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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tdaal Sep 19. 2022

칭찬에 인색하지 않도록, 인정에 정색하지 않도록

[둥근 사각형] 2.안목이 좋으시네요!

자취하는 이들의 집을 구경하며 대화하는 채널이 있다. 인터뷰  소감을 묻는 질문에 응답할  나는  가지 유형을 본다. 하나는 ', 처음엔 너무 떨렸는데  이끌어 주셔서 즐거웠던  같아요.' 다른 하나는 '정말 즐거웠어요. 이렇게 우리 집을 소개할  있다니 재밌었어요.'


정말 딱 두 부류다. 과연 나라면 어떻게 대답했을까? 사실 떨었겠지만 두 번째처럼 얘기했을 것 같다. 그건 진심이라기 보다는 나의 작전이고 계략이다. 전자처럼 말한 사람들은 사실 인터뷰 내용에 있어서도 덜 매력적이고 덜 흥미롭다. 후자처럼 말한 사람들은 보는 내내 이끌림과 에너지가 있다. 그 에너지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생각해보면 우선 그들은 하고 싶은 말이 있고 정말 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신이 났다. 아니, 말 안 시켰으면 어쩔 뻔했어? 그런 생각이 들 만큼 즐기고 있다. 그들이 갖고 있는 또 하나의 특징은, 인터뷰 중간중간 감탄 혹은 칭찬이 나오면 그들은 바로 수긍하고 인정하며 고마워한다는 점이다.


겸손을 미덕으로 여기고 그렇게 배워왔던 우리는 칭찬을 하는 데 있어서 인색할 뿐 아니라 칭찬을 받아들이는 데 있어서도 옹졸하다. 나는 칭찬에 후하다. 하지만 없는 사실과 감정을 지어내지는 않는다. 칭찬에 익숙하지 않은 친구들은 나의 칭찬에 의구심을 품곤 한다. 진정성이 없다고들 한다. 그렇게 나는 거짓말쟁이가 되고 만다. 그래서 고안해 낸 방법은 칭찬을 뒷받침할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다. 내가 기꺼이 건네는 칭찬에 왜 설득력까지 더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우선 나는 거짓말쟁이가 되는 건 피하고 싶다. '와, 모자가 잘 어울린다.'라고 하기보다는 '모자가 오늘 입은 옷이랑 색감이 잘 어울리고 머리가 잘 안 된 날 딱이다!'처럼 반박할 수 없는 근거를 보태어 그로 하여금 부정할 수 없게 만드는 묘책이다.


나도 종종 인정하기 어렵고 납득하기 힘든 칭찬을 듣곤 한다.

'응? 전혀 아닌데?'

잘한 건 맞는데 이게 이렇게까지 칭찬들을 일인지 싶을 강도의 칭찬을 듣기도 한다.

'아, 아닙니다. 별말씀을요.'


여기서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은 바로 칭찬을 하는 사람의 판단과 감정은 나의 것이 아니라 그들의 것이라는 점이다. 내가 뭔데 그 감정을 부정할 수 있겠는가! How are you? 에 대한 응답으로 I'm fine thank you, and you? 가 세트로 나오듯이 어쩌면 칭찬에 대한 우리의 반응도 자판기 밀크커피가 되어 버린 듯하다.


이에 대한 해결책이 여기에 있다. I'm fine thank you, and you? 대신 나만의 응답을 마음에 품고 다니는 것이다. 직장인의 사표처럼 언제든 이때다 싶으면 꺼내 쓸 수 있도록.

I'm doing great! Thank you for asking. Yourself?

I'm very well. Yourself?




"감사합니다. 안목이 참 좋으십니다."


며칠 전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그 노신사는 나에게 '참 멋이 있는 아가씨입니다.'라고 했다. 도대체 어느 지점에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묻고 싶었다. 위에서 말한 근거가 빠졌기 때문이다. 어떤 연유에서든지 그의 감정은 그의 것이므로 '감사합니다. 안목이 참 좋으십니다.'라고 응했다. 그는 생각지도 못한 나의 반응에 껄껄껄 웃었다. 그날처럼 누군가의 웃음소리가 '껄껄껄' 그 의성어 그대로 들린 적이 있었던가? 분명 처음이었다. 나는 한 번도 멍멍이가 짖을 때 '멍멍'으로 들리지 않았고 야옹이가 말할 때 '야옹야옹'으로 들린 적이 없다. 하지만 그 웃음은 '껄껄껄'이었다.


나의 예민은 나에게서 끝나지 않고 상대로 향할 때가 많다. 그의 기분, 그의 반응, 그리고 우리 사이의 공기와 기압을 계산한다. 아니 느낀다. 그런 예민한 레이더는 종종 서로를 기쁘게 만드는 작용을 한다. 아저씨가 웃으실 줄 알았어요!



*둥근사각형은 뾰족하고 예민한 사람들의 생각과 말, 그리고 행동에 관한 다정한 이야기를 합니다. 그리고 그런 마음씨를 헤아리고 대처하는 이야기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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