실히 달랐다. 소품 하나하나에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다. 이것저것 바쁠 때면 차라리 잘됐다 싶었다. 그렇지만 역시 늘 공연 소식에 기대해 본다. 그렇기에 엄청난 대작 소식이 들려오면, 혹시? 했다가 무산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것은 너무 잘 만든 탓? 기존 제품을 그냥 쓰거나, 수선만 오는 경우이기 때문이다.


세 번째가 정말 어렵다. 분명 주문대로 제작했는데, 맘에 안 든다는 것이다. 사진, 동영상, 그림 등 주문자와 같이 몇 번을 확인해 주어도 뭐가 맘에 들지 않는지 다시 제작해 달라고 하면 진짜 아주 난감이다. 제작비를 더 주는 것도 아니고 원래의 제작비에서 다시 한다는 것이 얼마나 피곤하고 고통스러운지 아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시간 들고 돈 들고 몸고생, 마음고생이 정말 이루 말할 수 없다. 심지어 몇 번을 번복하는 주문자가 있는데, 정말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을 정도다. 인건비도 못 건지는 경우도 많다. 심지어 계약금을 받고 다 만들어 놓았는데, 찾아가지 않는 주문자, 최종 대금을 깎는 주문자, 한 번은 자신도 손해 봤다며 원래 대금의 절반을 입금한 주문자도 있었다. 생전 처음 보는 고객이었다면 최종 대금을 받고 물건을 납품했을 텐데, 어느 정도 안면이 있는 고객이라, 어쩔 수 없었다. 특이하지만 그 고객에게는 늘 남는 것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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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r&peace1.jpg <2002년 오페라 – 전쟁과 평화_나폴레옹과 기병들 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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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r&peace7.jpg <2002년 오페라 – 전쟁과 평화_귀족, 시민 등 모자>


<2002년 오페라 - 전쟁과 평화>는 워낙 방대한 양을 무리 없이 보여 줘야 했기에 제작하면서 시간의 제약 등 어려움도 있었지만, 연출과 배우, 제작 기획력에서 돋보이는 무대였다.


-끝-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

“이미지 출처_방현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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