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천至賤에 함께 살아가는 것들: 사진
기억은 잊히기 마련이다.
소중한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 곳을 가고,
누군가와 행복하게 보냈던 시간들이 있었음에도
사람이기에 전부 기억할 수 없어 애석하다.
지천에 살아가는 것들을 둘러보았다.
지금 몸담고 있는 이곳의 메리트를 활용하여 무언가를 남기고 선물하고 싶다는 바람에서 전역 앨범이 생각났다.
옛 선배들은 전역자들과 함께 지내며 찍었던 현역 시절 사진을 앨범에 담아 선물해 주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렇게 내려오던 전통이 스마트폰이 상용화되며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휴대폰으로 멋진 사진을 남겨도 전산으로 밖에 보관할 수 없었기에 직접 인화해서 전역 앨범을 선물하겠다고 다짐했다.
첫째로 태어나 형이 없었던 나에게 친형이 되어준 선임들에게 한 번뿐인 전역을 멋지게 장식해 주고픈 마음이 굴뚝인 지금이다.
어쩌면 살면서 경험해 보지 못할 것들을 오감으로 느끼며 생활하고 있는 집단에서 사진이란 것은 동료들에게 큰 선물이자 이 집단의 역사이고 전부이다.
이별할 시간이 되어 떠나는 이들, 명예로운 교육을 수료하고 온 이들, 전국의 산과 바다를 돌아다니며 볼 수 있었던 자연의 선물들, 그 시간과 공간 속에서 함께하고 있는 동료들의 모습을 담아 사진을 선물하고 있다.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도 메모리가 날아가 버리면 기억의 한편으로 남아 서서히 잊혀 간다.
영영 볼 수 없는 사진들을 잃었을 때의 아쉬움은 자신의 일부분을 떼어낸 것처럼 고통스럽다.
그러나 한 장의 종이로 남겨서 보관을 한다면 잃어버리지 않는 이상 서랍 한편에서 영원히 살아갈 수 있다.
그렇게 훗날 사진을 보았을 때, 그 순간의 기억이 생생하게 펼쳐지고 향기들이 몸을 감싸 안을 때의 느낌은 이루어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감동적이다.
여건상 내 능력껏 사진을 인화할 수 없었기에 폴라로이드 사진기를 택했다. 휴대폰이나 전문적인 카메라만큼의 화질을 보장할 수 없지만 간직하기 좋고 그것만이 지닌 감성이 매력적이기 때문이었다.
사진은 형태를 갖춰서 선물 받으면 기억의 농도가 짙어지고 깊어진다. 한 줄의 글귀와 날짜를 남기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글은 읽어가며 회상할 수 있지만 기억은 아른거릴 뿐 실제로 눈앞에 펼쳐서 볼 수 없었기에 사진을 남긴다.
내 취미는 누군가의 기억을 빛으로 담은 종이를 선물하는 것이다. 그렇게 지천에 머무르며 함께 살아가고 있다.
언젠간 사진과 글을 한 곳에 담아 책이란 형태로
나의 청춘을 담은 앨범을 가지고 싶은 꿈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