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에 대하여>

지천至賤에 함께 살아가는 것들: 음악

by 박관영

사랑한 후에


‘The Palace Of Versailles(1978)

- Al stewart’

알 스튜어트라는 가수의 베르사유의 궁전이라는 곡이다. 훗날 이 곡은 전인권 선생님에게 발견되어 그 만의 특유의 색깔과 감성으로 리메이크되었다. 그렇게 탄생한 들국화의 ‘사랑한 후에’는 지금까지도 사랑받고 있는 명반이다.

걸작의 멜로디를 자신만의 특유의 한 서린 감정과 색깔로 소화해 내고 원곡의 가사 내용과는 전혀 다르게 전인권 선생님의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으로 작사하여 탄생하였다.

아직까지도 들국화의 노래를 편곡하여 부르는 가수들이 대거 전설로 불리는 이들이기에 처음엔 그저 전인권의 노래인 줄 알았다.

그만큼 자신의 곡으로 완벽하게 만들었기에 우스갯소리로 흔히 말하는 ‘네 노래 내 노래’라는 말이 진정으로 공감되는 작품이다.

이 노래를 처음 들었던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나에게도 이루어 표현할 수 없는 사무치는 감정에 사로잡혔으니 말이다.


아버지의 병환으로 인해 부모님과 떨어져 동생과 집에서 외롭게 지냈었던 학창 시절을 보냈었다. 만날 사람은 운명적으로 만나듯이, 이 음악이 내게 찾아왔다. 구슬피 울부짖는 창법으로 읊어가는 가사와 사무치는 감정을 발산하는 듯한 멜로디가 나의 영혼까지 파고 들어왔고 한순간에 매료되어 사로잡혔다. 노래를 틀어 놓지 않아도 환청이 울리듯이 이 노래에 심각하게 몰입되어 살아갔다.


이 노래 속에서 인생이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난 사실 이 노래를 들을 때 노래의 후반부 마지막 구절이 끝나는 시점부터 시작되는 멜로디를 제일 많이 듣는다. 가사에 집중하고 듣게 되면 가사대로 살게 되는 사람이 될까 봐 멜로디에 집중하고 내가 느끼는 고유의 감정에 몰입하며 듣는다. 그 구간에서 나의 사색이 시작되었고, 보디빌딩이 시작되었고, 각성과 사점을 경험했고, 특수부대를 꿈꿨다. 20년 6월 4일 새벽, 사경을 헤맸을 때도 에어 팟에서 이 노래가 울려 퍼졌다.

내가 제일 애증 하는 구간에서 구슬피 울려 퍼지는 멜로디가 감정의 제일 밑바닥까지 끌어내리고 느린 박자에서 비장하게 들려지는 힘 있는 소리들이 악과 독기를 품게 만들어주었다. 그렇게 두려움이란 감정이 소멸되고 난 그 누구보다 안정적인 마음으로 또 다른 것을 각오하고 시작한다. 원 없이 울어버리고 두려움과 걱정 따위가 소멸해버린, 후련한 마음가짐 같은 것으로 말이다.


원곡의 멜로디와는 달리 분위기가 무겁고 슬픈 곡이다. 전인권 선생님의 ‘사랑한 후에’로부터 재탄생된 작품들 중에서 난 신해철과 박완규의 ‘사랑한 후에’를 제일 많이 듣는다. 듣는 이마다 다르게 각인되어 노래에 대한 생각이 달라질 수 있겠지만 조용히 내면과 마주하고 싶을 때, 생각에 잠기고 싶을 때 이 노래를 추천하고 싶다.


살아가면서 많은 시기를 마주하고 그 시간 속의 향기와 내 고유의 느낌에 집중하며 이 노래를 듣고 앞으로의 나날들에 이 노래가 어떤 색다른 느낌으로 와닿을지 기대되기도 한다.

이 노래를 만나고 내 모든 것이 시작되었고 모래 한 줌으로 돌아가는 시간에서도 이 노래와 함께 할 것이다.


‘사랑한 후에’는 내 시작과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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