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컬리 레시피
오늘도 야근했다. 생각해보면 매주 월요일은 꼭 야근하는 것 같다. 오늘은 칼퇴할 수 있을거라 생각해서 집에서 김치볶음밥이나 파스타를 만들어 먹어야겠다 생각했다. 회사에서 저녁을 먹지 않은 대신, CD님께서 주신 감자튀김을 조금 먹었다. 덕분에 회사에 있을 땐 더부룩하지도 않고 배고프지도 않은 딱 좋은 상태였다. 하지만 집에 돌아와 불을 켜니 허기가 몰려왔다. 지금 시간은 밤 11시 23분. 뭘 먹을까. 고민에 대한 답은 정해져 있다.
야근하면 종종 인스턴트가 생각난다. 밤 11시를 넘은 시간은 김치볶음밥이나 파스타를 먹기엔, 조금은 오버스럽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지금 시간이라면 적당히 배도 채우고 스트레스도 풀 수 있는 라면이 제격이지만, 라면은... 먹고 싶지만 먹기 싫다. 야근하고 돌아온 밤, 인스턴트가 먹고 싶지만 먹기 싫을 때 조금이나마 건강한 맛이 나는 레시피를 생각해냈다.
라면 1봉지
한끼 채소 손질 대파 1쪽
Kurly's 동물복지 백색 유정란 1알
조각 양배추 1/3쪽
다진 마늘 1tbs
라니에리 콩기름 1큰술
물 500ml
크래프트하인즈 슈레드 모짜렐라 치즈 적당히
고춧가루 1/2 큰술
간장 1큰술
적당히 먹고 설거지하려고 했는데, 내 생각보다 훨씬 건강한 맛이었다. 아마 양배추 덕분이었을 거다. 인스턴트지만 인스턴트 맛이 안나고 적당히 건강한 라면 레시피를 기록한다.
1. 콩기름을 두르고 다진마늘과 미리 썰어놓은 대파 1쪽, 그리고 할 수 있는 두께로 최대한 얇게 썰어놓은 양배추를 냄비에 넣고 볶는다.
2. 양배추가 살짝 투명해졌을 때 즈음, 고춧가루 1큰술을 넣고 비벼준다. -양배추 잎은 따로 빼서 반찬으로 먹어도 좋다. 적당히 아삭해서 겉절이 느낌이 난다-
3. 양배추가 어느정도 익으면 물과 라면 스프를 넣는다. 물이 바글바글 끓으면 면을 넣는다.
4. (센불로 조리할 경우) 면이 조금 풀어지면 계란을 넣는다.
5. 투명했던 계란 흰자가 흰색으로 단단하게 변하면 냉장고에서 슈레드 모짜렐라 치즈를 꺼낸다.
6. 한 3초 정도 세고 슈레드 모짜렐라 치즈를 원하는 만큼 넣어준다.
7. 조금 더 끓이다가 모짜렐라 치즈들이 서로 이어질 때 즈음, 불을 끄고 국물이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린다.
8. 에너지 유뮤에 따라 예쁜 그릇에 덜어 먹거나, 나처럼 귀찮은 경우에는 냄비 받침을 깔고 냄비를 올린다.
고춧가루 때문에 엄청 매울거라 생각했는데, 계란과 모짜렐라 덕분에 맵지 않았다. -나같은 맵찔이가 코 몇번 푼 정도면 매운거 잘 먹는 사람들은 혀에 기별도 안 갈 듯- 이 라면의 특징은 양배추였는데, 한 번 볶은 뒤에 삶아서 그런지 양배추 심도 잘 익어있었다.
상큼하면서 살짝 매운 맛이 혀를 감돌다 달달하게 마무리되는 맛이다. 라면이야 뭐, 모짜렐라 치즈에 계란까지 들어갔으니 말 다했다. 치즈의 쫄깃함과 계란 노른자가 라면 국물과 어우러지면서 내는 고소한 맛, 그리고 살짝 매콤한 맛이 올라와 다채로운 맛이 났다. 양배추 심의 단단함, 덜 익은 양배추에서 나는 아삭함, 그리고 모짜렐라 치즈의 쫄깃함이 물렁한 면과 만나면서 식감의 재미도 있었다.
음식 광고처럼 입안에서 재료가 터질 정도로 엄청난 건 아니었지만, 라면 특유의 기름맛과 살짝의 인공맛이 사라져 만족했다. 몇 입만 먹고 끝내야지 했는데, 정신 차리니 한 그릇을 다 비웠다. 한 입 먹고 나니 오랜만에 브런치에 글을 올려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들여 찍지 않아 후회했지만, 누가 신경쓰겠어. 어차피 보여주려고 만든 것도 아닌데.