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dybuilding : 보조
다시 순철 대부와 함께 했던 이야기를 이어,
-60 최저 체급에서 시합을 뛰었던 난 어릴 적 부러진 팔과 선천적으로 심하게 들어간 오목가슴을 안고 시합에 임했다. 체급에 비해 리치가 길고 키도 평균보다 큰 편이었기에 생활체육을 벗어나 대한체육의 엘리트에 준하는 대회를 준비하기엔 너무 불리하다는 타협을 했었다. ‘순위권은 들 수 있을까.’에 대한 나 자신에게 확신조차 없었던, 희망을 품었다기보다 염세주의가 마인드를 지배했었다. 하지만 대부님께서 다행스럽게도 나의 나약한 사상을 박살 내버리셨다.
그는 무작정 육두문자를 퍼부으며 구식적인 방법의 정신개조를 고집하지 않았다. 그는 수행자에게 직접 가능성을 경험하게 했다. 직접 부딪히게 하고, 뼈저리게 깨닫게 하고, 사색하게 하였다.
대부님의 보조는 철학적인 한마디가 섞여있었다. 세트 간 실패 지점에서 내던진 한마디는 비수처럼 날아와 깊게 꽂혔고 마음을 뜨겁게 달궈주었다. 일방적 ‘하나 더’가 아니라 수행자가 하나 혹은 몇 회를 더 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한 마디였다. 세트를 마치고 나서 휴식시간에도 그의 보조는 계속되었다. 휴식시간에 대부님은 진심 어린 조언과 가르침을 건네며 정신줄을 붙잡고 있던 나의 악력을 보조해주었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정신의 경지’에 관한 말씀이었는데, 가장 고통스럽고 힘든 지점에서 끝까지 집중하는 법, 그 실패 지점에서도 자세를 완벽히 지키며 횟수를 보다 더 반복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것이었다. 추상적인 말씀이었지만 팁이라면 팁이고 테크닉이라고 하면 테크닉이었다. 즉, 정신력을 유용하게 활용하는 방법이었고 기술이었다.
보조자의 한 마디에 영향을 받은 수행자는 문득 그 지점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고 두려움이란 존재를 잊은 채 다음 세트를 임하였다. 숨 막히는 고통 속에서 두려움이 완전히 소멸되는 것을 느끼자 ‘이것이 [독기]라는 감정이구나’라고 되뇌며 독기를 느꼈던 순간을 잊지 말고 길게 가져가기로 약속했다.
어쩌면 보조라는 것은 수행 중에 간당간당하는 실패 지점에서 횟수를 일방적으로 더 할 수 있게 하는 보조가 아니라, 그다음 세트 내지는 오늘의 훈련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도록 파트너끼리 정신적인 지지를 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수행자들은 그렇게 육체와 정신을 가다듬으며 비례하게 성장하게 한다.
‘운동은 제일 힘들 때가 시작이다.’라는 누구나 한 번쯤은 인생에서 들어봤을 격언이 있다. 문장의 원론적인 의미를 대부님의 보조 덕분에 뼈가 저리도록 깨닫게 되었다. 보조의 궁극적인 목적은 수행자를 실패 지점에 더욱 머무르게 함으로써 훨씬 더 효율적으로, 성공적으로 운동을 마무리 짓게 하는 것이라고 설파하고 싶다. 그의 보조 덕분에 내가 가능성을 봤던 것은 몸이 보다 빠르게 변화하기 시작했었다. 신선하고 이로운 충격으로 와닿았었던 ‘경지’에 대한 호기심은 매번 부딪히고 싶은 욕구로 번졌고 이전에 품었던 타협과 자신에 대한 불신하는 비관적 자세를 타파하게 되는 반작용이 일어났다.
대부님의 보조 덕에 육체와 정신의 체력은 비례하게 성장했었고 어느새 ‘그 경지’에 더 오래 머무를 수 있게 되었다. 그간 나에게 불리했던 큰 키와 긴 리치, 갚게 들어간 가슴 두껍게 채워졌다. 불리하게 작용했던 만큼 길었던 뼈대에 채워진 근육들은 나의 강점으로 승화되었고 나를 상징하는 부위가 되었다. 무대에서 상대해야 하는 선수들에 대한 두려움은 없어졌다. 어쩌면 누구에게 동등할 수 있었던 나의 조건이었다고 생각했고 누가 더 독하냐의 정신력 싸움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본전에 들어서며 시합 직전까지 실패 지점의 ‘경지’에 눌러앉아 어떠한 고통도 감수해내리라고 읊조리며, 나에게 편한 날은 어제까지였음을 되내었다.
그렇게 그에게 반한 나는, 한 형님을 모시는 절대적인 정신력을 지닌 아우 ‘낮도깨비’ 같은 사람이 되겠노라고 포부를 다졌던, 17년도 어느 날의 뜨거운 기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