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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탈리 Jun 05. 2020

엠마뉴엘 시에티, 심은진 역,『쇼트』 (2006)

막내 카피라이터가 잘쓰려고 기록한 것들

“우리는 우리가생각하는 대로 살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우리가 살아간 대로 생각하게 될 것이다."
(Il faut vivre comme on pense, sans quoi l’on finira par pensercomme on a vécu) 

–Paul Bourget(폴 브루제)


 영화를 만들고 분석하기 위해서는 영화의 기본 단위인 쇼트를 볼 줄 알아야 한다. 쇼트는 수 많은 장면 속에서 선택된 부분이다. 이 부분들은 퍼즐 조각처럼 맞물려 영화를 구성한다. 때문에 각각의 쇼트는 이야기에 필수 요소를, 제한된 시간 안에 보여 주어야 한다. 쇼트는 다른 쇼트와의 관계, 프레임, 소리 같은 요소들과 상호작용하며 의미를 창출한다. 쇼트는 계획적이며, 창작자의 시각을 보여준다. 


 『쇼트』를 읽고 나니, 쇼트의 특성은 단지 영화의 요소가 아니라고 느껴졌다. 삶의 목표, 그것을 이루기 위해 해왔던 일을 의미한다. '나'는 여러 명으로 나눌 수 있다. 카피라이터로서의 나, 결혼 준비를 하는 나, 부모님 딸인 나, 친구들과 있는 나 등등. 예를 들어 '카피라이터로서의 나'를 설명할 때는 카피 관련 경험을 잘라서 붙이면 된다. 2018년에 기획자로 입사해서 자발적으로 사내 리포트를 발간했고, 소셜 채널 카피도 써보고, 브랜딩 슬로건과 유튜브 대본까지 썼다는 정보만 있으면 된다. 카피라이터가 되기 위해 했던 수많은 실패와 성공을 이어붙이면 '카피라이터 나탈리'라는 콘텐츠가 만들어 진다. 


 쇼트를 해석하는 관점에 따라 영화의 의미가 달라진다. 하나의 콘텐츠를 제작하는 과정인 우리의 삶 또한 그렇다. 나는 앞선 글에서도 밝혔듯 직장을 꽤 많이 옮겨 다녔다. 다양한 글을 다뤄보겠다는 포부로 광고, 잡지, 감상 등 여러 분야의 글을 다뤘기 때문이다. 관점에 따라 '직장 부적응자'로 낙인 찍을 수도, '진정한 업을 못 찾았기 때문'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내게는 ‘글과 함께 하는 삶’이라는 거시적 목표가 있고, 지금은 카피에 정착했다. 


 정착할 분야가 생겼으니, 남은 건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다. 배우와 조명, 시네마토그래퍼, 음악과 연출에 이르는 모든 요소를 갖고 있다. 이 요소들로 쇼트를 만들어 보면 된다. 처음부터 완벽한 쇼트를 만들기는 어려울 것이다. 실패하면서 하나씩 고쳐나가야지. 영화를 더 잘 이해하려고 꺼낸 책인데, 인생 교훈을 배웠다. 




 『쇼트』는 영화의 기본 개념 및 역사를 설명하는 시리즈 중 하나다. 이화여대 출판부에서 번역했으며, 이 책은 시리즈의 2권이다. 사례가 많아 (그 시대 기준) 개념을 이해하기 쉽다. 책도 얇아서 교양 서적으로 보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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