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엔탈 파스타
음식을 시켜먹고 싶은 날이 왕왕 있다. 그럴 때 냉동실 문을 연다. 저장된 음식들이 얼음 수염을 달고 나를 반긴다. 이 날은 파스타가 먹고 싶었다. 냉동실 서랍들을 열어봤다. 브렉퍼스트 소시지, 뉴질랜드산 연어, 만두.. 아! 탕수육! 얼마 전, 부모님이 가져다주신 탕수육이 있었다. 이걸 파스타 재료로 쓰면 어떨까?
양송이버섯 1팩
마늘 5알
고추 2/3개
파스타면
탕수육
간장
토망고 1개 반 (필수): 없으면 올리고당
식초
1. 냉동실에 있던 탕수육을 오븐에 구워준다. (160도, 5분)
2. 양송이와 마늘은 편 썰고, 토마토와 고추는 채 썬다.
3. 냄비에 물을 받아 소금 두 스푼, 올리브유 조금을 넣고 끓인다.
4. 미리 예열한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마늘을 넣어 약 3분 정도 마늘 향을 내준다.
5. 그 뒤 양송이와 고추, 토마토를 넣는다.
6. 채소가 어느 정도 익으면 탕수육을 넣고 간장과 식초로 간을 한다.
7. 면이 적당히 익으면 접시에 담는다. 재료는 따로 얹어준다.
8. (원한다면) 치즈를 뿌린다
9. 끝!
사실, 냉동실에서 탕수육을 꺼내면서도 반신반의했다. 파스타와 탕수육의 조합은 뭐랄까, 그 어떤 접점도 없는 것 같은 애들이 심지어 사귄다네?! 하는 느낌이다. 맛을 보니, 그 둘이 심지어 다음 달에 결혼한대!라는 소식을 들은 것 같다. 한 마디로, 정말 맛있다는 얘기다.
비주얼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 미국식 중국 면 요리 느낌이 난다. 탕수육 소스가 없음에도 좔좔 흐르는 저 윤기. 집에 있는 간장과 식초만으로 비슷한 비주얼과 맛을 낼 수 있다. 여기에 매운맛을 원한다면 고춧가루를 조금 뿌려주는 것도 좋다. 별 다른 재료 없이 중식당의 맛을 낼 수 있었던 것은 마켓 컬리에서 구매한 스테비아 토망고 덕분이다. 망고처럼 달달한 토마토라는 카피에 이끌려 구매한 토망고. 실제로 먹어보니 설탕을 바른 것 같은 단 맛이 특징이다. 그래서 오믈렛 같은 요리에 넣으면 단 맛이 더 강하게 올라와 다른 재료들과 이질감이 느껴지는데, 탕수육에 넣으니 오리엔탈 느낌이 극대화됐다.
파스타로 시작했는데, 미국식 중국 누들이 됐다. (먹어보면 어떤 맛인지 단번에 알 수 있다) 재미 삼아 조합한 재료로 색다른 맛을 내서 남편도 나도 깜짝 놀랐다. 탕수육은 우리 부모님이 좋아하시는 취홍에서 사 온 것으로 탕수육 자체가 맛있는 건 물론, 바나나와 자색고구마 칩 등이 들어있어 식감을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 이곳이 차이니즈 레스토랑인지 우리 집인지 헷갈릴 정도로 전문가 적인 맛이 났다. 엔젤스 헤어나 조금 더 얇은 면을 사용했다면 그 느낌을 더 살릴 수 있을 것 같다.
이 누들 덕분에 냉장고 털이도 하고 만족스러운 저녁 식사도 했다. 다음에 부모님께서 또 탕수육을 주시면 만들어 먹을 거다. 안다. 다들 냉동실에 탕수육 하나 정도는 품고 있다는 것을. 의심스럽다면 여유 있을 때 한 번 도전해 보시길! 탕수육만 맛있다면 실패 없는 맛있는 누들을 만들 수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